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8월, 바람과 초원의 나라에 닿다
1991년 8월, 바람과 초원의 나라에 닿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1.3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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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바람의 고향, 초원의 나라 몽골
동쪽 끝 돌하르방 마을을 찾아서(1)

이번 회부터 연재하는 바람의 고향, 초원의 나라 몽골은 오래 전 취재기로, 27년 전 돌하르방 유적지 답사를 시작으로 15년 동안 찾아다녔던 몽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들려오는 소식에 따르면 지금은 당시와는 달리 많은 변화가 있다고 합니다. 혹시 연재 내용 가운데 틀린 부분이 있더라도 이해 바랍니다.

 

몽골에 도착한 다음 날 찾아간 만치르. 옛날에는 수 많은 라마사원이 있었으나 소련이 몽골을 해방시키면서 사원들을 다 파괴해 허물어지다 만 벽들만 남아 있다.
몽골에 도착한 다음 날 찾아간 만치르. 옛날에는 수 많은 라마사원이 있었으나 소련이 몽골을 해방시키면서 사원들을 다 파괴해 허물어지다 만 벽들만 남아 있다.

19916월 무렵 당시 강영봉 제주대학교 교수로부터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몽골에서 제주 민속 사진전을 해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것입니다.

몽골에서 왜 제주 민속 사진전을 합니까?”라고 물으니 이번에 몽골학회가 결성돼 몽골을 갈 예정인데 몽골 국립아카데미 교수들이 몽골에서 제주 민속 사진전을 하면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전해왔다고 합니다.

당시만 해도 몽골은 생소한 나라였기에 호기심이 동했고 제주 민속 사진을 가지고 나도 함께 갔으면 좋겠다고 의사를 밝혔더니 강 교수는 그러자고 합니다. 부랴부랴 그동안 촬영했던 제주 민속 사진들을 챙겨 모아 출발 날짜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처음으로 열리는 한·몽 학술세미나 주요 의제가 제주 돌하르방과 몽골의 돌하르방에 관한 연구 조사이고, 또 현장을 갈 계획이니 제주 돌하르방 2기를 가져가 100년 만의 조우식(遭遇式)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모아 둔 민속 사진 무게만도 만만치 않은데 돌하르방까지 가져가려면 꽤 힘들 것 같았지만 그래도 제주의 돌하르방과 몽골의 돌하르방 만남을 위해서는 꼭 필요할 것 같아 우리나라 석공예 명장 제1호 송종원 선생께 특별히 부탁해 귀한 돌하르방 2기를 받았습니다.

만치르로 가는 도중 본 초원 위 게르(Ger)들.
만치르로 가는 도중 본 초원 위 게르(Ger)들.

그리고 얼마 후 이 돌하르방 2기와 제주 민속 사진들을 가지고 제주에서 출발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해외, 특히 수교가 안 된 국가를 가려면 하루 동안 안보교육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해당 교육을 신청했는데 저만 명단에서 빠진 것입니다. 교육 관계자들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지만 안기부에서 하는 일이라 자신들은 모른다는 것입니다.

문의처를 알 수도 없는 상황에서 온종일 교육을 받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지, 자칫 고생한 보람도 없이 몽골을 가지 못할까 봐 조마조마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교육을 마친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자 발만 동동거렸습니다. ‘몽골 가는 길이 이렇게 힘이 드는구나하고 체념하는데 ‘1년 전 교육을 받았으면 재교육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1990년 이 교육을 받았음) ‘다행이다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어렵게 출국허가를 받은 후 무거운 짐을 지고 인천 국제부두에서 카페리를 타고나서야 이제 드디어 몽골을 가는구나실감을 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쓰러져 잠이나 잤으면 했는데 옆에 앉아 술을 마시던 조선족 한 분이 한 잔하겠냐며 권합니다. 얼마나 반갑던지 얼른 받아 단숨에 털어 넣었습니다.

728일 새벽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威海)항에 도착했습니다. 공항을 찾았으나 이틀 전 내린 큰 비로 시설에 이상이 생겨 비행기가 결항해 다음 날 베이징으로 가야 한다고 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다니는 몽골행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걱정이 말이 아닙니다.

결국 첫 날부터 꼬인 일정 탓에 베이징에 도착해서도 몽골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일주일을 더 기다려야 했습니다.

고비사막을 거치는 기차를 타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일행 중 한 분이 죽어라 반대하는 바람에 긴 시간을 기다려 갖은 우여곡절 끝에 83일에야 몽골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의 수흐바토르 광장. 마침 행사가 있었는지 여학생들이 시가지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의 수흐바토르 광장. 마침 행사가 있었는지 여학생들이 시가지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2시간의 비행 끝에 몽골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아 이제야 몽골에 왔구나하고 안도하고 비행기 창밖을 내다봤습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몽골은 넓은 초원에 제주의 오름과 비슷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 몽골학자들이 일행을 맞이합니다. “사돈집에 왔으니 안심하라는 그들의 말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몽골 최고의 호텔이라는 울란바토르 호텔에 여장을 풀고 잠시 밖에 나와 둘러보니 이곳 사람들 모습이 낯설지 않습니다.

허물어진 사원 곳곳에 모여앉아 공부하고 있는 승려들.
허물어진 사원 곳곳에 모여앉아 공부하고 있는 승려들.

다음 날 관광 명소라는 만치르를 찾았습니다. 과거에는 이 일대에 라마사원이 많았다는데 지금은 허물어지다 만 사원들만 남아있고 군데군데 승려들이 모여 앉아 공부하고 있습니다.

만치르에서 본 석상. 제주 돌하르방과 유사하다고 국내 언론에 소개됐다.
만치르에서 본 석상. 제주 돌하르방과 유사하다고 국내 언론에 소개됐다.

이곳에서 한 쪽 구석에 놓인 석상을 발견했는데 우리나라 모 일간지가 몽골 대탐사 기획을 통해 소개한 제주 돌하르방과 똑 같다는 석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석질이며 형태 면에서 제주 돌하르방과는 전혀 달라 보여 실망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실망도 잠시. 다음 날인 5일 열리는 한·몽 학술회의 참석차 미리 온 석상 학자 바에르 교수가 보여준 사진들이 적잖은 충격을 줬습니다. 어떤 석상의 머리 부분을 찍은 사진들인데 그 모습이 서귀포시 대정 지역의 돌하르방과 너무나 닮았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대정 돌하르방인가 했는데 사실 이 석상은 이번 답사에서 찾아갈 동부 몽골 끝 다리 강가 지역의 돌하르방 유적들이라고 합니다.

제주 돌하르방과 석질은 물론 형태까지 너무 비슷한 몽골의 석상. 그 만남이 눈앞으로 다가와 가슴이 설렜습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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