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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바다 보며 키운 상상력”…영화판을 뒤집다
“푸른 바다 보며 키운 상상력”…영화판을 뒤집다
  • 변경혜 기자
  • 승인 2018.12.16 1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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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제주인 16) 강형철 감독
과속스캔들·써니 이어 ‘스윙키즈’로 흥행 예고
제주서 스크린 꿈 꾸며 기대주 감독으로 주목
“급격한 제주사회 변화 아쉬워, 해법 찾았으면”
강형철 감독

데뷔작인 과속스캔들(2008)’부터 써니(2011)’, ‘타짜-신의 손(2014)’까지, 내놓은 작품마다 흥행과 이슈를 던지며 충무로에서 가장 주목받는 강형철 감독이 이번엔 스윙키즈를 알렸다. 한국전쟁이 배경이지만 총이 아닌 음악과 탭댄스다. 제주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강 감독은 제주의 푸른 바다가 늘 상상력을 자극시켜준다고 말한다.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 전쟁 부조리의 아픔 속 흥과 웃음을 담다

제가 생각하는 전쟁은 지위와 권력을 위해 초극소수의 행복한 사람과 절대다수의 불행한 사람이 생기는 최악의 외교입니다. 반전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강형철 감독이 말하는 영화 스윙키즈에 대한 메시지다. 죽고 죽이는 처참한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한국전쟁을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거제포로수용소에서 춤이라니, 그것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발바닥을 까딱까딱하게 만드는 탭댄스다.

원작인 뮤지컬 로기수의 매력이 컸죠. 또 시각적으로든, 청각적으로든 마치 드럼처럼 심장을 울리는 게 탭 댄스였고요.”

서로 다른 이유로 남한과 북한, 그리고 미국과 중국에서 온 이들이 만들어낸 댄스팀 스윙키즈는 당시 남한 최대 규모의 포로수용소에서 금지된 자유를 향해 도발한다. 이념과 국적으로 틈이 없을 것만 같았던 곳엔 강 감독 특유의 흥과 웃음이 비집고 들어온다. 한국영화에서 가장 많은 곡사용료를 냈던 써니의 기록을 깨고 그 어렵다는 비틀즈의 곡사용도 한국영화사상 처음으로 이뤄냈다.

전쟁이라는 거대한 부조리에서 웃음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전쟁시기, 아픈 시기엔 무조건 다 불행하고 슬프기만 해야 하는 걸까요? 웃음이 나쁜 게 아니라 전쟁이 나쁜 것이죠. 어두운 시대라고 해서 사람은 웃고 행복할 권리도 없어야 하는가? 오히려 불행한 시대여서, 행복하려고 하는 이들이 있다면 우리는 그들을 지지하고 응원해줘야죠. 행복한 춤을 전쟁시기에 추는 그들에게 박수를 쳐 줬으면 합니다.”

그러면서 양판래(박혜수)의 이야기를 꺼냈다. 영화에서 양판래는 어깨 너머로 배운 4개 국어를 구사하는 무허가통역사다. 시대를 이겨낸 여성들이 그랬듯 양판래 역시 고난과 역경에 굴하지 않고 스스로 쟁취해 나아가는 단단한 여성이다.

한국전쟁 이후 저희 할머니도 당시 대부분의 여성들처럼 혼자 4남매를 끌고가셔야 했어요. 여성 혼자 감당하기엔 무척이나 고단한 삶이었겠죠. 할머니는 예체능적인 재능도 뛰어났고 미인이셨어요. 아마 좋은 세상에서 태어났다면 열심히 꿈을 이뤄나가며 살았을 거예요. 양판래를 보면 할머니와 무척이나 닮았단 생각이 들어요. 박혜수가 그런 모습을 정말 잘 표현해줬어요. 할머니에게 선물로 드리고 싶었던 영화이기도 했고요.”

