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 문단 2집을 내놓으며
우도 문단 2집을 내놓으며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2.18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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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선 수필가

우도 문단 2집을 펴냈다. 돌이켜 보면 해마다 낸다는 일은 특별한 사명감이 없다면 포기하고 말 일이다. 섬 속의 섬 우도에서 문학지를 연속으로 만들어 내기도 처음이라 한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 나갔으면 한다. 어려움이야 왜 없을까.

제주도의 부속 섬으로만 알던 시절부터 여러 차례를 방문하였지만, 지금에 와선 느낌이 다르다. 우도남훈문학관이 생겼고 나는 그 후에 전달문 선생님과의 인연으로 애정을 학생들에게 쏟게 되었다. 그곳에서는 중학교까지만 다니고 고등학교는 본섬으로 나와야 한다.

3년을 문학 봉사하면서 따뜻한 봄날만 있지는 않았다. 매서운 바람은 겨울에만 불지 않아서 일 년 중 반은 도항선도 발이 묶인다. 올해에는 소라 축제가 바람에 허덕이자 학생들의 전시 작품을 펼칠 수가 없었다. 백일장을 하면서 단축하는 행사가 되었다. 우도 창작 가곡의 밤 행사는 가을로 연기되었다.

처음으로 테너 엄정행 선생님을 모시고 학교운동장에서 치러진 행사는 기획 연출자의 내공이 입증되었다. 더불어 우도남훈문학관 주최로 가을 백일장을 치렀다. 행사장에 학생들의 작품을 이젤에 세우려던 의도는 바람이 허락하지 않았다. 철물점에서 산빨랫줄에 의지하여 겨우 묶을 수 있었다. 작품 하나하나가 소중하였다.

하룻밤을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보았다. 뱃길이 끊기면 마을은 조용하다. 무수히 많게 교통질서를 어지럽히던 삼륜 오토바이도 숨을 죽인다. 별이 유난히 반짝였다. 어두운 밤하늘에 총총히 내려앉다 못해 고깃배 언저리까지 유도등과 벗을 한다. 자연이 주는 때 묻지 않은 공간에서 학생들에게 문학의 꿈을 키워주면 참 좋겠다는 발상을 했다. 우도남훈문학관장을 맡으면서 제주문화예술단체에 찾아가는 문학 놀이 신청을 하면서 문학 봉사는 시작되었다.

처음에 2개 반 동아리 문학 수업이 해를 거듭하면서 올해에는 전교생을 상대로 4개 반 운영을 한다. 선생님과 학부모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문화시설이 없어서 갈 곳이 없는 우도에 문학 수업을 실시하자 학생들은 많은 종류의 상을 거머쥐고 있다.

이제 학생들의 작품과 우도가 낳은 작가들과 제주문인 그리고 멀리 미주 문인까지 글을 보내와서 200페이지가 넘는 책을 내놓게 되었다. 학생들의 인성이 좋아지고 있다는 선생님의 얘기에 중단할 수 없는 길이라 여긴다.

유치원에서 중학교에 이르는 맑고 고운 학생들 얼굴이 떠오른다. 외부에서 행정적인 도움만 봉사하려 했던 마음이 이젠 발목을 잡고 있다.

60년이 넘은 시절부터 전달문 시인의 우도 인연은 변함없이 이어졌다. 이제 불러도 대답 없는 추모 1주기를 맞았다. LA 남태평양 푸른 바다에 산골 된 영과 혼은 우도까지 밀려왔으리라. 우도와 미국의 문학이 이어지기를 바랐고 백일장을 지속적인 행사가 꿈이었던 전달문 시인의 바람은 실천 단계이다. 님은 가고 없지만, 학생들은 남아 해맑은 표정으로 다가온다.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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