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정말 좋은 거예요”
“희망은 정말 좋은 거예요”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19.01.06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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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토정비결(土亭秘訣)’을 보는 사람이 있을까.

올해 나의 운()은 어디에 있고, 우리 집 운세(運勢)는 어떨까.’

기대 반 긴장 반으로 맞는 새해 아침에, 이 비결서를 펼쳐보던 시절이 그리 오래지 않았다. 건강운, 승진운, 사랑운, 재물운까지 다 있다. 덕담을 주되 희망처럼, 경고를 해주면서도 모나지 않은 표현이 마주하는 이를 편안하게 했다.

이제는 이 중의(重義)와 상징, 비약(飛躍)이 넘치는 비결서를 굳이 찾을 필요가 없다. 신문만 봐도 웬만큼은 다 안다. 매일 오늘의 운세를 알려주는 페이지도 신문마다 끼어있다. 그 뿐인가. 신문은 새해 경제가 2%대 저성장을 예고하는 각종 지표들을 전하고 있다. 또 현장 보도에서는 희망은커녕 벼랑에 선듯 새해가 두렵다는 자영업자들의 좌절을 보게 된다. 신년 덕담 조차 조심스럽기만 하다.

 

올해는 사정이 어려워져서인지 각급 기관·단체의 신년사에 희망이라는 단어가 유독 눈에 많이 띈다. 그 희망이란 것이 한갓 수사(修辭)로 가득찬 꿈같은 말이라고 해도 사람들은 믿고 따르고 싶어할 것이다. 현실이 고단하면 할수록 더욱 그렇다. 12년마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돼지띠건만 유난히 강조하는 것도 그런 때문이리라.

황금돼지 띠올해 아이를 낳으면 재물운이 그만이라고 배가 분 임산부들에겐 덕담이 쏟아진다. 커다란 황금돼지를 그려놓은 그림도 잘 팔린다.

하지만 역술가들은 황금돼지의 해는 아무 근거가 없는 황당한 얘기라고 말한다. ‘삼겹살데이빼빼로데이처럼 과대포장된 측면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반론도 있긴 하다.

어쨌든 한 가지 다행이라면 출산을 기피하는 우리 사회에 베이비붐이 일어났으면 하는 희망이다. 무엇보다 출산율 저하로 고민하는 정부가 황금돼지띠 아이들을 애타게 기다릴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다. 2007년 정해(丁亥). 그 해에도 황금돼지해로 부르며 운수 대통한 자식을 낳을 수 있다는 말이 퍼졌다. 그 해에 전년도보다 출산율이 10%나 상승했다는 통계가 있다.

 

뭐든 마음 먹은대로 다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마음도 안 먹은 일이 되는 법은 더 더욱 없다. 세상은 생각의 속도로 변하고, 가짜약도 진짜라고 믿고 먹으면 병이 낫는다는 플라시보 효과도 있다. 희망을 품고 마음을 먹다보면 정말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모른다.

우리는 세상사에 속고 살다보면 절망 앞에서 너무 쉽게 무릎을 꿇곤 한다. 너무 쉽게 희망이라는 끈을 놓아버리는 것이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가 얘기한 것 처럼 사람은 희망에 속는 게 아니라, 절망에 속는다고 한다. 그래서 희망과 절망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걸까. “절망이 약한 자에게는 장애물이지만 강한 자에게는 징검다리라는 역사 비평가 칼라일의 말도 같은 의미가 아닌가 싶다. 희망이란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다시 일으키기 어렵다. 우리가 올해 해야할 일은 사랑하는 이들에게 스스로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난히 동트는 아침해를 좋아한다. ‘꽃은 색과 향기로 이야기하고, 태양은 우리에게 빛으로 말해 준다고 하니까. 언제나 보는 태양이지만 새해 초에 새빨갛게 떠오르는 아침 태양을 보니 부쩍 힘이 솟는다.

그렇다. 새해 태양빛에는 무언가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에너지가 충만해 있는 것 같다. 올해는 작은 일에 쉽게 위기를 느끼고 절망하는 일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하겠지.

어쩌면 우린 스스로 위기를 만들고 이를 더 두려워하는지도 모른다. 자신을 돌아볼 여유를 찾지 못하고 조급해하며 주위를 원망하는 것은 허튼 일이다.

험한 바다가 훌륭한 선장을 만들고, 시냇가의 돌이 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 같지만 기실은 냇물의 노래를 만든다는 얘기도 한 번쯤 새겨봄직하다. 다음 달 초 설날까지는 신년 희망가가 계속될 것이다.

오늘은 영화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 앤디의 말이 생각난다.

기억해요 레드, 희망은 정말 좋은 거예요. 그리고 좋은 건 결코 사라지지 않아요.”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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