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의 녹지국제병원 조건부 개설 허가에 따른 후폭풍이 제주도의회에도 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제주도의회 의원들은 6일 오전 긴급 간담회를 가진 후 성명서를 내고 “원희룡 도지사는 정치적 선택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국내 첫 영리병원의 개설 허가는 제주도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개설 불허라는 권고안을 뒤집는 것”이라며 “원희룡 지사는 오로지 대권이라는 자신의 정치적 목적만을 위해 도민들의 뜻과 민주주의를 짓밟았으며 그에게는 향후 정치적 행보에 유불리만이 존재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최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자유한국당 입당과 함께 범 보수권의 결집을 주장하고 있는 시점에서 원 지사가 정치적 변방에 머물러 있는 곤궁한 정치적 처지를 타개하기 위한 정치적 결정을 한 것”이라며 “제주의 미래를 위해 고심 끝내 내린 불가피한 선택이 아닌 자신의 대권가도를 위해 고심 끝에 내린 정치적 선택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원 지사는 자신의 정치적 선택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도민들에게 져야할 것”이라며 “120만 도민은 오늘의 원 지사의 정치적 선택을 기억하고 그에 마땅한 책임을 지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열린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고현수, 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 회의에서도 원희룡 지사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위원회는 회의에 앞서 원 지사의 출석을 요구했지만 일정을 이유로 성사되지 않았다.
이에 고현수 위원장은 “긴급한 사항인 만큼 도민을 대신한 대의기관으로서 출석요구를 한 것으로 불출석 통보는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공론조사 결과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사회적 정당성을 갖고 도민사회 합의를 이룬 것인데 영리병원 허가로 인한 도민 간 갈등, 혼란, 후폭풍을 짐작하기 매우 어렵다”며 “의회 차원의 엄중한 책임을 묻는 방안이 도출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민구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 삼도1·2동)도 “원 지사는 더 이상 도지사로서 자격이 없다”며 “도민들의 영리병원 반대로 모아진 여론을 헌신짝 버리듯 버렸으며 본인의 정치적 욕심을 위해 제주도와 도민을 이용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안창남 의원(무소속·제주시 삼양·봉개동)은 “어제 기자회견을 보며 정말 분노했고 실망감을 떨칠 수 없다”며 강정 해군기지 건설 추진과정을 언급하면서 “원 지사의 도민만 바라보겠다는 약속이 무너진 데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고은실 의원(정의당·비례대표)은 “원 지사는 도민을 기만하고 더 나아가 국민을 기만했다”며 “영리병원 허가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종태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 일도1·이도1·건입동)은 “원 지사가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 무슨 뜻이냐”며 “4년 후 지방선거에서 선거로서 책임지겠다는 것인지, 도민들이 문제가 많다고 하면 지사직을 사퇴하겠다는 것인지 애매하다”고 비판했다.
홍수영 기자 gwin1@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