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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펴내는 이들의 ‘선한 마음’을 읽다
책 펴내는 이들의 ‘선한 마음’을 읽다
  • 제주일보
  • 승인 2019.01.0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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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추천하는 이달의 책] 출판하는 마음

 

출판하는 마음은 작가 은유가 출판업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집이다.

작가는 글을 쓰고, 독자는 책을 읽는다. 그러나 글이 곧 책은 아니다. 글이 책이 되기 위해서는 출판이라는 과정을 거쳐야한다. 이 책은 그 출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야기한다. 편집자, 저자, 번역자에서 북디자이너, 제작자, 마케터, 온라인서점 MD, 서점경영인 그리고 1인출판사 대표까지 출판 각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10명의 인터뷰를 통해 책과 출판의 의미를 돌아본다.

책을 넘기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지나치는 페이지가 있다. , , 발행인 같은 낯선 단어와 누군지 모를 이름들이 새겨져 있는 그곳을 판권면이라고 한다. 상품의 제품정보 표시란과 같은 이 페이지를 눈여겨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는 흔히 책은 작가 일인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책 특히 상업출판물은 분업과 협의를 통해 얻어진 공동체의 결과물이다. 책은 철저한 기획, 세심한 원가 설정, 돋보이는 디자인과 과감한 마케팅 전략 등 전문적인 분업으로 만들어지고 판매된다. 판권면은 그 숨겨진 수 많은 노동을 소박하게나마 기념하는 페이지인 것이다.

그러나 판권면에 적힌 단 몇 글자만으로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들어가는 치열한 노동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열악한 노동환경과 높은 이직률, 분업화로 인한 소통의 어려움, 불투명한 데이터 그리고 미성숙한 독서문화 등 출판인들 앞에 놓인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그들은 자기 일에 자긍심과 보람을 느끼지만, ‘힘들지만 그래도 좋아요라고만 말하지 않는다. 대신 출판업계의 명과 암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인터뷰에서 그들은 한숨 섞인 푸념을 하기도 하고, 좀처럼 나아질 것 같지 않은 출판시장의 현실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리고 출판인으로서 가져야 할 사명감에 대한 고민도 털어놓는다. 책은 한 때 책의 정신혹은 책이 가진 공적 역할만으로도 그 가치가 결정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책은 상품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상품은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생산되고, 많은 이윤을 남길수록 상품가치는 올라간다. 아무리 좋은 책을 만들어도 팔리지 않고 읽히지 않으면 좋은 책은 될지언정 좋은 상품은 될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책에 대한 엄숙주의를 털어버린다.

스스럼없이 출판을 장사라고 규정하며, 대중의 욕구와 시대적 요구에 맞는 잘 팔리는 책을 내놓기 위해 애쓴다. 책의 사회적 가치와 상품적 가치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내는 것은 이 시대 출판인들에게 던져진 묵직한 과제이다.

출판하는 마음은 출판인들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통해 무조건적으로 책을 신성시하고 출판을 경외하는 선입견을 깨부순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그들의 진심이 느껴진다. 그들이 마주한 출판업계의 현실은 열악하고, 어깨에 짊어진 출판의 무게는 무겁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고군분투하는 이유는 결국 손수 만든 책이 세상에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때문이다. 책이 독자들의 손에 들리고, 책을 읽는 동안 독자들에게 그 마음이 오롯이 전해지기를 바라는 것이 그들의 출판하는 마음이다. 이 책을 통해 그 선한 마음이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

<김도연 제주도서관 사서>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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