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기자수첩]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 현대성 기자
  • 승인 2018.12.16 1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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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에서 한때 유행했던 말로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말이 있다.

이는 한 연예인이 음주운전 이후 내놓은 변명으로 비롯됐다.

당시 이 말을 들은 시민들은 대부분 ‘어처구니없다’는 등 부정적 반응을 쏟아 냈고, 인터넷에는 이를 풍자하는 게시물이 유행을 타기도 했다.

지난 13일 ‘상습 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A교수가 자처한 기자회견에서, 이 유명한 말이 다시 떠올랐다.

A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위가 어찌됐든 의사이자 교육자인 저의 불찰로 이같은 사태가 벌어진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사과하면서도 “입장의 차이가 있겠지만 저의 입장으로서는 치료사에게 지속적으로 ‘갑질’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표현했다.

A교수는 이어 “병원에 근무하면서 늘 치료사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자 노력했다”며 갑질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앞서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의료연대 제주지역본부가 공개한 영상에는 수 년간 A교수가 직원들을 꼬집고, 밟고, 옆구리를 비튼 행위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A교수는 준비한 기자회견문만을 낭독한 후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곧 기자회견을 이어받은 변호인은 언론에 공개된 동영상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학과 수사기관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답변 뿐이었다.

언론에 공개된 어떤 부분이 사실과 다르냐, 무엇을 사과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구체적인 답이 없었다.

수 년간 직원을 꼬집고, 밟으면서도 ‘갑질은 아니’라고 한다면. 도대체 무엇이 ‘갑질’일까.

A교수의 이중적 태도와 답변에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고 말한 연예인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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