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랠수록 빛나는 역사의 산증인 ‘신문’ 
바랠수록 빛나는 역사의 산증인 ‘신문’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1.22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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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창간호 등(1965년)
‘한라 영봉’ 창간호 1면 장식 눈길
낯익은 이름·빛바랜 사진 반가워
중앙일보 창간호(1965년 9월 11일자) 제1면, ‘전위영토(前衛領土)’ 지키는 ‘한라(漢拏)’영봉(靈峰)의 웅자(雄姿)부분
중앙일보 창간호(1965년 9월 11일자) 제1면, ‘전위영토(前衛領土)’ 지키는 ‘한라(漢拏)’영봉(靈峰)의 웅자(雄姿)부분.

지난해 가을 어느 날인가 서울에 있는 오랜 거래처 사장님의 연락이 왔다. 어느 자료실에서 소장하고 있던 1970~80년대 신문철이 폐기 처리되면서 매물로 나왔다는 전언(傳言)이었다. 무척이나 탐나는 자료였지만 매도자가 부르는 가격이나 엄청난 분량도 문제여서 한참 고민을 하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지방의 작은 헌책방에서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이나 물량이 아니었기에 마음을 비웠지만 그 아쉬움은 컸다.

신문(新聞)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사건이나 사실을 알리고 해설하는 정기 간행물이다. 주간(週刊)이나 월간(月刊) 등으로 간행되는 것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매일매일 발행되기에 전에 소개한 바 있는 각종 잡지 수집의 어려움이나 즐거움과는 그 사이즈가 다르다. 짧게는 몇 호에서, 많게는 몇 백호까지 발간된 잡지는 그래도 다 모을 수도 있겠다라는 희망이라도 품을 수 있지만 신문은 다르다.

우리나라 3대 일간지 가운데 1920년 창간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각각 지난해 624일과 올해 126일로 지령(紙齡) 3만호를 돌파했다. 지령은 신문의 나이, 즉 역사이다. 3만호 돌파는 두 신문사 다 100년에 가까운 세월을 지켜냈기에 가능한 일이다. 홋수도 홋수지만 100년이라는 긴 세월의 무게로 인해 그간 발행된 모든 신문을 모으기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오죽하면 언론재벌의 상징인 조선일보도 35일 발행된 창간호는 일부 지면만 전해지고, 37일자 2호는 전해지는 실물이 없다.

그간 우리 서점에서 소장하고 있는 신문철은 주로 자료용으로 쓰이는 축쇄본이거나 영인본이고, 실물 신문철은 한 가문의 신문 격인 종보(宗報)나 특정한 분야 소식을 전하는 특수신문(독서, 영화, 양봉이나 법률 등) 정도였다. 그러다 지난해 아쉬움을 조금은 달랠 수 있는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01 중앙일보 창간호(1965년 9월 11일자) 제1면
01 중앙일보 창간호(1965년 9월 11일자) 제1면.

지난달 작은 경매를 통해 조중동’(조선, 중앙, 동아일보) 가운데 가장 젊은 신문인 중앙일보(中央日報 1965922일 창간)의 창간호부터 16호까지의 실물 신문과 호외(號外) 4점을 입수할 수 있었다. 다른 두 신문사에 비하면 역사가 짧다면 짧지만, 이미 50여 년의 세월을 지켜온 신문이다. 지령 16000여 호가 넘는 신문의 극히 일부라 조금은 아쉽지만, 창간호를 포함한 초창기 신문자료이기에 기쁨이 컸다.

중앙일보 창간호의 제 1면을 장식한 것은 우리에겐 너무 익숙한 자태이다. 상단의 창간사와 하단의 대한항공 광고를 제외한 1면의 전부이다. 신문 창간을 기념하여 공군의 T-33 제트기까지 띄워서 찍은 대형 사진과 함께 이름하여 “‘전위영토(前衛領土)’ 지키는 한라(漢拏)’영봉(靈峰)의 웅자(雄姿)”. 14회 국전(國展) 입상자가 실린 1012일자 호외에는 낯익은 이름이 보인다. 비록 흑백이지만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제주 출신 서양화가 양인옥(梁寅玉 1926~1999) 선생의 작품 여인좌상사진과 함께.

중앙일보 1965년 10월 12일 호외 뒷면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양인옥 선생 작품 '여인좌상' 부분
중앙일보 1965년 10월 12일 호외 뒷면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양인옥 선생 작품 '여인좌상' 부분.

받아본 순간 이미 구문(舊聞)이라 하고 다 읽고 나면 포장지나 박스 충전재로나 쓰이는 신문이다. 종이 신문을 읽는 독자들이 점점 줄어들고 아직도 신문을 보냐는 사람들이 갈 수록 많아지는 지금.이 낡은 신문에서 만날 수 있는 낯익은 이름들과 이미 구문이 된 지 오래된 해묵은 기사들, 빛바랜 사진들이 여전히 반갑다. 나만 그런가.

02 중앙일보 1965년 10월 호외 4점
중앙일보 1965년 10월 호외 4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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