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자원과 제주도민을 위한 시민배당
공동자원과 제주도민을 위한 시민배당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2.03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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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 제주대 사회학과 교수·논설위원

소득의 증대는 사람들의 기대수명도 크게 개선했다. 195080달러 수준이었던 대한민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 350배 이상 증가해서 3만달러에 육박하게 됐다. 기대수명도 197062.3세에서 201682.4세로 20세 이상 늘었으며, 2030년에는 여자는 91세 남자는 84세로 모두 세계 1위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하지만 한국인이 느끼는 삶의 만족은 높지 않다. 2015년 삶의 만족도는 OECD 34개국 중 27번째였으며, 젊은이들의 만족도는 더욱 낮았다. 높은 실업률과 빈곤율, 경쟁의 심화가 이런 불만족을 확대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보혁명 또는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과학기술의 발전 역시 현재의 자본주의적 경제 질서 속에서 노동시간을 줄이고 소득을 늘려 삶의 여유를 제공하기는커녕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고 만성적 실업을 가져와 도민들의 행복한 삶을 위협한다.

사실 높은 실업률은 과학기술이 발전했고 생산성이 높은 나라에 일상화돼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선진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노동을 전제로 하지 않는 기본소득이나 시민배당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시민배당은 시민들의 소득을 높여 경제를 활성화할 뿐만 아니라 복지와는 달리 시민들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좌파뿐만 아니라 우파 정치인들 가운데도 시민배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시민배당을 세계 최초로 법제화하려했던 정치인은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었으며, 미국 알래스카의 시민배당도 공화당 소속 주지사에 의해 실현됐다.

반스는 우리의 당연한 권리, 시민배당(2016)’에서 토지나 환경처럼 자연적인 공동자원, 화폐 발행권처럼 경제적인 공동자원, 주파수처럼 기술적인 공동자원 등을 활용해 세금을 늘리지 않고도 시민배당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공동자원(Commons)은 쉽게 말해 개인이나 기업이 생산한 것이 아니어서 개인이나 기업이 독점할 수 없는 자원을 말한다.

얼마 전에 중앙정부는 경매를 통해 5G 주파수를 이동통신 3사에 할당했는데, 그 낙찰가가 36000억원이었다. 공동자원인 주파수 이용권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것이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며, 모든 국민이 그 수익은 나눌 권리를 가진다. 따라서 중앙정부는 공동자원이 가져온 수익을 시민배당에 활용할 수 있다. 미국 알래스카에서도 유전이 가져오는 수익을 시민배당에 사용한다.

올해 6월 실시된 전국 지방선거에서 제주특별자치도에 출마한 정당들과 후보자들도 다양한 형태의 시민배당 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시민배당에 부합하는 내용은 주로 소수 정당에서 나왔으며,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현직 도지사가 내놓은 정책은 서울시 청년수당처럼 시민배당의 성격보다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시적인 잔여적 소득보장 정책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공동자원의 섬 제주1, , 바람(최현 외, 2016)’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제주는 지하수, 바람, 경관, 어장 등 다양한 공동자원을 가진 공동자원의 섬이다. 이런 공동자원을 활용해 도 단위에서 시민배당을 당장에라도 실현할 수 있다.

삼다수를 통한 수익금은 2017년 한 해만 170억원가량이었다. 상수도 요금의 6~27% 수준인 지하수 원수대금을 상수도 요금의 87% 수준으로 인상하면 추가로 매년 160억원가량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공유수면 개발이익이나 대규모 리조트의 개발이익은 모두 계산된 적이 없지만, 엄청난 액수에 달하며 그 일부도 시민배당을 위해 활용될 수 있다.

제주도 면세점은 제주도의 경관과 사회간접자본이라는 공동자원을 이용해 201716917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제주도민을 위해 기여한 바가 거의 없었다. 면세점 수익의 일부 역시 시민배당의 재원으로 활용돼야 마땅하다.

제주도는 공동자원을 활용해 생긴 수익을 도지사의 쌈짓돈으로 쓸 것이 아니라 시민배당의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시민배당 예산이 많지 않다면 먼저 특정 집단(아동, 청년, 노인 등)에게 집중적으로 배당할지 아니면 적더라도 모든 도민에게 배당할지에 대해 도민 의견을 모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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