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설적인 석유왕 존 데이비슨 록펠러는 1937년 5월 9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를 소유했던 그는 50대 초반 심한 지병으로 인해 1년을 넘길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사망 선고를 받자 그는 ‘피도 눈물도 없이’ 살아온 인생 제1막을 과감히 내리고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위한 기부와 자선 사업에 전념하는 인생 제2막을 무대에 올렸다. 비로소 삶의 참 의미와 행복을 찾게 된 그는 100세에 가깝도록 장수했다.
록펠러보다 100년 전 제주섬에 태어나 그에 못지않은 참된 삶을 산 여성이 있으니 바로 김만덕이다. 록펠러처럼 50대에 엄청난 부를 이룬 김만덕은 이 땅에서 최악의 가뭄으로 수천 명이 굶어 죽는 것을 보고 재산을 기꺼이 내놓아 구휼에 나섰다. 그 결과 출륙금지령이란 국법이 지엄한 가운데에도 임금을 뵙고 금강산을 여행하는 일생의 소원을 감히(?) 이룰 수 있었다.
며칠 전 사회복지관에서 열린 자원봉사자 송년의 밤 행사에 다녀왔다. 어린 학생부터 70대 노년까지 올 한 해 사회 곳곳에서 어렵고 힘든 이웃을 위해 묵묵히 봉사해 온 백수십 명의 천사들이 그곳에 있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오늘도 큰 베풂과 작은 나눔을 실천하며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있다. 조건 없는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을 펼치는 이들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필자는 그 힘을 이들의 청렴한 삶에서 찾고자 한다. 청렴이란 특별한 절제나 수련을 거쳐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심성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새삼 일깨워 준 베풂과 나눔 천사들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사람 사는 사회에 공직자의 청렴이라 해서 무에 다를 게 있으랴!
2019년 황금 돼지의 해에도 많은 자선가와 자원봉사자의 따뜻한 체온이 진한 재스민 향이 돼 세상 가득 퍼져 나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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