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림로에 새기는 ‘반면교사’
비자림로에 새기는 ‘반면교사’
  • 제주일보
  • 승인 2018.12.06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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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정국 이슈중 하나가 이른바 ‘박용진 3법’이다. 박용진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은 사립유치원 비리방지가 핵심이다. 정부가 유치원에 주는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바꿔 횡령죄 처벌을 가능하도록 했다. 한유총(한국유치원총연합회)은 반대한다.

이에 대응해 자유한국당이 유치원 3법을 발의했다. 학부모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전환하는 내용이 빠졌다. 박용진 3법의 맞불로, 때문에 ‘박용진 3법’을 둘러싼 파열음이 커지는 모습이다.

여기서 이해가 어려운 상황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많은 공감을 얻는 박용진 3법의 표류다. 정당의 목표는 선거 때 표를 얻는 것인데, 한쪽은 절대적으로 숫자가 많은 학부모와 일반의 공감을 얻고 있는 반면 다른 쪽은 수는 적지만 확실한 우군(한유총)을 확보한 모양이다.

박용진 3법은 이를 지지하는 대다수 학부모들의 많은 표가 뒤에 있다. 그렇지만 결집도가 떨어진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자유한국당은 다른 곳을 본다. 수는 적지만 한유총이라는 결집도가 공고한 ‘고정표’를 건질 수 없다면 밑질게 없다는 판단이다.

이게 정치다. 동일한 상황은 아니지만, 요즘 제주에서도 이를 빼닮은 모양이 나온다.

비자림로 확장공사다.

#“우회도로”-“눈가림용”

제주도가 경관훼손 논란에 휩싸인 비자림로 확장 공사를 결국 이어간다. 우회도로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시민사회단체 등의 비난은 이어진다. 기존 계획에서 삼나무숲 구간을 우회하는 도로를 만들기로 했다. 내년 2월 공사를 재개한 뒤 2021년 6월 완공 예정이다.

안동우 제주도 정무부지사는 “당초 도로의 기능 위주였던 공사 방향을 환경 친화적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도내 18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연대회의는 성명을 통해 “오로지 주민숙원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비자림로 사업이 강행된다”면서 “결국 제주도정이 내세워온 청정과의 공존 구호는 완전히 폐기됐다”고 날을 세웠다.

또 비자림로 확장·포장 공사에 반대하는 시민들로 구성된 ’시민모임’은 기자회견을 통해 “도정이 내놓은 대안은 숲길 조성, 새로운 나무 식재 등의 눈가림용 방편”이라고 비판했다.

비자림로 확장공사는 제주도가 전면에 선 것처럼 보이지만, 말 그대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이면에 지방의원을 비롯한 현재의 지방정치가 버티고 있다. 이들이 보는 곳은 오직 ‘표’다. 정치판에서 ‘표’는 정치의 전부다. 그게 ‘확실한 고정표’라면 더 말할 나위 없다. 이는 결국 ‘지역민원’과 직결된다. 대다수로부터 지지를 못 얻더라도 확실한 ‘표’만 건질 수 있다면 다소의 매는 맞아도 괜찮다는 인식이다.

#도민 58% ‘부정평가’ 무시당해

비자림로 확장사업은 제주사회에 또 다른 생채기를 남겼다. 제주도의 미숙한 행정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지금과 같은 생각을 처음에는 왜 못했는가 하는 점이다. 특히 그동안 보여준 제주도와 일부 인사들의 ‘질 낮은 행태’는 현 제주 지방정치의 ‘수준’이 됐다. 이들은 경관훼손이라는 본질은 놔둔 채 지엽적 문제를 마치 전체인양 부각시키며 도로 확장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두 달 전 본지가 창간 73주년을 맞아 비자림로 확장에 대한 도민여론조사 결과 확장에 부정적 응답이 58.2%로, 긍정응답 36.8% 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았다. 비자림로를 자동차로 다녀본 사람들은 이 도로에서 가장 시급하게 확장 또는 보완해야 할 곳으로 절물휴양림 입구 삼거리 근처에 있는 급경사 구간이라고 입을 모은다. 안전사고 가능성이 상존하는 비자림로 ‘마의 코스’다. 그런데 제주도는 이 일대를 넓혀 직선화하는 사업을 포기했다. 경관훼손 때문이다. 2010년 우근민 도정에서다.

지금의 비자림로 확장 찬성론자들이 숨기고 싶은 ‘전임의 치적’이다. 비자림로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또 다른 반면고사를 길 위에 새기고 있다.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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