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노인 폭행과 근본적인 문제점
요양원 노인 폭행과 근본적인 문제점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2.0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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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귀포시의 한 노인요양시설에서 요양보호사가 70대 치매노인을 폭행한 사건은 요양원의 치매환자 관리에 큰 허점을 드러냈다. 요양보호사가 보호해야 할 환자를 얼굴에 멍이 들도록 폭행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번 사건으로 요양원에 치매환자를 맡겨 놓고 있는 수많은 가족의 불안감이 커졌다.

그렇지 않아도 몇 년 전 제주의 한 요양원에서 80대 치매환자가 3층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등 요양원 치매환자의 각종 사고 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이것은 요양원의 환자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다.

서귀포시가 이 사건과 관련해 관내 21개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인권 점검을 마무리하고 오는 14일 해당 요양원을 대상으로 청문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사후약방문격이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전국적으로 치매환자가 70만명에 육박하는 등 갈수록 그 수가 증가일로에 있다. 치매환자가 있으면 그 가족들은 말할 수 없는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 부담을 무릅쓰고 환자를 전문 요양원에 위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추세 속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요양원들이 환자 유치 경쟁에만 몰두해 요양원 환경 개선은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요양원에서 사고를 예방하려면 시설 개선은 물론이고 요양보호사들의 근무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요양보호사와 환자 사이에 갈등이 쌓이게 마련이다.

서귀포시 폭행 요양보호사를 비호할 의사는 전혀없다. 다만 요양보호사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요양원의 인력은 어르신 2.5명당 요양보호사 1명이 배치된다. 요양원의 근무 형태가 주로 3교대임을 감안하면 실제 인력 비율은 2.51이 아니라 7.5~101이 된다. 야간에는 요양보호사 1명이 어르신 20명 이상을 돌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환자를 보살필 수 있겠는가.

근본적인 문제는 노인장기요양제도의 양적 성장만을 고려한 정부의 노인장기요양서비스 시장화 정책과 행정 편의적 사고다. 또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단지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요양시설 운영자들의 태도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 방향과 시설 운영자들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어떠한 대책을 내놓아도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다.

치매환자들의 안전과 존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노인장기요양서비스 시장화 정책을 폐기하고 공공성 강화로 정책의 방향을 변경해야 한다. 양적 성과와 이윤만을 추구하면 탈이 날 수밖에 없다.

노인장기요양제도가 시행된 지 만 10년이다. 이제는 요양원 운영의 모범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때가 됐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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