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소중한 행복 ‘집밥’
작지만 소중한 행복 ‘집밥’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2.06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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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추천하는 이달의 책] 소년의 레시피

가족과 함께 살아도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시간이 서로 맞지 않아 혼자 끼니를 때울 때가 많아졌다. 바쁜 일상에 쫓겨서 가족들과 다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되었고, 가끔은 편의점 먹을거리로 늦은 저녁을 때우곤 했다.

그래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 스스로 밥을 차려먹고, 저녁이 되면 식구들이 먹을 밥상을 차리는 고등학생 소년의 이야기가 특별하게 다가왔다.

소년의 레시피는 야간 자율 학습 대신에 매일 가족의 저녁밥을 준비하는 소년과 그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구 30만의 소도시 군산에 사는 저자와 남편, 고등학생 큰아들 제규, 늦둥이 막내아들 꽃차남. 이 네 식구의 이야기를 총 4부에 걸쳐 스물일곱가지 레시피로 담아내었다.

1부와 2부에는 제규가 요리를 시작하면서 음식을 통해 점차 마음이 성장해 가는 과정을 14가지 레시피로 들려준다.

태어나 처음 일해서 번 돈으로 만든 블루베리 요거트’, 요리의 기본과 어려움을 알게 해 준 무생채’, 반항기 일곱 살 동생의 잃어버린 입을 되찾아준 돈가스 주니어 세트’, 정갈한 마음으로 진짜 요리를 생각하면서 만든 잡채’, 아픈 엄마를 위한 과 숙취로 고생하는 아빠를 위한 해장국을 요리하면서 소년은 한 뼘 한 뼘 성장한다.

시간은 우리 사이를 천천히 회복시켜주고 있다. 불도 제대로 안 켜진 사춘기의 터널을 통과한 제규의 표정은 순해졌다. 부러질 것처럼 딱딱하던 말투도 다정해졌다. 자기가 한 음식을 식구들이 맛있게 먹을 때마다, 제규는 뭐라도 크게 이룬 사람처럼 흐뭇해한다. 우리는 그저 마주앉아 밥을 먹고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할 뿐인데, 서로를 알아가는 느낌이 든다.’(94p.)

이처럼 소년이 매일 준비하는 저녁식사는 끼니를 때우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소년이 가족을 위해 정성껏 차린 밥상은 가족을 하나로 이어주며, 가족 간의 정과 유대감을 느끼게 해준다. 이 가족에게 집밥이 소중한 이유는 그 속에 가족의 일상과 추억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가족의 밥상에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가득 차 있다.

3음식이 우리 모두를 안아 준다4그렇게 쭉, 우리는 함께 먹을 것이다에는 자녀가 마흔이 넘고 여든이 돼도, 지금처럼 즐겁게 먹고 살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 담겨 있다. 고등학교 친구들을 위한 롤돈까스’, 할아버지와 함께 마지막으로 먹은 낙지 탕탕이’, 여름 내내 무더위를 식혀준 시원한 레몬청’, 모든 음식에 잘 어울리는 오이피클. 익숙하지만 조금은 낯설기도 한 음식들을 통해 소년은 소중한 사람들과 맛있는 순간을 함께 한다.

제규는 또래 친구들처럼 주말에 늦잠을 자고, 스마트폰 게임을 좋아하는 평범한 소년이다. 그렇지만 제규에게는 자신의 꿈을 향해 한 발 한 발 자기 길을 걸어가는 청소년 특유의 멋짐이 있다. 담임선생님은 생활기록부에 제규를 일반고에서 홀로 외롭지만,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요리하듯 자신의 삶을 요리하는 소년이라고 기재했다.

이 책은 진로에 대한 고민을 가진 청소년과 학부모가 함께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책을 통해 청소년들이 대학입시 말고도 다른 길이 있음을 깨닫고, 자신의 꿈을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처럼 학부모들이 자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한 발짝 뒤에서 지켜봐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함께 식사를 하면서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도란도란 대화를 하는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

소년의 레시피는 마주앉아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누는 가족의 일상을 풀어놓은 책이다.

진솔하고 재미있는 글을 읽다보면 가족의 의미, 기다림, 배려, 공감 등 중요한 삶의 가치들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에피소드 한 편이 끝날 때마다 하나씩 등장하는 소년의 레시피를 펼쳐보면서, 정성이 듬뿍 담긴 요리를 직접 만들어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이번 주말에는 온가족이 모여서 제규네 가족처럼 행복한 한 끼 식사를 해보길 바란다.

<양윤정 서귀포학생문화원 사서>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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