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표 공무직 경쟁률 46대 1, ‘슬픈 제주’
매표 공무직 경쟁률 46대 1, ‘슬픈 제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1.22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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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백그리고 사오정’.

지금은 다른 의미로 자리를 굳힌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란 뜻으로 더 통용된다. 이어 사오정‘45세 정년으로 쓰인다. 이외에도 삼팔선(38세 즈음 퇴직)’, ‘오륙도(56세까지 일하면 도둑)’, ‘육이오(62세까지 일하면 오적)’ 등이 있다.

실업 문제로 딜레마에 빠진 오늘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단어들이다.

물론 이들 단어는 대부분 민간 분야에서 나온 것으로, 이 반대편에 서 있는 게 다름 아닌 철밥통이다.

철밥통의 사전적 의미는 철판으로 만든 밥통이다. 말 그대로 철로 된 밥통으로 아무리 내리쳐도 안 깨진다. 그만큼 튼튼하고 잘릴 걱정 없는 직장이란 의미다.

언제부터인가 철밥통은 공무원 사회를 상징하는 단어로 자리를 꿰찼다.

최근 제주도가 2018년 제1회 공무직 공개채용에 따른 응시원서 접수를 마감했다.

올해 37명을 뽑는 시험에 565명이 응시해 평균 15.31의 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공영관광지에서 입장객들에게 표를 판매하는 이른바 공무직 매표원의 경우 5명을 뽑는데 231명이 몰렸다. 46.2 1이라는 경이적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무직이란 채용 기간을 정하지 않고 근로계약을 통해 채용된 직원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공무원도 아니다. 공무원은 국가 혹은 지방공무원법이 적용되지만, 공무직은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게 된다.

그렇다면 왜 이처럼 공무직이 많은 응시자가 몰렸나. 다름 아닌 안정이다. 초임은 일반 공무원 초임과 비슷한 월 199만원 정도 받게 된다. 떼일 걱정 없는 퇴직연금도 보장된다. 사실상의 공무원이나 다름없다. 앞서 제주도가 지난 5월 시행한 지방공무원 임용 필기시험 때는 290명 선발에 2532명이 응시해 평균 8.71의 경쟁률을 보였다.

공무원 선호의 핵심은 단연 안정성과 함께 갈수록 더해지는 투명성과 공정성이다. 이 때문에 제주의 젊은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공시족이라는 명패를 단 채 도서관 한쪽에 자리를 차지하고선 다음에 치를 시험 준비에 와신상담 중이다.

그런데 젊은 층이 공무원 시험에만 몰두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러운 일이 아니다. 젊은 인재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일로 경쟁할 때 사회 전체의 생산성이 향상되기 마련이다.

그런 사회 전진의 추진 동력을 최일선에서 쏟아내야 할 젊은 에너지 층이 혁신이나 도전보다 안정적인 공직에만 몰린다면, 가뜩이나 지역 생산성이 취약한 제주 사회의 추진 동력이 떨어지는 것은 자명하다.

제주에 일고 있는 지금의 극단적 공직 선호 이유는 역설적으로 유능하고 활동성이 높은 젊은이들을 끌어들일 매력적이고 진취적인 민간 직장이 없다는 점을 방증한다. 인재들이 사기업에 갈 수 없는 풍토가 굳어진다.

40대 고비를 넘기면 다행이고, 50대에 이르면 언제 잘릴지 좌불안석이다. 우수한 인력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이는 공식적인 수치로 나타난다. 지난달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제주지역 1인당 근로자 임금 총액은 2767000원으로 전국 평균 3634000원에 크게 못 미쳤다.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여기다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는 일부 사기업 사주의 갑질 행각은 젊은 층의 사기업 혐오감을 급속하게 확산시켰다.

공직에서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이, 단지 사기업이라는 이유로 하루가 멀다고 버젓이 자행된다.

균형과 조화. 제주 사회가 꼭 다듬어야 할 전진의 디딤돌이다. 제주라는 거대 사회는 민()과 관()이 균형을 이루고 조화를 이룰 때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런 균형이 깨진다면 삐걱거리는 게 당연하다. 제주 사회 발전을 견인해야 할 젊은 인재들이 사기업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오직 관공서 문턱만 바라본다.

사실상의 공무원대접받는 매표직원 5명 모집 문턱에 200명 넘는 젊은이들이 매달린 슬픈 현실이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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