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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마다 오케스트라
동네마다 오케스트라
  • 제주일보
  • 승인 2018.11.2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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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제주지역사회교육협의회 부회장

자기 삶의 궤적이 다른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바람직한 변화를 줄 수 있다면, 이 세상을 손톱만큼이라도 더 좋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리라.”

인생의 정점에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위지안이 삶의 끝에 와서야 알게 된 것들을 그린 에세이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에서 가장 인용하고픈 부분이다. ‘화북윈드오케스트라는 제주의 바람직한 변화를 바라는 그러한 나의 삶의 궤적이다.

생각지도 않았던 관악밴드와의 인연은 관악부도 다른 과목들과 같이 방과후 교육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에 학교운영 위원으로서 찬성했다가 고학년생들이 모두 탈퇴해버렸다는 소리를 듣고 일말의 책임과 죄책감에서 비롯됐다.

학창시절 관악부 활동을 했었던 한 운영위원이 부모들이 악기를 배워서 아이들을 가르쳐 주자는 제안에 필자를 포함해 많은 학부모가 나섰다.

하지만 관악은 악기를 처음 접하는 성인들이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굳어버린 손가락과 짧은 호흡, 신체적인 한계로 금관악기에서는 단 한 사람도 성공하지 못했고, 기어코 연주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던 사람은 목관악기 몇 사람에 불과했다.

부모가 배워서 아이들을 가르쳐보자는 당초의 생각은 실현되지 못했고, 연습 시간을 주말로 변경해 관악부 졸업생들을 합류시키면서 합주 연습의 활기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주말 연습에 따른 관리 책임 문제로 학교의 걱정이 많아지면서 결국 학교 연습실을 떠나 여러 곳을 전전해야 했고 악기도 새로 사거나 빌려와야 했다.

처음 몇 년간은 주말을 온전히 관악밴드에 쏟아야 해서 후회되기도 했지만, 연습실 문 열기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보면 그런 마음은 어느 새 사라지고 오지 못한 아이들을 일일이 태우러 다녔다. 도레미파 운지를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의 배움은 성인들과 달리, 마치 마른 수건이 물을 빨아들이듯 금세 익혔다. 무엇보다도 음악을 통해서 얻는 행복감은 최고의 선물이었다.

우리 화북윈드의 모토는 도전과 열정, 책임과 하모니다. 아이들은 합주를 통해서 더불어 함께하는 법을 배운다.

음악은 청각과 시각, 감각의 영역을 발달시키고 좌뇌와 우뇌, 지성과 감성의 영역을 골고루 발달시킨다. ‘화북윈드를 통해 많은 아이가 스스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주고 싶다.

처음엔 지휘자도 없이 20여 명으로 시작했지만 5년이 흐른 지금은 60여 명의 단원과 12명의 강사가 지도할 만큼 성장했다. 물론 합주 능력도 단연 최고다.

화북윈드의 고유 단체 명칭은 동네오케스트라 화북윈드오케스트라이다. 동네마다 오케스트라가 있는 제주를 꿈꾸는 마음으로 지었다.

필자는 동네마다 오케스트라를 통해 음악이 제주의 자생 산업이 되기를 소망한다. 우리끼리 배우고 가르치며, 우리의 문화적 정서를 담은 우리만의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다.

베토벤이 음악가 3대 집안으로 하루아침에 등장한 것이 아니듯, 베네수엘라는 35년간의 엘 시스테마를 통해 구스타보 두다멜을 탄생시켰다. 필자는 머지않아 우리 제주에도 제2의 베토벤이 탄생할 것이라 믿는다.

꿈인 것만은 아니다. 고교 밴드부 출신들이 아마추어 관악단을 만들어서 지금까지 25년의 역사를 이어온 한라윈드가 있을 만큼 우리 제주는 관악의 기반이 다져진 곳이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또한 오래전부터 ‘11악기를 표방하며 음악 교육을 적극 지원해 왔다.

우리 화북윈드오케스트라는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메세나협회 후원으로 다음 달 2일 오후 730분 문예회관에서 제4회 정기연주회를 갖는다.

제주의 베토벤을 보시러 많이들 오셨으면 좋겠다. 외국인들이 제주에 와서 대한민국의 문화예술을 느끼고 갈 수 있도록 제주 제2의 관광상품은 문화예술이었으면 한다.

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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