 

■ 유년시절 제주살이영화계 관심

그의 유년시절 이야기가 궁금했다. 제주에서 태어나진 않았지만 제주에서 중·고교 시절을 보내 제주사람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년까지, 6년을 제주에서 살았으니까 제주는 제2의 고향이죠. 처음 부모님을 따라 이사한 곳이 제주시 중앙로 근처였어요. 그리고 몇 번 이사를 했는데 마지막이 삼양해수욕장 근처였고요. 파란 삼양해수욕장 바다에서 신나게 수영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정확히 5분이 걸려요. 주변에 제주살이 이야기를 풀어놓으면 마치 딴나라 이야기인줄 알아요. 다들 부러워하죠. 좋은 추억이예요. 그 시절 한 가득 들어왔던 제주의 파란 바다가 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 같아요.”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 이유를 묻자 영화가 좋아서라는 뻔한 답이 돌아왔다.

중고교 때에는 하루에 1편씩 비디오테이프로 영화를 봤던 것 같아요. 그냥 영화가 좋았어요. 그땐 비디오대여점도 정말 많아서 누구나 영화를 볼 수 있었어요. 영화극장을 가는 일은 즐거운 일과였죠.”

영화를 많이 보는 것이 영화공부의 첫걸음이라면, 1980~1990년대의 상징 비디오대여점이 그의 영화인생의 안내자 구실을 했던 셈이다.

그가 데뷔작 과속스캔들(2008)’의 성공에 이어 써니(2011)’를 내놓았을 때 영화계에서는 흔하지 않은 고교동문끼리 경쟁이 붙었다며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었다. 같은 날 스크린을 연 체포왕은 고교 2년 선배인 임찬기 감독의 작품이다.

고등학교 시절에 영화동아리 같은 것도 없었는데, 놀라웠죠. 당연히 학교 선배인 것도 몰랐고요. 덕분에 임 감독님과 친해진 기회가 됐어요.”

고등학교 학창시절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얘기에 남학생들의 구릿한 얘기들 뿐이라며 대신 즐겨찾았다는 단골분식점 이야기를 했다. 그와 비슷한 시절 제주에서 학교를 다닌 이들이 한 번쯤은 찾았던 그 분식점이었다.

제주시청 인근에 짱구분식이 있었어요. 잊을 수 없는 맛이죠. 몇해 전에 찾아갔는데, 주차하기 정말 힘들었어요

그러면서 갈 때마다 생소해지는 제주의 급격한 변화에 안타까움도 전했다.

관광객들이 많이 오면 물론 지역에도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죠. 하지만 제주에서 살아온 원주민들의 일상이 파괴되는 건 안타까운 일이예요. 그 중간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 제주4·3의 아픔 함부로 다루기 어려워

제주4·3이야기도 이어졌다.

올해가 제주4·3 70주년이죠. 이 영화도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경중을 따질 수 없을 만큼 한국전쟁이나 4·3 모두 아픈 역사입니다. 이념의 오작용이 만들어낸 참상이죠. 이 영화가 제주도민들에게도 작은 위안이 되길 바랍니다.”

스윙키즈에 이어 제주4·3을 영화로 담는 것 어떠냐는 질문에 오멸 감독의 지슬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지슬은 정말 파장이 컸어요. 영화의 멋진 기법으로 4·3을 잘 드러내줬죠라고 말하면서 무겁게 답을 이어갔다.

“‘스윙키즈나 제주4·3이나 정말 진정성을 가지고 다뤄야 하는 소재잖아요. 이번 스윙키즈에서도 수십년 살아온 환경이나 정서 등을 춤으로 담아내는데 많은 노력을 했는데. 솔직히 감히 함부로 언젠가 4·3을 영화로 만들겠다는 말씀은 못하겠어요.”

하지만 그는 제주4·3’의 끈을 놓지는 않겠다고 덧붙였다.

스윙키즈는 오는 19일 개봉한다.

 

■ 강형철 감독은

제주동중학교와 대기고등학교, 용인대 영화영상학과를 졸업했다. 첫 장편 데뷔작인 과속스캔들은 미혼모 문제를 유쾌하고 유연하게 그려내며 824만명을 돌파했고 3년 뒤 나온 써니736만명이란 기록은 물론 일명 써니현상까지 불릴만큼 스크린 안팎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타짜-신의손역시 개성을 살리며 그의 이름값을 높였다. 오랜 기간 단편영화 연출과 시나리오 작업을 통해 쌓은 탄탄한 기본기와 특유의 코믹함은 관객들을 늘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변경혜 기자  bhk@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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