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녀
봄물 오른 제주 바다에 긴 휘파람 소리가 이어진다. 끊어질 듯 하면서 끊어지지 않고 예서제서 ‘호오이~호오이~’.
가까이서 들어보니 심장에서 내뱉는 삶의 소리다. 고달픈 일상의 하소연이다.
긴 숨을 참고 바다 밑 소라와 전복을 찾아 헤매다 물 위로 올라와 생존을 알리는 처연한 노래, 숨비소리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저승에서 벌어 이승에서 쓰기 위해 온 몸을 바다에 던졌던 해녀들이 태왁과 망사리를 보듬고 뭍으로 나온다.
‘불턱’에서 잠시 온기를 쬐고 ‘뇌선’으로 두통을 짓누르며 다시 바다로 향한다. ‘혼벡상지(혼백 상자) 등에다 지곡(지고) 가심 앞의(가슴 앞에) 두렁박 차곡(차고)…수지픈(깊은) 물 속 허위적 허위적 들어간다’고 읆조렸던 선배들의 길을 따라 간다.
제주 바다의 봄은 해녀들의 긴 한숨과 함께 애잔하게 온다.
사진=고기철·박재혁 기자 haru@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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