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불수능’인가
누구를 위한 ‘불수능’인가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8.11.28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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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지만 수험생들은 입시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수능이후 계속되는 논술시험과 적성검사, 면접 등 복잡한 대입제도 속에서 주말마다 대학가를 떠돌고 있다.

특히 올해 수능시험은 수험생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역대급’ 난이도를 기록하면서 수험생들의 마음을 더욱 초조하게 하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수능 시험 문제ㆍ정답에 대한 이의신청을 심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평가원은 수능 당일부터 지난 19일 오후 6시까지 접수된 이의신청 991건 가운데 의견 개진, 취소ㆍ중복 등을 제외한 107개 문항 766건에 대한 심사를 거친 결과 모두 ‘문제 및 정답에 이상 없음’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번 수능에서 ‘레전드’ 문제로 등극한 문제는 국어영역 31번이었다. 수능 이틀 후 서울 상위권 대학생들이 올해 수능 문제를 풀어본 한 행사에서 국어가 평균 4등급, 영어가 3등급이었다고 한다.

상위권 재수생들이 많이 있는 입시학원 가채점 결과 국어 31번의 정답률이 20%도 안 된다는 얘기도 있다.

기자도 이 문항을 풀어보려고 도전을 했으나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른 바 ‘킬러문항’이었다.

평가원이 이의신청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문제에 대한 설명을 했지만 역시 이해는 할 수 없었다.

평가원은 이날 문항의 난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수험생 기대와 달라 유감이라며 사실상 사과의 뜻을 표했다.

평가원은 “이 문항은 ‘EBS 수능 특강 국어영역 독서’, ‘EBS 수능 완성 국어영역 국어’라는 두 권의 연계 교재에 제시된 지문을 활용했다”며 “대다수 수험생이 이들 교재를 공부한다는 점을 고려해 난이도를 설정했으나 수험생 기대와 달랐던 부분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수능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비롯해 교육계 안팎에서는 “수능 난이도 조절은 신(神)의 영역”이라는 말이 있다. “물수능보다는 불수능이 차라리 낫다”는 얘기도 공공연히 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대학들이 이렇다 할 학생선발 자율권을 부여받지 못하고 내신 불신도 깊은 상황에서 시빗거리가 없는 전형요소는 수능뿐이라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수능마저 변별력이 없다면 대학 쪽에서는 “도대체 뭘로 학생을 뽑으란 말이냐”, 수험생 쪽에서는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별 차이가 없지 않나”라는 불만이 당연히 터져 나온다.

그러나 ‘불수능’은 학생들에게 좌절감을 주고 성적지상주의, 줄 세우기를 부추긴다.

이번 수능에서 국어영역이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오자 벌써 사교육업체들에서는 국어 특강을 만들어 학생과 학부모들을 공략하고 있다는 얘기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공교육 정상화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다.

수능 체제가 도입된 지 26년이 지났다. 도입 당시와 비교할 때 교육현장은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4차산업혁명시대라는 말이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을 정도로 창의적인 인재가 필요한 시기이다.

성적 위주의 정형화된 인재가 아니라 창의성을 가진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대학에 조금 더 재량권을 부여하고, 대학도 창의적 인재를 골라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 단순히 문제를 풀고 얻은 점수를 통해 인재를 뽑는다면 우리 대학 및 사회의 경쟁력 하락은 명약관화하다.

다음 달 5일이면 이번 수능 성적표가 수험생들에게 배부된다. 이것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고 ‘불수능’을 이겨냈다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한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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