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와 심장병
혐오와 심장병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1.06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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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진 한의사

음양오행은 인간이 오랫동안 자연과 인간을 관찰하며 모은 빅데이터를 정제한 결과로 컴퓨터가 없던 시절에도 현명한 선택을 도와주었던 듬직한 조언자였다. 오늘날에도 연구소에 거금을 들여 의뢰할 만한 상황은 아닌데 어려운 세상 문제에 대한 해답을 시급히 얻어야 될 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음양오행이다.

최근 사회를 병들게 하고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대표적인 현상 중에 하나로 혐오가 있다. 혐오의 사전적 의미는 싫어하고 미워함인데 五行(목화토금수)관계의 하나인 五志(오지·怒喜思悲恐(노희사비공))로 어떤 감정인지 분석해볼 수 있다.

울컥 분노해서 화내다 보면(()), 왜 그랬나 싶어 웃음이 나올 때가 있는데(()), 정신없이 실컷 웃은 뒤에는 이런 저런 근심 걱정이 생기고(()), 걱정이 쌓이면 슬퍼지다가(()), 해결하지 못할 거 같은 두려움과 공포가 엄습하게 되는데(()), 그러다 어떤 계기로 울컥 화가 나면(()) 공포가 사라지는 감정의 순환이 오지의 순행이라 하겠다. 이처럼 恐生怒(공생노)의 원리에 따라 공포스러운 혹은 두려운 대상에 대한 소극적이고 비겁한 분노를 혐오라 할 수 있다. 아무리 꾀를 내봐도() 세상이 살기 어려워지면, 신세한탄과 슬픔이 깊어지고(), 잘못되면 어쩌나하는 두려움()이 극에 달했을 때 사람들은 쉽게 분노()하고 혐오하기 쉽다.

2019년 저성장, 양극화, 저출생 시대를 맞이한 한국인에게 슬픔, 두려움, 감정적 분노는 가깝고 기쁨과 이성적 사유는 먼 감정이기 쉽다. 이처럼 분노의 변종인 혐오는 나름 공포를 해소해주는 기능이 있기에 두려움이 만연한 사회에서 유행하기 쉬운 감정이다.

공포는 恐克喜(공극희)하여 기쁨()에 영향 받는 심장을 옥죄고 괴롭히는 감정이다.(五行(오행)相克(상극)=水克火(수극화)의 원리) 공포를 맞닥뜨린 심장에 부담을 덜어주는 두 가지 대표적인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공포를 이겨낼 수 있는 긍정적 기쁨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바람직한 방법이고(强心(강심)), 다른 하나는 응축된 공포라는 감정을 분노와 혐오로 표출하는 유치한 방법이다(恐生怒(공생노)). 좋은 사람들과 훌륭한 의사들은 심장과 심리상태를 위해 기쁨을 만드는 노력을 할 것이고, 사적 욕망에 사로잡힌 나쁜 사람들은 분노와 혐오를 조장할 것이다. 이처럼 불확실한 경제와 미래에 따른 공포 심리를 치료하는 방법으로 혐오는 유행이 쉽지만 옳지 않고, 기쁨은 옳지만 유행시키는데 노력이 필요하다.

누군가에 대한 혐오는 신나게 혐오하다 흥분된 나머지 심장에 일시적으로 좋을 수 있지만(怒生喜) 죄 없는 이들에게 큰 상처를 주고, 두려움을 떠넘기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자기만 편 하려고 남을 헤치는 이기적인 감정이 돼 버린다. 게다가 겨울에 날씨가 추워지면서 체온유지에 에너지가 많이 쓰이게 되는데 이때 과로되기 쉬운 심장에 공포와 두려움은 악영향을 주게 된다. 그러므로 겨울철에 약해지기 쉬운 심장에는 마음을 따듯하게 해주는 소소한 기쁨과 더불어 한의원에서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뜸과 건부항 치료도 좋고, 매식사후 코로만 숨 쉬는 걷기운동도 도움이 될 것이다.

겨울철 심장병 예방을 위해서 공포와 두려움이란 감정의 치유방법을 분노와 혐오에서 찾기보단 기쁨과 웃음의 공유에서 찾으면 좋겠다. 혐오는 또 다른 혐오를 낳고 웃음은 또 다른 웃음을 낳기 마련이니 이왕이면 좋은 방법을 선택했으면 한다. 그것이 더불어 함께 잘사는 대동(大同) 세상을 지향했던 우리 민족의 본성에도 어울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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