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찬가 나의 ‘시네마 천국’
유년의 찬가 나의 ‘시네마 천국’
  • 김경호 기자
  • 승인 2018.11.30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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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필름 돌려보는 장면 감동 압권
어릴 적 소중했던 추억 점차 사라져
오래됐어도 함부로 버릴 수 없는 것
영화 ‘시네마 천국’ 스틸컷 (알프레도와 어린 토토)

영화를 사랑했던 주인공 어린 토토는 마을 소극장인 ‘시네마천국’을 드나들며 영사기사 알프레도와 친구처럼 지낸다. 극장의 영사기사 알프레도는 토토에게 영사기 조작법을 알려주기도 하면서 점차 토토에게 아버지처럼 정신적 의지가 되어준다.

어느날 알프레도와 토토는 영화 상영을 마치고 영화를 더 틀어달라 조르는 군중에게 깜짝 야외 상영을 해주다 실수로 큰 불을 내게 된다. 이 사고로 알프레도는 실명하게 되고, 토토가 알프레도의 뒤를 이어 영사실에서 일하게 된다.

이후 둘의 우정은 더욱 돈독하게 깊어지고, 알프레도는 토토에게 큰 도시로 나갈 것을 조언한다. 마을을 떠나게 된 토토는 영화감독으로 크게 성공하게 된다.

영화는 어느덧 중년으로 성장한 토토가 알프레도의 사망 소식을 듣고 침대에서 이 모든 추억들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중년의 토토가 알프레드로부터 전해받은 오래된 필름뭉치를 돌려 볼 때의 감동은 압권 그 자체다.

영화 음악계의 거장인 ‘엔니오 모리꼬네’가 작곡한 ‘Love Theme(시네마천국 OST)’는 영화의 감동을 배로 더해주는 최고의 OST명곡이다. 단언컨대 역대 영화 최고의 엔딩신이라고 찬사받을 만큼 아름다운 명장면으로 회자되고 있다.

나에게도 시네마천국 같은 유년기의 추억들이 있다. 어린시절 관덕정 옆, 이제는 사라졌지만 옛 제주경찰서에서 아버지가 근무하신 곳이라 남초등학교를 거쳐 현대극장의 손으로 그린 영화 간판과 벽에 붙인 포스터를 보면서 들어서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당시 현대극장은 제주에서 유일한 만화영화의 성지였다.
나는 그곳에서 황금박쥐, 전자인간 337, 로보트 태권브이, 엄마 찾아 삼만리, 똘이장군 같은 만화영화를 보면서 자랐다.

그렇게 우리에게 많은 추억을 남겨 준 현대극장이 지금은 낡은 안전최하등급 건물로 방치되고 있다.

어떤 이들에게는 이 사실이 별로 크게 와 닿지 않을 것이다. 현재는 현대극장 말고도 더 크고 시설도 좋은 영화관들이 많이 있어 그런 낡은 극장 따위는 별로 특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래된 것들일수록 더 특별한 것들이 있다.

영화 주인공 알프레도 역시 토토와 그의 관계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늙은 할아버지다.

그러나 알프레도는 토토에게 영화를 알려주고 마지막엔 낡은 필름으로서 큰 추억을 남겨준다. 그렇기에 아무리 오래됐어도 함부로 버릴 수 없는 것이다. 영화에 비유하면 어릴 적 우리는 영화를 좋아하던 토토였고, 현대극장은 우리에게 알프레도 같은 존재였다.

알프레도가 죽었지만 토토에게 가장 귀중한 필름 뭉치를 남겨준 것처럼 현대극장도 현재는 문을 닫았지만 그 때 우리가 본 영화들은 토토의 필름처럼 우리 마음 속에 계속 남아 있다. 우리의 알프레도를 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현대극장은 보존할 필요가 있다.

설레이는 새것도 좋지만, 수많은 이야기와 추억을 담고 있는 익숙한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나의 어릴적 기억과 추억이 있는 장소에서 내 아이가 다시 또다른 추억을 쌓고, 같은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을 가져본다.

김경호 기자  soulful@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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