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환자를 진료하며
에이즈 환자를 진료하며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1.29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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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택.제주대학교병원 감염내과 교수

121일은 세계 에이즈의 날이다. 대부분 사람은 에이즈는 걸리면 죽는 병, 더러운 병, 혐오스러운 병, 같이 생활하면 나도 걸리는 병으로 생각한다. 진료실을 찾은 에이즈 환자에게 물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새로 진단된 에이즈 환자만 1191명에 달할 정도로 새로운 환자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빙산의 일각처럼 본인이 감염돼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AIDS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특별한 증상이 생기지 않으며 면역이 저하돼 기회감염이 생길 때까지는 10년 또는 몇십 년이 걸린다.

대부분 환자는 우연히 검진을 받거나 다른 검사 중에 발견한다. 진단된 환자보다 진단되지 않은 상태로 지내는 환자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적으로 에이즈 예방을 위한 ‘90 ·90·90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2020년까지 감염자 90%를 찾아, 90%를 치료해, 90%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얻어 새로운 환자 발생을 막자는 운동이다.

에이즈 예방에는 많은 방법이 있다. 건전한 성관계를 교육하고 모르는 사람과 난잡한 성관계나 직업여성과 무작위 관계를 지양하고 관계 때는 콘돔을 꼭 사용하는 등의 노력이 그것이다.

일반인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다. 한 번은 필자의 강의를 들었던 분이 환자와 같이 외래 방문했다. 그는 자신의 가족 이야기가 될 거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 가족이 에이즈 환자라고 밝혔고 강의 때 에이즈를 정확히 알았기 때문에 편견 없이 함께 왔다고 했다.

에이즈는 삶의 한 과정에서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질환(당뇨, 고혈압처럼)의 하나이지 무섭고 두렵고 더러운 병이 아니다. 그런 만큼 환자들도 숨길 게 아니라 의심이나 걱정이 되면 당당하게 검사받고 조기에 진단 및 치료를 받으면서 원하는 삶을 살아가면 된다.

무엇보다 에이즈 환자를 그냥 병을 가진 한 명의 이웃으로 편견 없이 대하는 인식 전환이야말로 새로운 환자 발생과 에이즈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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