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도정의 ‘가치 있는 결과’
원 도정의 ‘가치 있는 결과’
  • 정흥남 논설실장
  • 승인 2019.01.03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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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우리사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말을 각자의 가슴에 새기고 지냈다. 다름 아닌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다. 말 그대로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뒤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는 뜻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적지 않은 학생들의 책상 앞엔 이 글귀가 자리한다.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기회 있을 때 마다 이 말을 곱씹으면서 자신을 타이르고 또 다짐한다.

요즘 이 말의 무게는 예전과 같지 않다. 결과 중심의 성공문화 때문이다. 과정을 중시해 온 과거 전통의 퇴색 또한 한 몫 했다.

우리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연 초 사회 곳곳을 짓누른다. 제주라고 예외가 아니다. 특히 내부 기반산업이 취약한 제주는 국내 어느 지역보다 국내경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는 제주의 맏형 산업인 관광산업과 무관치 않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에 대해서는 대부분 2% 중반 대 또는 초반 대를 예상한다. 말 그대로 저성장이다. 개인이든 조적이든 저성장에서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게 상례다. 수입이 위축되다 보니 지출의 축소로 이어지는 게 당연하다.

그렇다면 제주경제의 맏형인 관광산업이 위축될 가능성이 어느 때 보다 높다. 그렇게 되면 제주경제 전반에 그림자가 드리워질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지방정부 제주도 역할 중요

국민의 안전을 보호 하고, 또 국민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기본적인 토양을 조성하는 것은 정부의 기본 책무다. 물론 정부가 나서 개인적 삶 까지 책임질 수는 없지만, 적어도 사회구성원들이 안정적으로 생활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돕는 게 존재의 이유다.

사회구성원인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사회를 외부의 침입 또는 공격으로부터 방어하는 것을 중앙정부의 주 역할이라고 한다면 지방정부는 사회 구성원들에 대한 밀착형 지원이 주 임무다.

물론 국가라는 거대 결사체는 외부의 간섭이 없더라도 결국은 옳은 방향으로 나가게 마련이지만, 그 과정에서 부침은 끊임없이 되풀이 된다. 그리고 그 때 사회 구성원은 크게 흔들린다.

이 때문에 외부환경이 어려울 경우 사회 구성원은 싫든 좋든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게 된다. 지방정부는 한편으로 보면 지역에서 가장 큰 조직인 동시에 가장 많은 예산을 보유한 거대 결사체다.

경제가 어려워진다면 재정을 풀거나 다른 방법을 동원해 경제를 떠받칠 의무가 있다. 나아가 구성원들이 맞이하게 될 다양한 상황을 예측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을 만들어 집행해야 한다. 결과를 보기 전에 차근차근 준비하고 순간순간 마주하는 상황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도민 삶의 질 향상 고민해야

올해는 한편으로 보면 총선을 준비하는 정치의 해다. 이는 필연이다. 대한민국의 시계는 내년 4월 치러지는 21대 총선에 맞춰진다. 싫든 좋든 정치와 경제가 동일 사이클로 돌아가게 된다.

그렇다면 제주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이런저런 지역경제 활성화 구상 또는 계획들이 요란하게 제기되겠지만, 하반기로 넘어가면 경제는 뒷전에 밀리고 그 자리를 정치가 파고든다.

총선에 사실상 모든 것을 걸 수밖에 없는 여당과 야당은 심지어 정부까지 지방에 신경 쓸 여유가 갈수록 좁아진다. 그럴수록 도민들은 자신의 삶의 질이 나아지도록 지방정부에 의지하게 마련이고, 지방정부는 이에 부응해야 한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그제(2일) 직원들에게 “도민들의 응원에 ‘가치 있는 결과’로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원 지사의 이 발언은 한편으로는 정치적 의미도 포함돼 있지만, 내용의 전체를 볼 필요가 있다.

제주사회를 묵묵하게 지탱하고 있는 구성원들에게,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사심 없는 역할을 제주도가 해 주길 바란다. 나아가 ‘가치 있는 결과’와 더불어 ‘가치 있는 과정’까지 기대한다. 충실한 과정 없이 충실한 결과가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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