[종합] “총칼로 대응하면 우리는 죽음으로 대항한다”
[종합] “총칼로 대응하면 우리는 죽음으로 대항한다”
  • 고경호 기자
  • 승인 2019.01.13 17: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2일 제주해녀항일운동 87주년 기념식 거행
시위지 행진…당시 주동자 강제연행 재현도
현직 해녀들 “숭고한 정신 후대에 알리겠다”
제25회 제주해녀항일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현직 해녀와 청소년, 도민 등 200여명이 박숙희 구좌읍 해녀회장의 선창에 따라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고경호 기자
제25회 제주해녀항일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현직 해녀와 청소년, 도민 등 200여명이 박숙희 구좌읍 해녀회장의 선창에 따라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고경호 기자

“우리의 요구를 총칼로 대응하면 우리는 죽음으로 대항한다”

일제의 수탈에 저항했던 제주해녀들의 절규가 87년이지나 같은 자리에서 다시 울려 퍼졌다.

제주해녀항일운동기념사업위원회(위원장 강창협)는 12일 제주해녀항일운동기념탑과 동녘도서관 등에서 ‘제주해녀항일운동 87주년 제25회 제주해녀항일운동기념식’을 개최했다.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현직 해녀들과 하도초·세화중 학생 및 도민 등 200여명은 추모제가 거행된 제주해녀항일운동기념탑에 모여 1932년 일제의 수탈정책에 항거했던 제주해녀들의 숭고한 항일정신을 되새겼다.

거센 비바람 속에서도 기념탑 앞에서 분향과 헌화를 마친 참석자들은 박숙희 구좌읍 해녀회장의 선창에 따라 87년 전 그 때처럼 목 놓아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곧이어 해녀 복을 입고 빗창을 손에 쥔 현직 해녀들과 참석자들은 제주해녀항일운동 시위지인 연두망 동산에서 출발해 세화 오일장 터와 주도자들이 강제 연행됐던 세화 경찰관주재소(구좌파출소) 등을 향해 행진했다.

선두에 선 해녀들은 “부정 상인을 옹호한 마스터 서기를 즉각 면직하라” “미성년과 40세 이상 해녀들의 조합비를 면제하라” “조합의 재정을 공개하라” 등 당시 해녀들이 요구했던 8가지 항목을 부르짖으며 행진했다.

구좌파출소에서는 제주해녀항일운동 주동자들이 일제에 강제 연행되는 모습이 재현됐다.

행진에 참여한 현직 해녀들은 주동자들이 일본 경찰에 의해 포승줄에 묶여 연행되는 모습에 “즉각 석방하라”고 외치며 울먹였다.

고송자 고내어촌계장(56·여)은 “실제 상황이 아님에도 화가 치밀었다. 일제강점기 당시 선배 해녀들이 겪었을 고초가 고스란히 느껴지자 눈물이 났다”며 “현직 해녀로서 선배 해녀들의 항일정신을 후대에 알리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본 행사인 제주해녀항일운동 기념식은 행진의 마지막 목적지인 동녘도서관에서 진행됐다.

기념식에는 제주해녀항일운동을 주도했던 고 부춘화·부덕량 해녀의 유족이 자리했다.

부춘화 해녀의 유족인 고윤수씨(71)는 “올해 기념식은 3·1절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거행돼 더욱 뜻 깊다”며 “제주해녀들의 항일정신이 오래오래 이어지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념식은 ‘제주해녀항일노래’ 합창과 만세삼창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강창협 위원장은 “제주해녀들은 숭고한 희생정신으로 민족의 자존을 지켜냈다”며 “역사상 유례없는 최대 규모의 여성항일운동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피와 땀으로 이뤄진 제주해녀의 정신을 반드시 계승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서는 제주해녀의 정신을 이어받아 60여 년간 물질하면서 해녀들의 권익 신장과 복리증진에 기여한 강복자 하도어촌계 해녀가 제주해녀상을 수상했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