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유전체 기반 맞춤형 화장품 어떠세요
개인 유전체 기반 맞춤형 화장품 어떠세요
  • 제주일보
  • 승인 2018.12.10 20: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창구 제주대 화학·코스메틱학과 교수·논설위원

1970년대만 해도 결혼 예복이나 첫 직장 출근복 등을 양복점에서 맞춰 입었다.

당시 제주의 명동거리인 칠성통에는 봉라사와 동하양복점이 맞춤 양복으로 유명했고 민들레양장점, 노라노양장, 하니양장점 등도 제주 여성들에게 큰 인기였다.

맞춤 양복과 양장산업은 추억 한 편에 머물러 있지만 제주에서는 새로운 개인 맞춤형 신산업이 태동하고 있다.

이른 바 개인 유전자 기반의 맞춤형 화장품산업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소비자 개인의 유전자를 분석하고 그 유전자에 맞는 화장품을 소비자 눈앞에서 3분 만에 생산해 제공하는 화장품산업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제주특별자치도는 유전체 기반 맞춤형 화장품산업을 국가혁신클러스터 사업의 일환으로 제주에서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국가혁신클러스터는 혁신도시 중심으로 산업단지, 경제자유구역 등 기존 인프라와 연계한 단지를 조성해 기업이 모여드는 혁신 거점으로 육성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문재인 정부의 지역 균형 발전 핵심 전략이다.

1단계 71억원 규모로 추진하는 국가혁신클러스터 연구 개발 사업에는 세계적 글로벌 기업인 아모레퍼시픽, 제주권 핵심 혁신기관인 제주테크노파크와 제주산학융합원, 지역 거점 대학인 제주대학교 및 지역 IT 기업들이 참여한다고 한다.

이는 국내 화장품산업의 패러다임을 뒤흔드는 역사적 사건이며, 더 나아가 제주의 생명 산업인 관광산업과 맞춤형 화장품산업의 융합을 통해 제주만의 특별한 콘텐츠가 있는 6차 산업형 맞춤형 화장품 브랜드 개발의 가능성도 열리는 셈이다.

실제로 국내 굴지의 I, K, C사 등도 국가 혁신클러스터 사업 컨소시엄의 참여를 희망했다는 후일담도 들리는 것을 보니 제주가 화장품산업 분야에 대형 사고를 친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일반적으로 맞춤형 화장품은 크게 네 가지 기술적 단계로 구분한다. 1세대 맞춤형 화장품은 설문(문진)을 통해 피부 진단을 하고 피부 타입이나 고민에 맞춰 이미 구비돼 있는 화장품을 고객에게 제시하는 모델이다. 2세대 맞춤형 화장품은 피부 진단기기 기반의 피부 측정 시스템을 활용한 화장품이며 제주에서 추진하는 유전체 기반의 개인 맞춤형 화장품은 제3세대에 속한다. 3세대 맞춤형 화장품에 적용되는 원천 기술은 크게 3가지 정도로 개인 유전체 분석 기술, 미니 스마트팩토리 개발 기술, 6차 산업형 서비스 콘텐츠 개발 기술 등이 그것이다.

참고로 4세대 맞춤형 화장품은 진단기기(2세대)와 개인 피부 정보(3세대)가 빅데이터와 IoT 기술 등의 4차 산업혁명 원천 기술과 융합된 자가 셀프 피부 진단기기 기반의 맞춤형 화장품이다.

유전체 기반 맞춤형 화장품이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면 다음과 같은 상상을 해보자. 제주공항에 내린 국내·외 관광객들이 유전체 분석용 타액을 스스로 채취해 공항에 상주하는 기업 연구원에게 건넨다. 유전체 분석 의뢰 절차인 셈이다.

관광객들이 관광을 즐기는 동안 분석용 타액에 대한 유전체 분석이 완료될 것이며 제주공항이나 화장품 테마파크 등 본인이 원하는 장소에서 피부 상태 결과를 통보받고 그 자리에서 3분 만에 자신의 피부에 맞는 자신만의 화장품을 제조하게 될 것이다. 이런 개인 맞춤형 화장품 서비스는 제주만이 가능한 맞춤형 화장품 콘텐츠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걱정스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자체 최초라는 타이틀은 항상 부담감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지광 스님의 크게 버리면 크게 얻는다라는 글을 보면 앞서가는 사람에겐 비난이 따르는 법이라 했다. 사람마다 발전을 해가다보면 항상 그 급수에 맞는 적수가 나타나게 마련이고 급수가 올라갈수록 격파해야 할 상대가 많아지니 자신감을 가지라는 뜻이다.

맞춤형 화장품산업 육성 출발점에 서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덕목도 이런 자신감이 아닌가 싶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말 중 감위인선(敢为人先)’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남이 하지 않았던 일을 용감하게 하다란 뜻이다.

유전체 기반 맞춤형 화장품 개발의 성공과 제주 화장품산업의 제2도약을 위해 지자체, 도의회, 기업, 대학 등 우리 모두에게 감위인선의 용기를 당부하고 싶다.

제주일보 기자  kangm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