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현실
안타까운 현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1.27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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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용 수필가

지인이 비행기 안에서 있었던 일을 들려준 이야기다.

김포공항에서 제주로 오는 길.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어린 아기가 울기 시작했다.

아기가 20여 분 동안 계속 목청 높여 우는데도 아기의 엄마 아빠는 달래기는커녕 비행기 안에 있는 손님들에게 미안하고 쑥스러운 표정도 없다. 옆에 앉아있던 아줌마가 사탕 하나를 꺼내 주면서 달래라고 했다.

순간, 아기 엄마가 대뜸 하는 얘기가 가관이다.

우리 아기는 사탕 같은 것 안 먹어요.”

사탕을 준 아줌마는 어안이 벙벙해 할 말을 잃었다. 비행기 안에 앉아 있는 사람들 모두가 아기엄마에게 시선이 쏠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연세 지긋한 아저씨가 대신 말을 건넸다.

애 엄마! 아기를 달래라는 생각에서 사탕을 준 것인데 고맙다고 하지 못할망정 그런 태도가 보기 좋지 않네요.”

얘기가 끝나자마자 아기 엄마가 하는 얘기다.

우리 아긴데 할아버지가 뭔데 그런 얘기 하세요, 신경 끄세요.”

비행기 안은 웅성대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승무원이 알아채고는 아기 엄마에게 잠깐 아기를 안고 일어서서 달래라고 했다.

아기 엄마는 상관하지 말라는 말만 되풀이 할뿐 미안한 기색도 보이지 않은 채, 아기는 제주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손님들이 내리면서 아기 엄마에게 한마디씩 했다.

제주도에 여행오신 것 같은데, 젊은 아기 엄마가 해도 너무했네요라고.

참으로 안타까운 오늘날의 현실이다. 자식을 돌보는 일은 농사짓기와 같다고 했다.

곡식이 잘 자라도록 때를 잃지 않고 김을 매고 알맞게 거름을 주고 보듬으면 그 곡식은 알찬 열매가 되어서 보답한다. 그렇지 않고 팽개쳐 버린다면 잡초가 되어 쓸모없는 곡식이 되어버릴 것이다.

그 아기 엄마는 어른에 대한 존경심이나 효() 사상에 대해서는 아랑곳 하지 않고, 오직 이기적인 아집만 배우면서 살아온 사람이 아닌가 싶다.

부끄럽게 살면서도 부끄러워할 줄 몰라 하는 뻔뻔스러운 사람이다.

아무리 세상이 달라졌다고 해도 사람들은 살면서 반드시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

예절·윤리·도덕·질서이다. 이러한 것들이 지켜지지 않는 사람은 칭송받지 못한다.

요즘, 날이 갈수록 청소년 범죄가 심각하다. 이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사랑과 관심이 결여된 원인은 아닌지 모르겠다.

스승이 제자를 조금 체벌했다고 해서 툭하면 나서서 항의하는 학부모들, 자기 제자를 궁지에 몰리게 하는 스승들, 우리 모두 슬기로운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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