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조국 위해 일어선 소년, 일본 땅에 '대한 독립' 혼 심다
[신년특집] 조국 위해 일어선 소년, 일본 땅에 '대한 독립' 혼 심다
  • 현대성 기자
  • 승인 2018.12.31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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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유일 생존 독립유공자 강태선 애국지사 인터뷰
"남과 북 화합 이루고, 경제 불황하는 해 돼야" 소망 전해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 자택에서 만난 강태선 애국지사가 건국훈장 애족장 훈장증을 펼쳐 보이고 있다.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 자택에서 만난 강태선 애국지사가 건국훈장 애족장 훈장증을 펼쳐 보이고 있다.

“2019년 기해년(己亥年)은 남과 북이 화합을 이루고, 경제 불황을 극복하는 해가 돼야 합니다”

제주 유일 생존 독립유공자인 강태선 애국지사(94)가 전한 새해 덕담이다.

지난 27일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 자택에서 만난 강태선 애국지사는 “2019년은 일제에 맞서 전 국민이 하나가 된 3·1 운동이 일어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라며 “3·1 운동 등 독립운동의 정신을 이어받아 민족의 단결성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일제의 차별에 맞선 소년

일본에서 독립운동 비밀조직을 만들었던 강태선 애국지사는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아 사카이형무소에서 복역하던 중 광복을 맞아 출옥했다. 사진은 당시 판결문
일본에서 독립운동 비밀조직을 만들었던 강태선 애국지사는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아 사카이형무소에서 복역하던 중 광복을 맞아 출옥했다. 사진은 당시 판결문

 

강태선 애국지사는 1942년 일본으로 건너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 일제의 차별을 몸소 경험했다.

일본인 학생과 작은 다툼이 있었는데, 일본인 교사가 자신을 혼내지 않고 일본인 학생에게만 훈계를 한 것이다.

강태선 애국지사는 “당시 일본인 교사가 일본인 학생에게 ‘내선일체(일본과 조선은 한몸이라는 뜻으로, 1930년 일제가 전쟁 협력 강요를 위해 취한 조선 통치 정책의 표어)를 추구하는 황국신민이 차별을 하면 되느냐’고 다그쳤다”며 “그 사건 이후로 우리 민족이 왜 일본에게 지배를 받아야 하는 지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태선 애국지사는 “어떻게 하면 우리 민족이 강해질 수 있을까 고민하던 자체 영국의 식민 지배에 맞서 비폭력 독립운동을 전개하던 마하트마 간디의 자서전과 중국 저우푸아히(周佛海)가 쓴 ‘삼민주의’를 읽으면서 독립 운동을 펼쳐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며 “주권 없는 나라, 나라 없는 백성의 설움을 느끼며 반드시 조국의 독립을 이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학교를 졸업한 후 신문을 배달하던 18세 소년 강태선 애국지사는 같이 신문을 나르던 동료 등을 중심으로 독립 운동을 위한 비밀 조직을 만들었다.

강태선 애국지사는 신문을 배달하며 한국인을 만날 때면 “일본의 전쟁에 동원되서 죽느니,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이 낫지 않느냐”며 설득해 조직을 키워 갔다.

지나치게 열심히 동지를 모은 탓일까. 곧 비밀조직의 정체가 일제에 드러나고 강태선 애국지사는 일본 경찰에 체포돼 모진 고문을 겪으며 옥고를 치르게 된다.

강태선 애국지사는 “신문사에 형사 둘이 들이닥치더니 경찰서로 끌려가게 됐다”며 “부타고야(ぶたごや, 일본어로 돼지우리라는 뜻)라고 불리는 유치장에 일주일 있었더니 경시청에서 와 ‘여운형을 아느냐’, ‘박열과 그 부인을 아느냐’ 등을 캐묻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강태선 애국지사는 “일제는 진술을 받는 과정에서 몽둥이로 나를 때리고, 손가락 사이에 펜을 집어넣고 누르고, 고개를 젖히고 코에 물을 넣고, 허벅지 밑에 각목을 넣고 (이것이) 부서지도록 허벅지를 때리는 등의 고문을 했다”며 “고문에 시달려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면 일주일 동안 가만히 내버려 두다 다시 또 고문을 하고 그런 생활이 3개월간 반복됐다”고 말했다.

강태선 애국지사는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사카이형무소에서 복역하던 중 광복을 맞아 출옥했다.

정부에서는 그의 공훈을 기려 1982년 대통령 표창을 수여했다. 1990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강 애국지사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서훈했다.
 
■ “3·1 운동,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강태선 애국지사는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교과서 편찬과 관련해 일어났던 건국절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강태선 애국지사는 “1948년 8월 15일에 대한민국이 건국됐다고 하는 주장은, 1919년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무시하는 주장”이라며 “건국절 논란으로 독립운동가들의 노력이 퇴색된 것 같아 아쉬웠다”고 피력했다.

강태선 애국지사는 이어 “피와 땀으로 이 나라의 독립을 쟁취한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을 이어받기 위해서는 올바른 교육이 필수”라며 “특정인들의 사상으로 한국의 근·현대사를 마음대로 만들고, 그 역사를 교육해 국가를 분열시키려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태선 애국지사는 “감옥에 있다 풀려나서 고향에 와 보니, 독립운동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며 “이 같은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며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강태선 애국지사는 “젊은 사람들이 옳고 그름을 올바르게 분별할 줄 알아야 하고, 나라는 젊은 사람들이 올바른 분별력을 갖도록 교육해야 한다”며 “사람의 근본을 이루는 것은 교육”이라고 덧붙였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일본의 인정과 사과가 먼저”
강태선 애국지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도 일본의 진정한 사과가 먼저라고 강조했다.

강태선 애국지사는 “일본이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후 사과하고, 피해자들이 그 사과를 받고 배상을 논의하는 것이 순서”라며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의 태도가 답답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강태선 애국지사는 이어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가 사과하고 배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수한 한민족…분열 아닌 단결 필요해”
강태선 애국지사는 “1936년 베를린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손기정과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을 한 최승희 무용가 등 한민족은 일제의 수탈과 억압을 받으면서도 예술·체육·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냈다”며 “한국 사람들이 뛰어난 민족성을 가지고 있지만,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면 단결성”이라고 지적했다.

강태선 애국지사는 “전 국민이 하나가 돼 일어났던 3·1 운동 100주년을 맞은 뜻깊은 해에는 우리 민족이 분열이 아닌 단결의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며 “새해에는 남과 북의 분열이 해결되고 팍팍한 삶으로 곳곳에서 터지는 갈등이 아물기를 기원한다”고 말을 마쳤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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