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개 도시 3000㎞…가장 아름다웠던 여정, 남인도 ‘순례’ 마침표
22개 도시 3000㎞…가장 아름다웠던 여정, 남인도 ‘순례’ 마침표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1.2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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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아시아 문명의 원천 신들의 나라 인도를 걷다
(61)삶의 원초적 모습을 지닌 남인도를 찾아서(20)-남인도 최초 석조사원 ‘해안사원’
황소조각상이 경내를 둘러싸고 있는 ‘해안 사원’. 8세기 초 건립된 남인도 최초 석조사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 남인도 여행의 끝자락으로 달리고 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 일행은 2개 주(), 22개 도시를 돌며 60개의 사원과 옛 궁궐을 찾아다녔습니다. 장장 3000에 달하는 여정. 때로는 차량이 북적이는 지역도 있었고, 농촌의 비포장도로를 하염없이 달리기도 했습니다.

이전 서인도 여행에서는 타르사막 지대에 세워진 거대 왕궁들을 찾아다녔다면 이번 여행은 마치 성지순례처럼 수많은 사원을 찾아다니며 남인도 건축과 조각문화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서인도를 거쳐 북인도, 그리고 이번 남인도까지 다양성의 매력을 지닌 이 거대한 국가의 문화유산을 둘러보며 많은 것을 느끼고 또 공부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다만 사전 지식 없이 다니다 보니 주마간산 격이 된 듯해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여행하며 나름대로 얻게 된 정보들로 연재를 이어가다 보니 어려움이 컸는데 막상 이번 회차를 마칠 때가 되니 이제야 남인도 문화에 대해 조금씩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제 생애 가장 아름다운 여행이 됐습니다.

사원 너머에 있는 벵골만 해안.

여행의 마지막 일정으로 찾은 곳은 마하발리푸람(Mahabal ipuram)의 해안에 세워진 석조사원입니다. 이 사원은 해안사원(Shore Temple)’이라 불리는데 팔라바 왕조 때인 8세기 초에 건립된 남인도 최초의 석조사원으로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가이드의 이런저런 설명을 들으며 해안가를 따라 걷는데 멀리 모래사장에 서 있는 해안사원이 보입니다. 사원 주변에 철조망이 쳐 있는데 그 너머가 벵골만()입니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오래 전 쓰나미가 발생해 사원 일부가 바닷속에 잠겼었고, 지금도 바닷물에 의해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합니다. 이 사원은 석굴 중심의 건축기법이 석조 중심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나타내고 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남인도 최초 석조사원으로 여겨진다는 것입니다.

사원 입구에는 잔디밭이 있는데 여러 인도 여인들이 모여 앉아 잔디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관광객들이 몰려오자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마치 우리 일행을 포함한 관광객들이 좋은 구경거리가 된 듯합니다.

사원은 크고 작은 2개의 남방형 비마나(Vimāna·힌두교의 신상이 봉안된 성소)가 바짝 붙어 세워져 있습니다. 둘 다 꼭대기에는 반구형의 관석이 올려졌습니다.

사원 벽면 조각. 오랜 세월 풍파로 많이 훼손됐다(위쪽). 사원 주변 잔디밭을 정리하는 인도 여인들.

1000년이 넘는 세월 벵골만의 거친 바람과 파도에 시달려서인지 사암으로 된 사원 곳곳은 풍화작용으로 귀퉁이가 둥글둥글한 모습입니다.

이 사원은 시바신을 위해 세운 것이라고 합니다. 크고 작은 사당 사이에 탑이 없는 또 하나의 사당이 있고 그 바닥에 누워 있는 시바신 조각 등이 있답니다. 이를 보기 위해 사원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좁은 입구에 수많은 신도가 몰려 있어 촬영은커녕 눈으로 보기도 힘들 지경입니다.

조각들은 7세기쯤 이곳 바위에 새겨진 것으로, 8세기쯤 그 위에 사원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슈누신은 육지 방향을 향했고, 시바신은 동쪽으로 놓여 바다를 바라보고 있답니다.

사원은 오랜 세월 모래에 파묻혀 있었는데 19세 말쯤 영국 고고학자들에 의해 발굴됐다고 합니다. 아직도 발굴이 진행 중인 듯하고 사원 주변 곳곳에는 발굴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남인도 최초 석조사원. 오랜 세월 모진 풍파에도 그 면모를 굳건히 유지하는 그 모습을 보니 비록 외국인이지만 무척 반갑습니다. 이런 유적을 통해 옛 선조가 남긴 귀중한 문화는 오늘날 모든 인류에게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

<서재철 본사 객원 기자>

 

다음 오지기행은

다음 회부터는 초원의 나라 몽골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1991년 첫 방문 이후 2007년까지 몽골의 여러 지역, 특히 우리말의 고향 알타이산맥을 다섯 차례 종주하며 취재한 당시 이야기를 정리해 소개하겠습니다. 많은 애독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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