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영리병원 뒤집어진 ‘공론’, 납득하기 어렵다
녹지영리병원 뒤집어진 ‘공론’, 납득하기 어렵다
  • 제주일보
  • 승인 2018.12.06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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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둔 지난 3월 초.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를 도민 공론형성 후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영리병원 문제는 올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판 중심에 선 이슈였다. 결과적으로 공론화 조사방침이 발표되면서 지방선거 때 이 문제는 선거쟁점에서 지워졌다. 그렇게 지방선거는 끝이 났고, 무소속 후보였던 원 지사가 집권여당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이어 제주도는 제주도 숙의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주민참여 기본조례를 근거로 녹지병원 영리병원 개원을 허가 할 것인지 불허할 것인지, 도민들의 뜻을 살피기 위한 공론화조사를 시행했다. 3억4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그동안 원 지사는 수차례 공론화 조사위원회가 도출해 낸 결과를 최대한 수용하겠다고 밝혀왔다. 이에 앞서 녹지국제병원 숙의형 공론화조사위는 지난 10월 공청회와 설문조사 등 공론화 절차를 거친 끝에 ‘개설을 허가하면 안 된다’고 대답한 비율이 58.9%로 반대 의견이 허가 의견보다 20% 포인트 높게 나타나 개설 불허를 원 지사에게 권고했다. 원 지사는 공론조사위의 발표 이어 진행된 제주도 간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녹지국제병원 공론조사는 이해관계자와 관점이 상충하는 사안에 대해 최종 결정하기 전에 이뤄진 숙의형 민주주의로 제주도민의 민주주의 역량을 진전시키는 의미를 갖고 있다”며 “공론조사 위원회의 불허권고를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제주사회는 공론화 조사까지 이어진 만큼 제주도의 ‘불허결정’은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 그런 믿음이 깨졌다. 원 지사는 그제(5일) 오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녹지국제병원 ‘조건부 개설허가’를 밝혔다. 원 지사는 “공론조사위원회의 결정을 전부 수용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납득하기 어렵다. 병원설립을 불허했을 경우 예상된 지금의 문제들은 공론화조사 이전부터 충분히 예견됐던 사안이다. 지금에 와서 터져 나온 새로운 문제가 결코 아니다. 그렇다면 그때와 지금 왜 달라졌는지 제주도는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

그동안 제주도를 믿었던 도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이 있어야 한다. 원 지사는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지만 후폭풍이 상당기간 이어질 게 불 보듯 자명하다. 해군기지와 제2공항 갈등만 놓고도 제주사회가 힘든데, 또 하나의 거대 갈등이 생겨났다. 제주가 과연 제대로 앞으로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적지 않은 도민들도 허탈해 하는 게 당연하다. 본지가 지난 10월 1일 창간 73주년을 맞아 도민1053명(남성 636명, 여성 417명)을 대상으로 녹지영리병원에 대한 도민 의식을 조사한 결과 반대 입장을 합친 부정적 인식이 절반을 웃도는 58.8%에 달했다. 찬성의견은 30.6%에 그쳤다. 그런 민심이 혼란에 빠졌다. 제주도의 책임이다.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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