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기즈칸의 나라’ 속살 탐사 스타트
‘칭기즈칸의 나라’ 속살 탐사 스타트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2.0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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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바람의 고향, 초원의 나라 몽골
동쪽 끝 돌하르방 마을을 찾아서(2)
만치르를 다녀오다 들린 한 마을의 벌판에서 씨름대회가 열려 사진에 담았다.
만치르를 다녀오다 들린 한 마을의 벌판에서 씨름대회가 열려 사진에 담았다.

몽골(Mongol)’은 본래 칭기즈칸(Chingiz Khan)이 속해 있던 부족의 이름으로 용감하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답니다. 이 부족을 중심으로 대제국이 건설되자 민족 이름내지 나라 이름으로 몽골을 쓰게 됐다고 합니다.

몽골은 아시아 대륙 중앙인 중국 북부와 러시아 동남부 사이에 위치해 육지 속에 고립된 나라입니다. 제가 처음 찾았던 1991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아 칭기즈칸의 나라정도로 인식됐습니다. 물론 지금에 와서는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나라입니다.

몽골의 국토 면적은 1565000로 남북이 1236, 동서가 2405입니다. 면적으로는 우리나라보다 7배쯤 넓지만 1991년 당시에는 인구가 230만명으로, 대부분이 수도인 울란바토르에 모여 살았습니다.

우리 일행이 묵은 호텔 주변 풀밭에 하얀 꽃이 피어 자세히 보니 에델바이스였습니다. ‘높은 산에서 자라는 꽃이 어떻게 도심에 있지?’ 하고 놀랐는데 이곳 울란바토르의 해발고도가 1300m 이상이라는 말을 듣고 나서 고개를 끄떡였습니다.

수흐바토르 전화국 건물. 벽면 그림이 인상적이다.
수흐바토르 전화국 건물. 벽면 그림이 인상적이다.

호텔을 나와 바로 옆에 자리한 수흐바토르 광장으로 향했습니다. 광장에는 삼삼오오 모여 기념사진을 찍는 몽골 사람들이 보이는데 결혼식을 막 마친 듯한 신혼부부가 광장 내 동상에 꽃을 바치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이 광장은 시골에서 올라온 사람들이라면 꼭 들려 기념사진을 찍고 가는 마치 성소와 같은 장소라고 합니다.

이틀간 세미나가 열렸는데 잠시 참석했다가 밖으로 나와 종일 시내를 돌며 이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이라는 간단사도 들리고 거리 곳곳에 있는 현지인들과 그들 삶의 모습 등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제 모습을 보고는 현지인이라고 여겨 길을 묻는 몽골 사람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솔롱고스~솔롱고스라고 얼른 답했습니다.

솔롱고스(Solongos)’는 몽골어로 무지개를 뜻하는데 한국을 일컫는 말로 쓰입니다. 무슨 이유에서 한국을 솔롱고스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어느 자료를 보니 13세기 몽골 사람들이 고려에 들어온 이후부터 써왔다고 합니다.

거리 곳곳에는 자그마한 상자처럼 생긴 건물들이 있어 뭐 하는 곳인가 했더니 상점들입니다. 과자와 음료수 등 몇 가지 물건이 있는데 몽골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이고 외국인인 경우 외국인 전용 백화점에서 물건을 구매해야 한답니다.

우리 일행이 도착했을 때 가죽가방과 봉투를 하나씩 받았습니다. 봉투 안에는 은행에서 금방 찾은 빳빳한 몽골 돈 900투그릭이 들어있었습니다. 일정 중에 쓰라고 지급해 준 개인 경비였습니다. 이 돈으로 뭘 살까 고민했지만, 물건을 사려면 외국인 전용 백화점을 찾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 망설이고 있는데 시골에 가면 책 등을 살 때 요긴하게 쓰일 것이라고 합니다.

한국과 몽골 학자들이 사상 처음으로 함께한 세미나를 마치고 우리 일행은 드디어 동부 몽골 수흐바토르의 초원지대에 있는 돌하르방 유적으로 가기 위해 공항을 향했습니다.

34일 일정이라 식량이며 간식 등을 준비하다 보니 짐이 많습니다. 현지에서는 전혀 살 수 없어 울란바토르 내 외국인 상점에서 준비해야 했습니다.

어렵게 비행기에 올랐는데 출발 시각이 지나도 움직이지 않아 물으니 가면 가는가라고 생각하라고 합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마침내 비행기가 출발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손뼉을 치고 난리도 아닙니다. 이곳에서는 비행기가 하늘을 날아오르거나 무사히 착륙하면 이렇게 손뼉을 친다고 합니다. 장난으로 하는 말인지 진담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수흐바토르에 도착하자 한낮입니다. 이곳에서 1박해야 한답니다. 이곳에서 둘러볼 곳도 있고 또 다음 숙박지는 온종일 가야 해 중간에 머물 곳이 없기 때문이랍니다.

수흐바토르 도청 건물.
수흐바토르 도청 건물.

도청 소재지라고 하지만 사람도 많지 않고 한적하기만 한 도시입니다.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데 한 젊은 몽골 사람이 말을 걸어옵니다. 알아들을 수도 없어 지나치려고 하자 영어로 더듬거리며 대뜸 자기 집에 초대하겠다는 겁니다. 잠시 망설이는데 일행 중 한 분이 함께 가보자 합니다.

얼마 후 그 젊은이 집에 도착했습니다. 그는 가족들을 소개하고는 자신이 직접 그린 것이라며 그림 몇 점을 들고나와 보여줍니다. 그림에 문외한이지만 참 잘 그렸다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러시아에서 미술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사정이 어려워 돌아왔다며 미안하지만 그림을 사 줄 수 없느냐 묻습니다. 공부를 더 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 못 하고 있으니 좀 도와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림 공부를 하는 한 몽골 젊은이의 작품.
그림 공부를 하는 한 몽골 젊은이의 작품.

그의 표정이 너무 진지해 보여 그냥 돌아설 수가 없었습니다. 그림 몇 점을 골라 얼마나 주면 되느냐?”고 하자 줄 수 있을 만큼만 주면 된다고 합니다. ‘얼마나 돈이 절실하면 이럴까?’ 생각하고 달러 몇 장을 쥐여줬습니다. 그는 고맙다며 눈물까지 글썽였습니다.

나중에 들은 말로는 몽골 사람들은 도움을 받아도 크게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림을 들고 나오며 속으로 그의 성공을 빌어줬습니다.

다시 도심지를 들러보고 있는데 관청으로 보이는 건물 벽면에 재미있는 그림이 붙어 있습니다. 아래는 말을 탄 사람이 있고 그 위로 차량과 비행기, 접시 모양의 안테나가 그려졌습니다.

아마도 전화국인 모양인데 말보다 차가, 차보다 비행기가, 비행기보다 통신이 빠르다는 뜻으로 그린 그림인 듯합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기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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