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병원, 명분과 실리 중 무엇을 얻었나
녹지병원, 명분과 실리 중 무엇을 얻었나
  • 홍수영 기자
  • 승인 2018.12.12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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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결정에 대해 참 유감으로 생각한다.”

녹지국제병원의 개설 허가 여부를 놓고 공론조사를 주관해온 공론조사위원회의 허용진 위원장의 말이다. 그는 최근 위원들에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문자를 보내 위원회의 해산을 알렸다.

불과 8개월 전 제주도민은 물론 전 국민의 관심 속에 지자체의 첫 숙의형 공론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발족한 위원회였지만 그 끝은 씁쓸한 퇴장이 되었다.

공론조사위원회는 지난 4월부터 공론조사 방식을 설정하고 도민 3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도민참여단 구성 및 수차례의 토론과 여론 수렴 과정을 진행해 왔다.

그 결과 도민참여단의 중론은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병원의 개설 반대로 기울었다.

녹지병원 문제는 앞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조차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찬반입장을 모두 담은 심의결과를 원희룡 도지사에게 전달했을 만큼 대립이 첨예한 사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 지사의 최종 선택에 선뜻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숙의형 공론화를 거친 도민의 뜻을 무시한 결정에 명분이 설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실리라도 챙겼을까.

원 지사는 허가 이유 중 하나로 불허 시 제기될 수 있는 손해배상 소송을 들었다. 지금 녹지병원 측은 내국인 진료 불가에 강하게 반발해 또 다른 소송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만약 정말 내국인 진료가 불가능하더라도 그런 병원이 굳이 제주도에 필요할까.

중국인 관광객들이 쁘띠성형을 하고 요가를 즐기는 관광상품에 불과한 영리병원이 도민들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

명분은 잃고 실리도 의문시 되는 선택에 대해 과연 도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미래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은 누구를 위한 미래인 것인지를.

 

홍수영 기자  gwin1@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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