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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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2.11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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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순희 수필가

함께해요 일도2동의 꿈이 출간되었다. 일도2동 동지의 표제다.

올해 3월 초에 편찬위원으로 합류하여 9개월여에 걸쳐 집필과 편집 회의를 매주 마다 거듭해서 힘겨웠지만 보람도 크다.

마을의 역사를 엮어내는 일이 만만치 않음을 참여한 분 모두가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한 장의 기록 사진을 얻기 위하여 골목을 누비다가 흔적만 남아있는 표지 석에서 선인들의 손길을 새로이 새기는 기쁨도 누렸다.

고증을 토대로 동네 어르신들의 자문을 얻으며 새로운 역사를 엮고 있다는 자긍심이 있었기에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옛 이름이 신선동(神仙洞)인 신산모루는 신선이 바둑을 두는 형세라 신산모루를 끼고 있는 신산공원을 산책할 때는 신선놀음하듯 여유작작한데 바위동산 돌을 깨면 하얀색이라 흰머들인 동네 공원 돌이 70년대 육지로 대량 반출하여 많이 훼손된 모습은 씁쓸하다.

지명에 뜻이 담겨 있는 방애왓, 두무니머세, 두맹이 동산, 질진밧, 강알왓, 새나끗 등도 역사의 자취라 소중했다.

우리 마을 자랑거리가 많지만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기에 부끄럽지 않은 세 가지 중 첫째는 일도2리 향회당 건립이다.

일도2동 최초의 사무소는 1946년 일도2구 당시, 전체 주민들의 발의로 향회당을 건립키로 결의하여 건축비 모금에 착수하였다.

그 결과 독지가의 도움도 있었지만 주민들은 보리쌀, 좁쌀을 품고 와서 헌납하며 기금을 충당하였다.

형편이 어려운 가호에서는 공사 현장 부역을 하며 일도2구 주민의 자력으로 건축했다.

또한 4·3사건으로 인한 혼란기에 산간 이재민들이 수용되면서 고난을 함께 극복하고 평온을 도모하기도 했다.

둘째로는 최초로 만덕 봉사상을 수상한 고수선님은 3·1운동 참가를 시작으로 항일운동과 사회사업으로 치열한 삶을 일궜다.

그녀는 운주당에서 문명퇴치를 위한 한글 강습소, 제주모자원 운영, 홍익보육원 운영 등을 하며 여권신장에도 힘을 쏟았다. 그녀의 덕망을 기리니 두 손 모으게 한다.

셋째는 초창기 일도2동 지역개발사업이다. 일도2동 개발의 첫걸음인 동문로 간선의 기점인 신산모루, 구중 길, 두문이 길을 개설하면서 도로 편입에 수용된 개인 소유의 토지는 소유주가 자원 동의를 했고 순수한 동민의 노력 봉사에 의해 이뤄냈다.

공익을 위해서 몸과 물자를 아끼지 않으며 길을 낸 옛 선조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입을 떠난 말은 이내 사라지지만 기록의 유산은 영원하다.

선조들의 살아온 삶의 터전을 이어받아 현재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현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임무다.

역사는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가는 것, 우리가 행하는 발자취로 채워가는 것임을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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