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05-24 17:06 (금)
지난해 달력이 버려지듯,
지난해 달력이 버려지듯,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18.12.02 18: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료 여직원이 가져온 탁상용 새 달력. 201812월부터 시작되는 2019년 새 달력을 책상에 걸어놓았다. 옛 시간을 비우고 새 시간을 채우는 일이어서 그럴까. 새 달력을 마주하는 순간의 잔잔한 떨림은 특별하다.

지난해 달력을 버리면서 한 해를 되돌아 본다. 아버지, 할아버지 제일(祭日)에 마음 속으로 빌었던 그 소망을 이루는 일에 얼마나 매진했는가. 혹여 게으름으로 무심함으로 시간을 죽이지나 않았는가. 한결같이 곁을 지켜주는 가족과 친지에게 얼마나 감사하고 배려를 해줬는가. 비록 가진 것은 적다고 해도 손을 내밀고 베풀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본 적이 있는가.

하지만 잘한 일보다는 잘못한 일이 먼저 떠오른다. 기쁘기보다는 속상한 일이 많았다. 그래서 지난 세월은 늘 회한(悔恨)으로 얼룩져 남게 되는가 보다.

 

라틴어에서 유래한 캘린더’(달력)란 말이 대차대조표(貸借對照表)를 의미한다는 것만 봐도, 우리의 삶은 일정한 시차를 두고 청산(淸算)하게 돼 있는 모양이다. 그 청산의 끝자락, 12월에 서면 가는 해와 오는 해의 두 얼굴을 함께 보게 된다. 야누스 신처럼 과거의 얼굴과 미래의 얼굴인 셈인데, 이 두 얼굴은 반성과 각오를 동시에 요구하면서 그나마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것 같다.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새 달력으로 달래본다. 올해와 새해가 무엇이 다르다 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매일 솟아오르는 해도 어제와 오늘의 햇볕이 다르고, 한 나무에서 피는 꽃 역시 어제오늘의 모습이 다르니까. 새 달력을 한 장 한 장 걷어보면서 새해 새달에 꿈을 새겨본다. 각박한 세상이지만, 나만은 분명 의미 있게 살아갈 것이라고 마음을 추스른다. 행동이 마음과 달리 따로 움직이지 않도록 자신을 성찰하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는다.

 

거리엔 구세군의 자선냄비가 등장했다.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도 부산하고, 목덜미가 으스스하다. 날씨가 을씨년스럽고, 세상사가 자꾸만 비비 꼬이는듯만 싶다. 시중 경제가 어렵다 보니 사람들의 표정도 어둡다.

새해엔 각종 물가인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택시요금 등 교통비에서 각종 공공요금 등이 한꺼번에 고삐가 풀릴 모양이다. 뭉그적뭉그적 거리다가 싹둑 인상의 고삐를 풀어버리는 것이 지금까지 해온 물가당국의 행정편의주의다. 제아무리 시장경제의 원리를 바닥에 깔았다고는 해도 과정의 조정과 경영 합리화의 묘를 살려야 할 것이다.

이 세밑. 사람들의 삶이 힘들 때일수록 무심코 던진 내 한 마디에 누군가 상처를 입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그리고 내년 이맘때. 새 달력에 새긴 꿈이 하나씩 영글어 정말 보람있게 한 해를 보냈다고 고백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이제 한 달 후면 정신없이 허둥대며 살아온 지난 한 해도 돌아올 수 없는 날들 속에 파묻히겠지. 새 달력을 걷어보니 새해 1월엔 소한(小寒, 16), 대한(大寒, 120)이 있구나. 그리고 입춘(立春, 24), 설날(25)을 보내고 나면 바람은 매섭겠지만 들과 산은 어김없이 따스해지기 시작할 테고. 3월 신록이 오면 머지않아 꽃망울도 터질 것이다.

인간은 살아 노력하는 동안 방황(彷徨)하는 법이라고 하지 않던가(괴테 파우스트’).

살다 보면 다짐하고 또 다짐했던 자신과의 약속이 작심삼일로 허무하게 끝나는 수도 숱하고, 새해엔 잘될 거로 철석같이 믿었던 희망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로 어긋나고 삐끗하는 것도 다반사다. 그렇지만 희망조차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새해는 천간(天干)의 여섯째 기()자가 앞에 붙은 기해(己亥)년 황금돼지 해라고 한다. 포기하지 않고 애쓰면 이뤄지는 날이 있을 것이다. 어른들의 이런 말도 기억하면서 말이다.

참고 또 참고, 버티는 사람이 끝내 이긴다. 따로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거라.”

지난해 달력이 버려지듯, 돈도 명예도 바람처럼 스쳐 가는 것이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