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부모, 잘도 재미진 시간을 보내다(2)
소년과 부모, 잘도 재미진 시간을 보내다(2)
  • 제주일보
  • 승인 2018.12.04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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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숙 제주지방법원 가사상담 위원·백록통합상담센터 공동소장

지난달 소년보호 사건의 처리와 절차에 대해 소개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사실은 소년보호 재판이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소년을 어떻게 보호하고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게 할 것인지를 다룬다는 것이다. 물론 비행의 전염을 막기 위해 주위 친구들을 괴롭히거나 비행을 유도하는 아이들은 소년원에 격리해 처벌과 교정을 동시에 진행한다.

필자는 재판 이후 각 처분에 따라 ‘1호 처분이 내려진 소년과 보호자를 만나는 기관의 상담전문가이자 소년보호위탁보호 위원이기도 하다.

1호 처분이 내려진 소년의 보호자와 상담하다보면 아이에 대한 관심은 많은데 자신의 뜻대로만 하려는 아이 앞에서 좌절과 분노를 가지게 된 부모가 많다.

#강돌이 부모는 경제력도 있고 자녀를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다. 강돌이 형인 바위는 무난하게 자라 대학을 갔는데 현재 고등학생인 강돌이는 중학교 때부터 소위 힘쓰는 친구들과 어울렸다. 최근에는 패싸움에 휘말려 소년재판에 오게 됐다.

부모는 매번 강돌이에게 제발 형의 반만큼이라도 해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고 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갈 수 없는 형, 그런 형을 가장 우선으로 여기는 집은 강돌이에게 하나도 따뜻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친구들은 반겨주고 품어줬기 때문에 항상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 된 것 같아 그곳에 머물고 싶다고 했다.

부모들이 자녀의 첫 비행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대처를 해야 하는데 너무 가볍게 생각해 재판에 대해 화부터 내는 경우가 있다.

#호두는 중학교 2학년. 편의점에서 담배를 호주머니에 넣고 계산하지 않고 나오다 걸렸고, 결국 재판에 오게 됐다.

호두 아버지는 옛날에는 여름에 과일서리하면서 커도 동네 어른들이 눈감아 줬다. 합의까지 했는데 굳이 재판을 해야 하느냐!”며 재판을 받고 상담을 오게 된 것에 대해 몹시 화를 냈다.

호두는 아버지가 무섭고 강한 사람이라 말을 쉽게 붙일 수 없다는 생각이 강했다. 아버지와 거의 대화를 나눈 적도 없고 식당을 운영하는 어머니는 너무 바빴다. 초등학교 때부터 준비물이 필요해도 무서운 아버지, 바쁜 어머니와 대화를 나눌 용기가 나지 않았다고 했다. 부모가 자녀를 위한 보호와 정서적 지지를 해주지 못한 것이다.

소년은 소년대로 부모에 대한 목마름, 반항, 아쉬움을 가진 경우가 많다.

#희망이는 어릴 때 부모가 이혼해 엄마와 살았다. 아빠 얼굴도 모르고 살다가 친구들이 아빠 없는 녀석이라고 놀리자 폭력을 썼다. “엄마가 이혼해서 내 인생이 이렇게 됐다며 원망하고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혼하면서 아빠의 역할을 중단해 버리니 아빠 없는 설움과 분노를 엄마에게 표현한 것이다.

친구를 더 좋아하기 때문에 친구와의 관계를 단절하지 못하고 비행 무리에 휩싸이기도 한다.

#소망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 대표 운동선수였다. 힘든 훈련에도 대회에서 메달을 따면 부모도 선생님도 기뻐해주니 그 순간이 좋아 운동에 매달렸다. 그런데 어쩌다 메달을 받지 못할 땐 더 혹독한 훈련이 기다렸다.

중학교 진학 후 소망이는 훈련을 조금씩 빠졌고 학교에 나가는 날도 줄었다. 메달을 따지 않아도 늘 자신을 반기는 친구들이 있는 곳이 더 좋았기 때문이다. 그런 친구들이 돈이 떨어지자 가게에서 라면을 옷 속에 숨겨 나오다 걸렸다. 주인은 친구 옷 속을 뒤져보려 했고 소망이는 몸을 날려 대들었다. 주인은 결국 경찰에 신고했다.

소년 사건을 겉으로만 보면 별 것 아닌 사건 일 수도 있고 아주 심각한 사건 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심리전문가가 깊이 들어가 보면 아이가 비행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해가 되고 재비행 가능성이 높음도 예상된다.

그래서 재판 후 만나는 소년들에 대해 처벌받는다는 마음을 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 전체가 참여해 이 사안을 건강하게 해결하는 쪽으로 접근한다. 다음 달에는 그 내용을 소개하려 한다.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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