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대초원 너머 거대 산맥을 향하다
광활한 대초원 너머 거대 산맥을 향하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1.0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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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바람의 고향, 초원의 나라 몽골
우리말의 고향 알타이를 가다(1)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홉드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본 몽골알타이 산맥. 마치 거대한 동물의 척추 모양으로 뻗어 있다.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홉드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본 몽골알타이 산맥. 마치 거대한 동물의 척추 모양으로 뻗어 있다.

러시아에서 뻗어 내린 알타이 산맥은 몽골 영토 안에서는 몽골알타이 산맥이라 부릅니다.

몽골의 서부와 서남쪽에 위치한 바얀울기, 홉드, 고비 알타이, 바얀흔골, 우믄고비 아이막(우리의 도에 해당하는 행정 단위) 5개 지역에 걸쳐 서북쪽에서 동남쪽으로 비스듬하게 자리 잡고 있답니다. 이 산맥 때문에 몽골의 지형은 동쪽이 낮고 서쪽이 높다고 합니다.

몽골을 두 번째 갔을 때 야생화를 부지런히 찍고 있는 제 모습을 본 한 교수가 몽골 야생화를 많이 찍으려면 알타이 산맥을 종주해보세요. 수많은 야생화가 온 산을 덮고 있어 장관입니다라고 알려줘 다음 해 여름 바로 알타이 산맥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1991년 첫 번째로 몽골을 다녀온 후 매년 여름이면 한국몽골학회를 따라다니며 칭기즈칸의 흔적을 비롯한 많은 지역을 돌아다녔답니다.

끝도 없이 넓은 몽골 초원을 때로는 며칠씩 달려 찾아간 유적지에서 몽골 삶의 모습과 언어, 풍습 등 제주 문화에 영향을 끼친 것들에 대한 조사를 함께 하기도 했습니다. 몽골의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몽골 사람의 삶에 관심을 두고 사진에 담았습니다.

20007월 테르힝 차강노르를 다녀왔더니 몽골 친구 울찌가 홉드행 비행기 표를 구할 수 있고 홉드에도 아는 사람을 수소문해 뒀다고 이야기하자 비록 사전 준비를 하지 않았지만 일단 알타이산맥을 가보자 결심하고 친구 박훈규, 강영봉 교수와 함께 길을 나섰습니다.

등산 장비는 갖췄으니 식량만 준비하면 되겠지 하고 무모할지도 모를 길을 나선 우리 일행은 마침내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몽골 풍경을 찍기 위해 바삐 비행기를 탔는데 좌석번호가 의미가 없습니다. 아무 데나 앉으면 된다고 합니다. 아무튼 덜컹거리는 비행기는 2시간을 이동하더니 토송체렝이란 도시에서 30분을 머문답니다.

잠시 정차(?)했던 비행기는 다시 홉드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서부 몽골 지역은 가끔 숲이 우거진 거대한 산림지대가 나타나 놀라움을 선사했습니다. 산림지대를 벗어나니 메마른 초원과 산이 이어지더니 서서히 모래벌판이 나타납니다. 바로 알타이 고비라고 합니다. 마치 벨트를 이룬 듯 알타이 고비는 길게 뻗어 있습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사막지대가 계속되다가 중간중간 강이 나오고 다시 사막 너머에 마치 오아시스처럼 파란 호수가 보입니다.

강과 늪지대가 계속되더니 하라 호수(검은 호수)가 나옵니다. 검은 색인지 푸른 색인지 모를 물빛인 데다 주변의 산과 벌판은 풀 한 포기도 없어 을씨년스러운 모습입니다.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본 하라 호수(검은 호수)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본 하라 호수(검은 호수)

마침내 홉드공항에 도착하자 비행기 창 너머로 멀리 만년설이 쌓인 산이 보입니다. 무사히 도착했으나 나중에 돌아갈 비행기 표를 구하기 위해 공항에서 1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습니다.

몽골에서 특히 지방에서 비행기 표를 사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할 정도로 어렵다고 합니다. 다행히 우리 일행의 비행기 표는 잘 처리돼 한시름 놓았습니다.

점심을 먹고 오늘 숙박 예정지인 하라 호수로 출발했는데 울란바토르와 홉드는 1시간가량 시차가 있다고 해 일정이 촉박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미리 듣기로 하라 호수는 모기가 엄청나게 독해 말들도 이 호수를 피해 다닌다고 합니다. 그런 곳에서 과연 숙박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뒤로하고 우리 일행은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가끔 패이기는 했지만 포장된 도로를 달리다가 도시를 벗어나니 먼지가 뽀얗게 날리는 비포장도로가 나타납니다. 그렇게 1시간을 차로 달려 목적지인 하라 호수에 도착했습니다.

호수 부근 게르(Ger)에서 머물 예정으로 이곳에 왔지만, 막상 도착하고 보니 나무 한 그루 없이 삭막하기만 하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어디서 날아왔는데 수많은 모기떼가 달려듭니다.

1박을 할 예정으로 하라 호수에 도착했으나 모기떼가 달려들어 사진도 제대로 못 찍고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호수 주변에는 수많은 양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우리 일행은 결국 하라 호수를 뒤로 하고 홉드로 돌아가 1박을 했다.
1박을 할 예정으로 하라 호수에 도착했으나 모기떼가 달려들어 사진도 제대로 못 찍고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호수 주변에는 수많은 양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우리 일행은 결국 하라 호수를 뒤로 하고 홉드로 돌아가 1박을 했다.

결국 사진 한 장 찍지 못하고 도망쳐 나왔습니다. 몇 년 전 내몽골 왕궁 유적지를 찾았다가 모기에 물려 팔과 얼굴이 퉁퉁 부어 며칠을 고생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이곳에서 잠을 잤다가는 계속 모기떼에 시달릴 생각을 하니 소름이 끼쳐 결국 얼른 홉드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홉드는 생각보다 큰 도시는 아니지만, 알타이 산맥을 종주하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모든 준비를 마친다고 합니다. 여기를 벗어나면 큰 도시가 없어 물건을 살 수 없어 식량, 특히 식수를 꼭 챙겨야 한다고 합니다.

다행히 시장에는 다양한 먹거리가 마련돼 있어 우리 일행이 필요한 것들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몽골은 육고기를 제외하고 식수에서부터 쌀, 채소 등 대부분의 식자재를 수입에 의존한다고 합니다.

우리 일행은 식량과 식수 등의 준비를 마치고 다음 날 일찍 알타이 뭉흐하이르항을 향해 길을 나섰습니다. 뿌연 먼지가 날리는 몽골 초원을 차로 한참을 달리더니 커다란 바위가 있는 곳에 멈춰 세웁니다. 이곳 바위 동굴 안에 옛 벽화가 있으니 보고 가자고 합니다. 크지 않은 동굴 속으로 들어갔으나 벽화가 있다는 곳은 흔적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돼 있었습니다. 더 둘러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한시라도 빨리 알타이 산맥으로 가고 싶어 다시 길을 재촉했습니다. <계속>

몽골 초원을 달리다가 본 오보(서낭당)
몽골 초원을 달리다가 본 오보(서낭당)

<서재철 본사 객원 기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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