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농협본부장 2년을 돌아보며
제주농협본부장 2년을 돌아보며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2.17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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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기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장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는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다른 원인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사와 마찬가지로 조직도 잘 되는 조직은 대체로 4가지를 확실히 가지고 있다. 뚜렷한 비전, 목적 경영, 소통, 교육이다. 지난해 제주농협본부장으로 취임해 2년간 농업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묻고, 앞의 4가지에 주안점을 두고 정신없이 뛰어왔다.

첫째 농협의 공통 비전인 농업인이 행복한 국민의 농협구현이다. 우선 농가 소득을 높여야 했다. 그래서 농가 소득 5000만원 달성을 농협의 당면 과제로 선정해 모든 사업의 초점을 맞췄다.

제주특별자치도와 농정발전협의회를 구성하고 지역본부 및 지역 농·축협별 이행과제를 발굴, 집중 추진했다. 제주산 농산물의 품질과 부가가치를 높이는데 애썼다. 홈쇼핑 등 판매경로 확대도 고심했다. 그 결과 소비지에서 제주산 농산물의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연합판매조직인 제주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의 매출액도 2000억원을 넘어섰다.

또한 농업 경영비를 낮추고, 유통비용 절감과 과잉생산 해소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농협이 공급하는 비료·농약·농기계·종자·사료 등 5대 농자재 가격을 동결하거나 낮춰 농업인의 영농 부담을 줄였다. 일부 과잉 생산 우려 품목은 지자체와 농협이 공동 부담해 시장격리를 하는 등 농산물 가격지지에 온 힘을 썼다. 이런 노력이 더해져 지난해 기준 도내 농가 소득이 광역지방자치단체로는 전국 최초로 5000만원을 넘어섰다.

둘째는 목적 경영이다. 목적 경영은 농협이 존재하는 이유다. 농협의 존재 이유는 농업인이다. 전 임직원의 가슴에 농심을 품고 농업인 곁으로 갈 수 있도록 협동조합이념 교육 기회를 확대했다.

농촌 고령화와 일손 부족, 기후변화에 따른 빈번한 자연재해, 넘쳐나는 수입 농산물 등 앞으로 10년 후에도 제주 농업이 산업으로 존재할 것인가 하는 절박한 심정으로 할 일을 찾았다. 미래라는 시간을 초월해 우리가 찾는 지속가능한 제주 농업의 북극성은 어디인가.

감귤·밭작물 자조금 도입, 농업인력지원센터 설치·운영, 도와 농협의 농기계 플랫폼 사업 추진 기금 200억원 조성 협약, 농작물 재해보험 확대 및 제도 개선, 농산물 가격 안정관리제 도입, 농업가치 헌법 반영 1000만명 서명운동과 청정 제주 농촌 가꾸기 운동 등이 여기에 해당되지 않을까.

셋째는 소통이다. 농협은 이해관계자가 다양하기 때문에 소통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계통 간, 농협과 이해관계자 간 단순한 공감을 넘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했다. ·축협이나 관련 기관단체를 돌아다니며 소통간담회를 수없이 가졌다. 계통 소식지 상방&무뚱을 발간하고 현장에 땀 흘리는 참 농협인의 활동상을 담은 협동조합 사람들을 출간했다. 본부장기 야구대회를 만들어 스포츠를 통한 화합에도 신경 썼다.

넷째는 교육이다. 농협 조합원 및 임직원들이 관행이나 제도의 철창에서 야생성을 잃지 않도록 교육에 힘썼다. 농업 성공대학, 청년 농업인 아카데미, 임직원에 대한 인문학 특강 등 정기적·비정기적 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프로그램도 다양화했다. 소비자와의 소통을 위해 감귤데이(121) 행사를 서울 명동 난타공연장에서 문화 행사로 전환, 참가자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아쉬운 점이 왜 없겠는가. 계통구매 농자재의 수요 집중을 위해 구매 공동법인을 세우고 싶었으나 여건상 적극 추진하지 못했다. 도매시장 현대화, 소비지의 소포장 요구, 해상물류비 국비 반영 실패 등에 막혀 유통비용 절감 노력이 반감돼 자책감이 남는다. 또한 도내 지역 농·축협의 경영은 매우 좋으나 일부 농·축협의 내부 갈등이 아직 해소되지 못한 점도 못내 아쉽다.

못 가에 돋은 풀이 봄 꿈도 깨기 전에 녹담엔 벌써 눈이 내렸다! 2년의 세월은 유수같이 흘렀지만 농업인과 고객, 도민과 함께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모두가 진흙탕 속을 헤매고 있어도 누군가는 별을 보고 있어야 한다. 영광과 회한이 교차하는 제주농협본부장직을 이제 후배에게 넘겨주고 떠나려 한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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