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초월한 강인한 개척정신...제주 자긍심 높이다
시대 초월한 강인한 개척정신...제주 자긍심 높이다
  • 김현종 기자
  • 승인 2018.12.20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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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제주인 특별 기획 20) 불굴의 제주인
제주인 DNA 특유의 장인.도전 정신에 애향심.헌신.봉사 남달라
역경 딛고 글로벌 제주로 비상...정신적 지속 계승 거버넌스 필요

‘시대를 뛰어넘어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면서 제주 섬의 역사를 만들어온 제주인들의 뿌리와 정신은 무엇인가.’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변방의 섬 제주. 그 속에서 삶을 이어온 제주인(濟州人)들은 지리적으로 불리한 자연 여건 등에 맞서 독특한 공동체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발전하는 역사를 만들어왔다.

이 같은 역사 속에는 예로부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불굴의 의지와 선구자적인 개척정신 등으로 함축되는 제주인의 DNA가 흐르고 있다.

내면적으로 끈질김과 강함을 보유한 제주인의 DNA는 거친 풍파와 역경을 이겨내는 원천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시대를 뛰어넘어 제주의 진정한 가치와 제주다움의 진가를 인정받는 원동력으로 이어져오면서 지속적으로 계승해야 할 귀중한 유산으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올해에도 본지가 각계에서 제주인 정신을 이어온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인물을 재조명하거나 발굴하는 ‘제주&제주인’ 프로젝트를 추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주 출신뿐만 아니다. 오늘의 제주가 있기까지 헌신한 제2의 제주인 역시 함께 사는 제주도민으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높이게 만드는 주인공들이다. 올해 기획 보도된 인물들을 통해 제주인 정신의 의미를 정리해본다.

▲역사 속 제주인
13세 어린 나이에 일본 오사카로 건너가 모진 역경을 딛고 기술을 익혀 8개의 회사를 거느린 유기화학 그룹을 일군 재일제주인 기업가 안재호(1915~1994)는 아직도 고향 가시리에서 신화적인 인물로 존경받고 있다.

그의 남다른 애향심에서 비롯된 지원금은 제주 발전을 이끈 밑거름이었다.

폭풍의 화가 변시지 화백(1926~2013)은 황톳빛 ‘제주화’를 창조해 붓으로 제주를 세계에 널린 알린 독보적인 예술가로, 세계 100대 화가로 선정될 만큼 국제적으로도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그가 강조했던 제주인의 정체성은 ‘척박한 환경을 이겨낸 강인한 정신’이었다.

시대를 앞섰던 선각자 고수선 선생(1898~1989)은 제주 여성 독립유공자 서훈 1호이자 도내 최초의 여성 의사·정치인은 물론 교육가, 사회사업가 등의 길을 걸어온 역사적 인물이다.

한 편생 조국과 지역을 위해 봉사해온 그는 후대에게 헌신 정신을 일깨워주고 있다.

60여 년간 제주의 돌 현무암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장공익 석공예 명장은 이제는 전설로 남은 ‘돌하르방 장인’으로, 제주색을 담아낸 작품으로 세계에 제주를 알리면서 장인 정신을 돌아보게 만들고 있다.

▲현재의 제주인
포기를 모르는 불굴의 개척정신으로 황무지를 자연 관광공원으로 만든 한림공원 창시자 송봉규 명예회장(88)은 향토자본에 의한 관광개발 선구자로서 “제주다움이 반드시 지켜야 할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20대 후반 미국으로 건너가 패기 하나로 바닥부터 시작해 가구 판매업으로 성공한 이종실 남가주 제주도민회 고문(68)은 고향 청년들에게 “망설이지 말고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현대자동차 그룹에 샐러리맨으로 입사한 후 실력을 인정받으며 부회장 등 전문경영인(CEO) 반열에 오르며 성공신화를 일궈낸 김창희 ㈜비엠아이 회장(65)은 “글로벌 제주인 네트워크로 더 큰 제주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36년간 정부 조직에 몸담아 전자정부시대를 이끌고 로봇산업 진흥을 이끈 정경원 전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61)은 “IT와 1차산업을 접목시킨 제주 주력산업 육성”을 주문했다.

제주지역의 대중교통 및 관광산업 발전에 동반자 역할을 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는 강재업 삼영교통·일출랜드 회장(77)은 “제주인에 대한 애정”을 역설했다.

제주 출신 기업인으로 울산에서 IMF 위기를 극복하며 강소 제조업을 키운 문봉만 원우ENG 회장(64)은 “어려움과 끝까지 맞서는 제주인의 도전정신이 성공비결”이라고 밝혔다.

▲차세대 제주인
오페라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인정받아 세계무대를 감동시키고 있는 소프라노 강혜명(41)은 제주가 낳은 프리마돈나에 걸맞게 “아시아의 오페라 중심지 제주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피력했다.

한겨레신문 시사만화가 출신으로 대하역사만화를 개척한 박시백 작가(54)는 치열한 역사의 흐름과 인물들을 세밀하게 재조명하면서 제주인의 열정을 이어가고 있다.

인기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등을 발굴하며 한국 인디음악을 이끌고 있는 고건혁 붕가붕가레코드 대표(38)는 “제주만의 소울을 살린 아시아음악 허브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의 푸른 바다를 보며 키운 영화적 상상력으로 ‘써니’ 등 흥행작을 만든 강형철 감독은 “신작 ‘스윙키즈’를 통해 4·3을 겪은 도민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기 바란다”고 소망했다.

▲제2의 제주인
비록 제주 출신은 아니지만 제주에 장기간 거주하면서 제주인의 정신을 일깨워주거나 봉사한 인물이 적지 않다. 이들 역시 제2의 제주인으로 재조명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시돌목장 개척과 지역 주민을 일깨워 농촌 부흥이라는 기적을 이룬 후 제주에서 눈을 감은 맥그린치 신부, 반세기동안 제주에 거주하면서 관광수익 선순환 모델 실현과 나눔 경영을 실천한 고(故) 더스틴 전 김녕미로공원 대표 등은 영원한 귀감으로 남은 제주인이다.

오름과 바람 등 제주 자연의 속살을 필름에 담아 세상에 알린 바람의 사진가 고(故) 김영갑, 나비 채취를 위해 찾은 제주에 매료돼 방언·문헌 등을 연구하며 제주학 기틀을 쌓은 나비박사 고(故) 석주명 선생 등도 제주의 가치를 일깨워준 개척 제주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제2의 고향인 제주에서 황무지를 개간해 세계 최고의 정원을 일군 성범영 생각하는 정원 원장(81)은 “가장 제주적인 게 미래 경쟁력”이라며 ‘제주다움’을 잃지 말 것을 주문했다.

▲에필로그
시대를 떠나 제주라는 섬 속에서 거친 삶을 살아온 제주인들은 거친 풍파와 굴곡진 고난에 부딪힐 때마다 좌절보다는 불굴의 정신과 슬기로운 지혜로 역경을 이겨내 왔다.

이 같은 노력과 저력에 힘입어 이제 제주는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주목받는 ‘글로벌 제주’로 나래를 펴고 있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다시 기회와 위기라는 변곡점에 놓인 제주와 제주인에게는 지속가능한 미래 설계라는 과제가 놓여 있다.

해법 모색의 출발점은 ‘제주인 정신’이다. 도민들의 긍지와 자부심을 높이면서 역량을 결집해나갈 원동력이자 구심체로서 제주인 정신을 이어나갈 거버넌스 구축이 절실해지고 있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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