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황·이이가 애독한 ‘학자가 되기 위한 필독서’
이황·이이가 애독한 ‘학자가 되기 위한 필독서’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2.14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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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사록집주(近思錄集註)

남송 주희·여조겸 편찬 성리학 입문서
‘근사록’ 주석 모아 고증학자 강영 편찬
근사록집주(近思錄集註) 1869년 상해 문서루(上海文瑞樓) 간본 속지.
근사록집주(近思錄集註) 1869년 상해 문서루(上海文瑞樓) 간본 속지.

고서(古書)는 책방에서 직접 만져 보고 사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요즘 세상이 세상인지라 필자도 때로는 인터넷 경매사이트에 매물로 나온 책들을 응찰해서 매입하기도 한다. 간략한 설명에 흐릿한 사진만으로 판단하기에는 위험이 따르지만, 직접 볼 수도 없는 상황이니 만큼 괜찮은 책으로 판단되면 약간의 모험을 하곤 한다.

때로는 설명이나 사진과는 전혀 다른 엉뚱한 책이라 실망스러운 경우도 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더 좋은 책인 경우 그 기쁨이 배가 되기도 한다. 몇몇 실망했던 기억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얼마전 경험한 소소한 기쁨 한가지를 소개하겠다.

너무 간략한 소개와 흐릿한 표지 사진이었지만 민국(民國) 시기의 석인본(石印本)이어도 소장할 만한 책이라고 판단되는 책이 경매사이트에 나왔다. 미리 최대 응찰가를 정해 놓기는 했지만 몇번의 응찰을 거듭하다 보니 예상보다는 약간 높은 가격에 최종 낙찰 받았다. 아쉬운대로 선방(?)했다고 생각하며 책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는 데 기대했던 것 보다 연대가 더 이른 판본이고 상태도 비교적 좋았기에 소소한 기쁜 경험이 추가되었다.

그 책이 바로 중국 남송(南宋)의 거유(巨儒) 주희(周熹 1130~1200)와 여조겸(呂祖謙 1137~1181)이 공동 편찬한 성리학 입문서 근사록(近思錄)’의 주석을 모아 중국 청나라 때의 고증학자 강영(江永 1681~1762)이 편찬한 근사록집주(近思錄集註)’이다. 1742(乾隆壬戌)에 쓴 강영의 자서(自序)1844(道光甲辰) 장일정(張日晸)의 중간서(重刊序), 1869(同治己巳) 응보시(應寶時)의 발문(跋文)이 붙은 상해 문서루(上海文瑞樓) 간행 청간본(淸刊本)으로 전 144책으로 구성된 완질이다.

근사록집주(近思錄集註) 1869년 상해 문서루(上海文瑞樓) 간본(전16권 4책) 표지
근사록집주(近思錄集註) 1869년 상해 문서루(上海文瑞樓) 간본(전16권 4책) 표지.

‘근사록은 주희와 여조겸이 함께 선배 학자들인 주돈이(周敦), 정호(程顥정이(), 장재(張載)의 책을 읽고, 처음 학문을 배우는 사람들을 위해 그 대강과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내용 622조목을 뽑아서 14()으로 나누어 만든 책으로, 서명은 논어(論語)’널리 배우고 뜻을 돈독히 하며, 절실하게 묻고 가까운데서 생각하면, ()은 그 가운데 있다(博學而篤志 切問而近思 仁在其中矣)”(子張)라는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주희의 서문에 따르면 학자가 단서를 찾아 힘쓰고(求端用力), 자신을 수양하고 다른 사람을 다스리는(處己治人)의 요점과 이단을 분별하고(辨異端), 성현의 대략을 보는 일(觀聖賢之大略)의 큰 줄기가 다 갖추어져 있다(皆粗見其梗槩)’고 자부하고 있다.

주희 스스로도 사자(四書)는 육경으로 가는 디딤돌이요, 근사록은 사자로 가는 디딤돌이다(四子六經之階梯 近思錄四子之階梯)”(“朱子語類105)라고 한 만큼, 예로부터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성리학을 배우는 사람들의 필독서였다. 그의 가르침을 절대적으로 신봉했던 조선의 유학자들이 이 책을 중요시 여긴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조선의 대표적인 유학자들인 이황(李滉)이나 이이(李珥)나 성혼(成渾) 등도 이 책을 애독했고, 많은 학자들이 이 책을 주석하고 연구해서 관련된 저술이 많이 남아 있다. 한글 번역본도 많이 출판되어 있으니, 성리학에 대해 관심있는 분들은 일독해 보시길 바란다.

근사록집주(近思錄集註) 1869년 상해 문서루(上海文瑞樓) 간본 강영(江永) 서문 부분.
근사록집주(近思錄集註) 1869년 상해 문서루(上海文瑞樓) 간본 강영(江永) 서문 부분.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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