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집에 자가용 승용차를 여러 대 갖고 있는 집이 이제는 관심거리도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승용차가 늘면서도 주차장이 부족해 만성적인 주차난을 겪고 있다.
제주시 교통 현안 중 가장 시급한 과제도 주차난이다. 골목길은 곳곳서 주차 전쟁을 빚고 있으며 이웃 간 다툼도 예삿일이 되고 있다. 간선도로 교통량을 분산시켜야 할 골목길 이면도로는 불법 주차로 인해 그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다.
제주시가 시민의 교통 현안과 관련해 개최한 시민원탁회의에서 ‘차고지증명제 확대 시행’에 대한 설문을 진행한 결과 ‘매우 찬성’(54%), ‘찬성’(32%) 등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차고지증명제는 차량 급증에 따른 주차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주차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자동차를 등록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한 마디로 차 세울 곳 없는 사람들은 자동차를 갖지 말라는 것이 이 제도의 취지다.
이 제도는 2007년 2월부터 제주시 19개 동 지역에서 대형차를 시작으로 시작돼 지난해부터는 중형차까지 확대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내년부터 제주 전역에서 모든 차량을 대상으로 전면 실시하려던 이 차고지증명제가 의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가 ‘제주특별자치도 차고지증명 및 관리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을 심의한 끝에 ‘공론화 부족’을 이유로 부결시킨 것이다.
이 조례안의 골자는 차고지증명제 전면 시행시기를 당초 2022년 1월 1일에서 2019년 1월 1일로 앞당긴다는 것이었다. 또 차고지를 주거지로부터 직선거리 1㎞ 범위 내에 갖추도록 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번 제주시의 원탁회의 설문은 도의회가 부결시킨 이 문제에 대한 공론화 작업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제주시는 시민 86%가 차고지증명제에 대해 매우 찬성하거나 찬성한다는 의견을 도출했다.
그렇다면 차고지증명제의 전면적 시행을 추진할 것인가. 물론 차고지증명제의 취지나 필요성을 모르지 않지만 단지 차고지가 없다고 차량을 가질 수 없도록 하겠다는 발상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대형차나 중형차의 경우와는 다르다. 소형차는 성격이 다르다. 서민들의 소형차에 대해 차고지를 확보하라고 강제할 수 있을까.
차고지증명제를 전면 시행하려면 적어도 차고지를 마련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 등을 위한 대안이 있어야 할 것이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집은 없어도 차는 있어야 하는 세상이다.
당국이 이에 대한 아무런 고민없이 높은 찬성률을 이유로 그냥 밀어붙여선 곤란하다.
주차난을 모르는 바 아니다.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한 주차장 확대 등 공공적 노력이 선행된 후에 차고지증명제 확대를 시행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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