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06-24 21:28 (월)
자연이 주는 행복
자연이 주는 행복
  • 제주일보
  • 승인 2019.01.08 1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미경 수필가 / 제주여류수필문학회 회장

에메랄드빛 바다가 눈앞에 펼쳐있다. 해안은 자연친화적인 공간이다. 제주의 색감을 오롯이 담아낸 풋감으로 패드를 만들기 위하여 이곳을 찾았다.

천연염색을 연구하는 단체에서 특별한 체험을 한다기에 체험도 즐기고 염색하는 방법 또한 배우고 싶어 참여하게 되었다. 직접 천을 떠서 염색하는 모든 과정은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실크 재질을 이용한 옷이 주류를 이루지만 무더위를 달래주는 홑이불이 있는가하면 실크 넥타이와 광목천을 이용하여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내는 옷감이 다양하다.

먼저 하얀 광목에 감을 쪄서 물들이는 과정이다. 감물을 곱게 다져서 풀어낸 함지박에 천을 넣고 40여 분 정도 발로 정성스럽게 밟은 후, 내리쬐는 햇볕과 그늘에 반복적으로 말리면 감이 지닌 본래의 색깔이 나온다. 만드는 과정은 그리 어렵지 않은데 날씨가 받쳐 주어야 염색이 순조롭다. 너른 마당에 길게 늘어진 모습만으로도 행복감이 밀려든다.

농부의 땀방울로 내년을 기약하는 결실에 비유할까, 내가 손수 만들었기에 정감이 넘실거린다.

천연염색은 어떤 색감을 축출할 것인지, 어떤 질감을 입힐 것인지 쓰임새가 다양하다. 양파껍질로 독특한 색감을 표현하는가 하면 억새로도 빛깔의 톤을 조절할 수 있다고 하니 염색체험이 점점 흥미로워졌다.

장롱엔 지인으로 부터 선물 받은 천연 염색 스카프를 비롯하여 다양한 종류의 천연색으로 물들인 옷들이 보관 되어있다. 직접 체험하며 만들다 보니 얼마나 공들인 작품인지 알게 되었다.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인내와 노력의 흔적들이다. 내가 만든 작품은 친한 이웃들에게 선물할 생각이다.

거리에 나서면 자연친화적인 소재로 만든 옷을 입은 사람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천연의 색깔로 자연적인 멋을 내는 사람은 뭔가 다르다.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고상하다. 피부가 약한 사람은 치장보다 자연 소재의 옷을 입어서 몸을 보호해야 한다. 통기성이 좋고 열전도율이 적당하여 계절마다 선호해도 되는 옷감이다.

제주의 특산물인 갈옷, 디자인과 색상이 다양해지고 있다. 세계적인 무대에서 당당하게 제주만의 멋을 뽐내는 갈옷패션쇼가 열리고 있다. 분위기와 쓰임새에 따라 색다르게 연출할 수 있는 개량한복을 비롯하여 원피스, 투피스는 물론, 천연 방부제로 유명한 갈중이(갈옷)도 일복으로는 최고의 옷감이다.

어릴 적 우리 집 마당에 오래된 감나무가 있었다. 가을이 오면 가지가 부러질 듯 주렁주렁 열린다. 할머니는 풋감을 따서 절구에 찌어내고 모시 천을 갈색으로 물들여 갈옷을 만드셨다. 속옷과 바지저고리를 만들고는 사계절 내내 입었다.

차츰 물질적 가치보다 심신의 평온함을 추구하면서 화장으로 가꾼 외모나 화려한 치장보다는 자연친화적인 것에 관심을 갖고 있다.

자연에서 구한 재질로 천연염색 천을 만들고 공방에서 정성들여 제작한 조끼를 입어보았다. 기회에 재봉틀을 들여놓아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감이 귀했던 제주도, 풋감을 활용하여 감물을 들인 천연 옷을 만드신 조상님의 지혜를 엿볼 수 있었다.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