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기 왕위전 이모저모] 반세기 만에 첫 ‘삼패 빅’…역대급 반상 대결 드라마
[제45기 왕위전 이모저모] 반세기 만에 첫 ‘삼패 빅’…역대급 반상 대결 드라마
  • 고경호 기자
  • 승인 2018.12.16 19: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측불허 수 읽기 탄성·환호 교차…아마 고수 축제 한마당 '후끈'

16일 탐라장애인복지관에서 열린 제45기 제주특별자치도 왕위전은 국내 최고의 아마추어 대회답게 시종일관 긴장감이 팽배했다. 특히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삼패 빅’ 경기가 나오면서 제주 바둑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반상 위에서 펼치진 양보 없는 수 싸움은 예측 불허의 드라마였다. 특히 동호인들의 열기까지 겹치면서 승리를 떠나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 쉴 새 없는 ‘염탐’ 대회장 열기 ‘후끈’
 
○…참가자들은 대회 내내 서로의 실력을 ‘염탐’하는 등 예측할 수 없는 ‘반상의 드라마’를 함께 써내려갔다.

예선을 마친 참가자들은 본인의 경기가 끝나자마자 숨을 고를 새도 없이 다른 참가자들의 경기를 어깨너머로 주시하는 등 본선에서 맞불게 될 상대방의 바둑 전술을 살펴보느라 바삐 움직였다.

특히 절묘한 한 수가 나올 때면 동시에 ‘아!’하고 탄성을 터트리는 등 대회장은 도내 바둑인들의 열기로 한껏 뜨거웠다.

제주도도바둑협회 관계자는 “예선에서 떨어진 참가자들도 고수들의 한 수를 직접 보기 위해 대회장을 떠나지 않는다”며 “그만큼 왕위전은 제주 바둑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축제”라고 얘기했다.
 
# 사상 첫 ‘삼패 빅’…“놀랍다”

○…제주도 왕위전 사상 첫 ‘삼패 빅’ 무승부 경기가 나왔다.

바둑 기사 일생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다는 ‘삼패 빅’ 경기를 선보인 주인공은 동호인 급부에 참가한 이동훈씨와 변재만씨다.

백돌과 흑돌이 서로 잡으려고 물려 있는 형태인 ‘패’가 세 군데 난 형국을 ‘삼패’라고 부르는데 이 경우 누가 먼저 돌을 놓든 승부가 나지 않는 수순이 무한적으로 반복된다.

바둑에서는 무조건 승부를 내기 위해 덤을 반집으로 쪼개 계산하지만 이를 깨는 형국이 바로 ‘삼패’다.

도바둑협회 관계자는 “삼패로 무승부를 기록한 대국을 ‘삼패 빅’이라고 부른다. 골프의 홀인원보다 더 나오기 힘든 진귀한 기록”이라며 “왕위전에서 처음으로 삼패 빅 경기가 나와 제주 바둑인들의 이목이 집중됐다”고 얘기했다.
 
# 바둑고 진학과 함께 ‘금의환향’
 
○…‘금의환향’. 아버지와 함께 이번 대회를 찾은 원상혁군(충암중 3)에게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말이 있을까. 초등학교 4학년 때 바둑을 배우기 위해 제주도를 떠난 원 군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꿈꾸던 한국바둑고등학교 입학을 확정지었다. 

원 군은 “고등학교 입학 전에 잠시 쉬기 위해 제주도에 내려왔다. 때마침 왕위전이 있어서 참가하게 됐다. 제주에 있을 때 초등부로 왕위전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이제는 왕위부에서 경기를 하고 있다. 둘만 한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바둑의 매력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어 좋다”고 밝힌 원 군은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원군은 바둑고 입학 이후 수를 넓히며 자신의 삶 속에 바둑을 녹일 ‘수’도 함께 찾을 생각이어서 주목된다.
 
 

강지범 프로기사 결승전 해설

# 강지범 프로기사 결승전 해설
 
○…왕위부 결승전 해설을 진행한 제주 출신 강지범 프로기사(22·초단)는 “올해 제주도 왕위전은 오랜 전통과 역사가 있는 만큼 참가자들의 열기와 수준이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강씨는 “이번 제45기 왕위전에는 지난해보다 일반부 등 참가자들이 많아졌다. 그만큼 바둑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어느 대회 때보다 뜨겁게 느껴졌다”면서 “내년 왕위전 역시 수준이 매우 높을 것으로 보인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강씨는 7세 때 아버지가 운영하는 강순찬 바둑교실에서 처음 돌을 잡기 시작했다. 제주 초등부 바둑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제주도 왕위전과 함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 소리 없는 응원전 눈길
 
○…고사리 손으로 집은 바둑알이 바둑판에 놓일 때마다 학부모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바둑왕’ 타이틀을 따기 위해 초등부와 중·고등부에 참가한 어린이들은 엄마·아빠의 ‘소리 없는 응원’을 받으며 치열한 수 싸움을 벌였다.

부모들은 대국장 가장자리에 놓인 의자에 앉아 자녀들의 경기를 숨죽여 지켜보면서 응원의 눈빛을 보냈다.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바둑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소리 없이 눈빛으로만 응원했다”며 “승부에 연연하기 보다는 모든 수에 집중력을 발휘해 대국을 펼치는 아이들의 모습이 대견스럽다”고 말했다.

고서호군

 

# 바둑에 푹 빠진 최연소 참가자 

○…제45기 제주도 왕위전 최연소 참가자 고서호군(백록초 1)은 “시간이 많이 남아서 바둑을 시작하게 됐는데 지금은 너무 재밌다. 앞으로도 바둑을 계속 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초등 저학년부에서 3등을 차지한 고 군은 “3번이나 이겨서 정말 기쁘다. 사실 대회라 긴장도 조금됐지만 재밌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 군은 다음 대회 참가 의사를 묻는 질문에 “내년에 시간되면 참가할 것”이라며 해맑게 웃어보였다. 
 
 

 

# 제주 바둑 발전기여 “감사합니다”
 
○…김대우 제주일보 대표가 ‘제45기 왕위전’ 개막식에서 제주도바둑협회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김병찬 도바둑협회장은 감사패를 전달하면서 “전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왕위전을 개최해 제주 바둑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바둑인들의 뜻을 모아 감사함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왕위전의 역사가 제주 바둑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번 왕위전에서도 참가자 모두가 최대한 실력을 발휘해 원하는 성적을 거두기를 응원한다”고 얘기했다.

김대우 대표는 “아마추어 제주 바둑을 대한민국 최정상에 올려놓는 데 제주도 왕위전이 한몫했다고 자부한다”며 “제주 바둑의 부흥을 견인하고 제주 바둑 동호인들을 위한 축제의 장으로 역할하고 있는 왕위전이 지속적으로 제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내년 중고등부 대회 우승전 치열
 
○…도내 최고의 바둑대회 명성에 걸맞게 내년도 중·고등부 대회는 어느 해 보다 우승전에 대한 공방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실력 있는 초등부 고학년들이 내년도에 중·고등부로 이동함에 따라 기존 우승자들과의 불꽃 튀는 최강전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중·고등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주환 군은 “내년에는 초등 최강부 조성빈 군을 비롯해 실력 있는 후보들이 많아 그 어느 대회보다 쟁쟁한 대결이 예상된다”며 2연패의 우승자로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