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9년 만에 피의자 구속…증거는 결국 ‘실오라기’
[종합] 9년 만에 피의자 구속…증거는 결국 ‘실오라기’
  • 고경호 기자
  • 승인 2018.12.21 22: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찰, 어린이집 보육교사 살인사건 피의자 박모씨 21일 구속
지난 5월 영장기각 이후 ‘섬유 미세조각’ 증거력 제고에 집중
어린이집 보육교사 살인사건 피의자 박모씨가 21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제주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 살인사건 피의자 박모씨가 21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제주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제주 장기 미제 사건인 ‘어린이집 보육교사 살인사건’의 피의자를 9년 만에 구속할 수 있었던 증거는 결국 ‘실오라기’였다.

제주지방경찰청은 2009년 2월 1일 새벽 어린이집 보육교사 이모씨(당시 27·여)를 살해한 후 사체를 유기한 혐의(강간살인 등)로 당시 택시기사였던 박모씨(49)를 21일 구속했다.

지방청 미제수사팀은 지난 2016년 2월부터 어린이집 보육교사 살인 사건을 재수사해왔다.

사건이 발생한 2009년 당시에도 경찰은 박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었지만, 박씨가 부검의로부터 추정된 이씨의 사망 시간에 확실한 알리바이를 갖고 있어 검거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지방청 미제수사팀은 올해 1~3월 동물 사체 실험을 실시해 이씨의 사망 추정 시간을 ‘실종 당일인 2009년 2월 1일 새벽 3시부터 이틀 이내’로 재설정했다.

또 경찰은 박씨의 옷과 택시에서 사망 당시 이씨가 입고 있었던 옷과 같은 종류의 섬유 조각을 발견해 사건 발생 9년만인 지난 5월 16일 박씨를 강간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그러나 법원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체포 3일 만에 박씨를 풀어줘야 했던 경찰은 6월부터 프로파일러 및 전문 수사관 등을 보강해 다시 수사를 이어갔다.

특히 경찰은 ‘섬유 미세증거’에 대한 증거력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지난 5월 구속영장 신청 당시 경찰은 이씨가 입고 있던 외투에서 발견된 박씨의 섬유 조각과 박씨가 입고 있었던 셔츠에서 발견 된 이씨의 섬유 조각을 증거로 제출했었다.

하지만 구속영장 기각 후 보강 수사에 나선 경찰은 이씨의 외투와 치마, 가방에서 발견된 박씨의 섬유 조각과 박씨가 운전했던 택시의 트렁크, 뒷좌석, 뒷좌석 바닥, 운전석에서 발견된 이씨의 섬유 조각을 확보했다.

경찰은 “택시 운전석은 기사만 앉기 때문에 여기에서 이씨의 섬유 조각이 발견됐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며 “박씨와 이씨 간의 물리적인 접촉이 있어야만 운전석에 이씨의 섬유 조각이 묻을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박씨와 이씨에게서 발견 된 서로의 섬유 조각들과 발견 당시 이씨의 사체 상태는 ‘물리적 접촉’에 대한 개연성을 높였다.

경찰은 “이씨는 발견 당시 외투를 입고 있었는데 옷으로 덮여있던 어깨 부위에서도 박씨의 섬유 조각이 발견됐다”며 “특히 이씨의 사체에는 저항의 흔적이 남아 있었고, 각자의 섬유 조각들이 서로에게 묻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둘 간의 물리적인 접촉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얘기했다.

끈질긴 수사를 벌인 경찰은 보강된 증거를 갖고 18일 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했다.

임대호 제주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1일 오후 3시부터 박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벌여 이날 오후 8시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임 부장판사는 “사안의 중대성과 도주 우려, 지난 5월 구속영장 기각 이후 범죄 혐의를 소명할 증거가 추가된 점 등을 고려했다”며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경찰은 검찰과 협의해 빠르면 이달 중 박씨를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