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은 과연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가
교육청은 과연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가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8.12.19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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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후 1시 46분 기자의 휴대전화에 강원도에서 대학생 10명 중 3명이 사망하고 7명이 의식이 없다는 연합뉴스 속보가 올라왔다.

순간 ‘또 사고가 났네’라고 생각했다.

이후 오후 2시 1분 ‘강릉 펜션셔 대학생 단체숙박 중 3명 사망, 7명 의식불명’이라는 2보가 이어졌다.

그런데 8분 후 ‘“강릉 펜션서 3명 사망ㆍ7명 의식없어”…수능 끝낸 학생들 추정’이라는 3보가 올라왔다.

13분 후 ‘강릉 펜션사고는 서울지역 남 고3생들…4명 사망ㆍ6명 의식없어’라는 속보가 이어졌다.

순간 기자의 뇌리에는 수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가장 가깝게는 고 3과 중 3인 기자의 아이들이 떠올랐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끝낸 첫째는 수능이 끝난 후 주말부터 지금까지 논술전형과 면접전형을 치르느라 학교 출석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고3은 그렇다고 치지만 중3인 둘째의 경우에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내신 100%로 고등학교 입학을 결정해야 하는 둘째는 지난달 27일 기말고사를 끝낸 후 진정한 휴가(?)를 맞고 있다.

이번 강릉 참사와 같이 수능이 끝난 고3생들의 학사일정에 대한 이야기는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수능이 끝난 고3 교실의 파행은 파행이라고 이야기할 수준은 지났다.

제주만이 아니라 전국 모든 고교에서 수능 이후 고3 학생들에 대한 지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번 학생들의 참사도 이와 같은 제도의 모자란 점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8일 “학생들이 개인 현장체험학습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고, 교사나 부모 등 인솔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밝혔다. 방학식(1월 5일)을 3주 정도 앞둔 시점이었다.

현장체험학습은 학생ㆍ학부모가 신청하면 학교장의 허가를 받아 교외 체험학습을 수업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학생 당 1년에 최대 20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사전에 신청서를 반드시 내야 하고, 체험학습을 다녀온 후 보고서를 제출해야 출석으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수능을 앞둔 고3생들은“평소에 아껴뒀다가 수능 이후에 사용한다”는 이야기가 정설이다.

수능이 끝난 이후 고3 교실은 할 일없이 시간만 때우는 곳이 됐기 때문이다.

교장의 재량에 따라 단축수업을 하는 고교가 많지만, 학생들은 그조차도 버티기 힘들어한다. 뚜렷한 목표 없이 하루 종일 자습하거나 영화를 보는 등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서다.

최근에는 등교를 피하기 위해 가짜 현장체험학습을 지어내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친척집에 방문하거나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온 후 “현장학습을 다녀왔다”고 보고서를 제출하는 식이다.

제주는 내년 고입이 내신 100%로 결정됨에 따라 기말고사를 일찍 끝낸 중3 학생들까지 이런 과정을 거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도입됐기 때문에 준비가 안 됐을 수도 있지만 중3 학생들이 이번 달에 고3과 똑같은 과정을 거치는 것은 아닌라고 생각한다.

학교 현장에서도 이 문제가 부각되고 있지만 공론화는 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중3을 맡고 있는 담임 교사들은 그 가운데에서 많은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확인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이런 문제에 대한 고민을 했는지 묻고 싶다. 고3은 전국적인 문제라고 하지만 중3에 대한 고민은 과연 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공교육 정상화에 대한 도교육청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무조건 공감한다. 그렇다면 입시를 끝낸 학생들에 대한 공교육도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학사일정에 대한 준비가 안 됐다면 차라리 졸업식이라도 빨리 하는 게 낫지 않나 싶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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