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협곡·넓은 초원 지나자 눈 덮인 고봉 어렴풋이…
거친 협곡·넓은 초원 지나자 눈 덮인 고봉 어렴풋이…
  • 제주일보
  • 승인 2019.01.1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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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바람의 고향, 초원의 나라 몽골
우리말의 고향 알타이를 가다(2)
뭉흐하이르항 산을 향해 뿌연 먼지 속을 한참 달린 끝에 드넓은 초원지대가 나왔다.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수십 마리 낙타 뒤로 눈 덮인 알타이 산맥이 장엄하게 펼쳐져 있다.
뭉흐하이르항 산을 향해 뿌연 먼지 속을 한참 달린 끝에 드넓은 초원지대가 나왔다.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수십 마리 낙타 뒤로 눈 덮인 알타이 산맥이 장엄하게 펼쳐져 있다.

알타이는 금산(金山)이란 뜻이다. 2000길이로 몽골고원을 남북으로 엇비슷하게 가로지르는 알타이 산맥은 5000년 전에 벌써 알타이 문화를 품고 있던 거룩한 산줄기다. 우리가 알타이에서 왔다고 하지는 않겠다. “경주김씨 시조인 김알지(金閼智)알지알타일 가능성이 높다. 한문의 과 몽골 말 알타()’가 중복된 것으로 보인다(주채혁 교수)”는 주장에 따를 생각도 아직은 없다. 하지만 알타이를 여러 차례 속삭여 본 사람의 귀에는 이런 주장이 퍽 솔깃하게 들린다는 것은 인정해 주었으면 좋겠다.

작가 이윤기 선생이 유라시아 신화기행에서 한 말입니다. 그는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의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명언을 언급하며 그리스어는 물론 중국어도 알타이어에 속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랬을 것이다. 터키나 몽골에서 매우 낯익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한국과 터키와 몽골인들을 두루 품는 존재의 집, 곧 우리가 함께 쓰는 알타이어 때문이 아닐까 싶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멀리 초원에 낙타 수십 마리가 풀을 뜯고 있어 사진 찍기 위해 부지런히 달려갔더니 물끄러미 쳐다봅니다. 이렇게 많은 낙타를 그것도 초원에서 본 것이 처음이라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습니다.

한참 낙타를 찍다 보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거대한 산맥이 길게 늘어서 있어 마치 가는 길을 막고 서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저 산맥 너머에 우리 일행이 찾는 고봉 뭉흐하이르항 산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 높은 산맥을 어떻게 넘어가느냐고 묻자 절벽 사이로 가는 길이 있답니다.

거대한 알타이 산맥 절벽 틈으로 협곡이 나있고 그곳에 작은 길이 만들어져 있다. 협곡을 지나 강을 건너고 나니 넓은 벌판 너머로 뭉흐하이르항 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거대한 알타이 산맥 절벽 틈으로 협곡이 나있고 그곳에 작은 길이 만들어져 있다. 협곡을 지나 강을 건너고 나니 넓은 벌판 너머로 뭉흐하이르항 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몽골에서는 착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아주 가깝게 보이지만 막상 가보면 엄청나게 멀어 애를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몽골 하늘이 깨끗하기 때문이랍니다. 몽골 사람들의 시력이 좋은 것도 그 이유랍니다.

금방 갈 것 같았던 입구는 달려도 달려도 그 자리에 있습니다. 오늘 내로 뭉흐하이르항 산 아래에 도착해야 하는데, 산맥이 가까워질수록 거대한 절벽지대로 변합니다.

저 산의 어느 틈으로 가야 하는지.’

멀리서 봐도 갈 길이 없을 것 같은데 협곡이 있다고 합니다. 길은 갈수록 험해지더니 거대한 절벽 사이로 접어들었습니다.

계곡 옆으로 겨우 차 한 대 다닐 정도의 작은, 그것도 바위투성이 길을 쿵쾅거리며 러시아 지프가 올라가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지형에서는 러시아 지프가 아니고서는 꼼짝달싹 못 하게 된다는 몽골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제야 실감합니다.

거대한 알타이 산맥 절벽 틈으로 협곡이 나있고 그곳에 작은 길이 만들어져 있다. 이 길에서 만난 한 몽골소년이 굴렁쇠를 굴리고 있다.
거대한 알타이 산맥 절벽 틈으로 협곡이 나있고 그곳에 작은 길이 만들어져 있다. 이 길에서 만난 한 몽골소년이 굴렁쇠를 굴리고 있다.

어마어마한 절벽지대에도 몽골 전통 집인 게르(Ger)가 몇 개 보입니다. 이런 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이지요. 게르 앞에 할머니와 손녀가 함께 앉아있어 잠깐 멈췄는데 아이들이 눈을 크게 뜨고 우리 일행을 바라봅니다.

하기야 하루에 몇 사람이나 지나다니나 싶을 정도의 오지이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는 것이 무척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할 것 같습니다.

사진을 찍겠다고 하자 게르 속에 있던 가족들이 나와 함께 찍어달라고 합니다. 몽골 사람들은 사진을 무척 좋아합니다. 오지에 갔을 때 사진 찍는 사람이 왔다고 알려지면 멀리서 말 타고 달려올 정도랍니다. 그래서 몽골에 갈 때는 폴라로이드(즉석카메라)를 꼭 가져가라고 할 정도입니다.

험준한 계곡에 위험스럽게 올라서니 넓은 초원이 나옵니다. 올라서면 산등성이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밋밋한 초원지대고, 멀리 눈이 쌓인 산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오르고 내리기를 몇 차례 하니 거대한 강이 흐르고 그곳에 도시가 있습니다. 뭉흐하이르항 솜(읍 소재지)으로, 제법 도로가 큰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 읍소제지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보이지 않아 썰렁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뭉흐하이르항 산까지 우리 일행을 안내한 운전사 부부.
뭉흐하이르항 산까지 우리 일행을 안내한 운전사 부부.

이곳까지 우리 일행을 이끈 가이드의 집에 들러 오늘 우리 일행이 머물 게르의 위치를 듣고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가는 도중 운전사가 강이 있는 쪽으로 차를 몰고 갑니다. “큰 강이고 물살도 센데 어떻게 지나느냐?”고 하자 강 가운데 지나는 길이 있다며 걱정하지 말랍니다.

겁이 나지만 어쩌겠습니까? 차가 강 가운데로 진입하자 엉덩이를 들고 손에 잔뜩 힘을 줘 손잡이를 붙잡고 다른 한쪽 팔로 카메라는 부둥켜안았습니다.

이런 모습을 본 운전사는 씩하고 웃으며 가속페달을 밟습니다. 그런데 얼마 안 가 강 가운데에서 시동이 꺼지고 말았습니다. 걱정됐지만 다행히 금방 수리를 마치고 사고 없이 강을 건넜습니다. 몽골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강을 건넌 차는 어느 덧 가파른 산등성이를 오르고 있습니다. 가파른 산등성이가 굽이굽이 이어져 잠깐이라도 멈추면 뒤로 넘어갈 듯한데 험준한 길을 차는 잘도 오릅니다.

S자 커브 길에 한참 올라서니 마치 별천지에 온 것 같습니다.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넓은 초원에 우뚝 솟아 있어 눈을 휘둥글게 합니다.

이제 오늘 목적지인 뭉흐하이르항 산이 멀지 않다고 합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기자>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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