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자의 마음은 철거되지 않는다
아픈 자의 마음은 철거되지 않는다
  • 홍수영 기자
  • 승인 2019.01.08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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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겨울 한 남자가 거리로 나왔다. 서귀포 성산읍 주민 김경배씨다.

그는 눈이 오거나 영하로 기온이 떨어지거나 도청 정문 앞에서 피켓 시위를 했다. 그가 원하는 것은 단 한 가지. 집을 빼앗기지 않는 것이었다.

그는 결국 20171042일간 도청 앞에서 천막을 치고 단식 투쟁을 했다.

그런 그가 지난달 다시 거리로 나왔다.

제주 제2공항 입지 타당성 재조사 결과를 두고 국토교통부와 반대대책위원회 측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씨가 도청 앞에서 단식 투쟁에 돌입하자 도청 공무원들도 거리로 나왔다. 인도 위 천막 설치를 막기 위해 열일 제쳐두고 24시간 교대근무를 하며 주위를 지켰다.

이런 상황을 두고 원희룡 도지사는 지난달 도의회 임시회에서 긴급현안질문 답변을 통해 도로 위 천막 설치는 불법행위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막은 설치됐다.

지난 7일 도청 앞은 아수라장이 됐다. 이른 아침부터 천막을 지키려는 자와 철거하려는 자 사이의 신경전이 이어지더니 오후 1시 천막 철거 대집행이 시작되면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8일 도청 앞에는 새로운 천막이 설치됐다.

이날 1시 즈음 기자들은 제주도가 발송한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금일 1310분 지사님 정문 출입 예정입니다. 현장에서 충돌 우려가 있으니 언론 취재 시 참고바랍니다.”

원희룡 지사는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물리적 충돌이 우려됨에도 불구하고 떳떳하게 정문으로 들어가는 도지사의 모습? 2공항으로 하루아침에 집을 잃게 된 사람이 차량 앞으로 몸을 던지는 모습? 천막의 위법성?

분명한 하나는 제2공항 추진으로 상처받은 도민은 여전히 있다는 점이다.

눈앞에서 치운다고 그들의 아픔과 갈등까지 지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다시 설치된 천막처럼 말이다.

홍수영 기자  gwin1@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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