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교육프로그램이 도입 되려면
IB 교육프로그램이 도입 되려면
  • 홍성배 선임기자
  • 승인 2018.11.2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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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자마자 대학가는 주말마다 장사진이다. 주요 대학의 논술시험장은 꼬리를 문 수험생과 학부모로 뒤덮인다. 유명 입시설명회장도 북새통이다.

이 같은 풍경은 일상화 된 연례행사다. 그 뒤편에는 부모들의 한숨소리가 숨겨져 있다. 논술이 학교를 떠났다는 평가는 부모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지금의 입시는 수시도, 정시도 돈이 성적을 결정하는 구조라는 입시전문가들의 분석으로 가슴이 아리다. 특히 올해는 숙명여고의 사례까지 겹쳐 대입의 공정성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가 매섭다.

때문에 올해 수능 직후에 열린 제주도의회의 교육행정질문은 주목을 받았고, 이석문 교육감이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IB 교육 프로그램(International Baccalaureate·국제 바칼로레아)이 이슈로 떠올랐다. IB는 스위스 비영리 교육재단이 주관하는 전 과목 논술형 교육과정이다. 전 세계 150개국에서 채택하고 75개국 2000여 대학에서 입학 자료로 사용하는 등 평가의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 교육감은 줄곧 “제주도에서 1% 정도의 학생이 국제학교의 교육을 받고 있다. 좀 더 심각하게 말하면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1%의 귀족교육과 나머지 교육으로 나눠져 있다”며 같은 공간에 있는 국제학교와의 교육격차 해소를 고민해 왔다. 이 교육감은 IB를 주목했고, 내년 하반기 읍면지역 1개 고교를 DP(Diploma Program·IB 고교과정) 도입학교로 지정하겠다고 밝히는 등 중단 없는 추진 의사를 확고히 하고 있다. 읍면 고교를 선택하는 학교로 만들어 대학입시까지 연계하겠다는 계획으로, 초저출산시대에 읍면고교 살리기 차원에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 교육감의 이 같은 제주발 교육 혁신 구상은 시작부터 험로를 걷고 있다. 전교조는 IBDP가 성취 수준이 높은 학생 또는 영재교육에 적합한 교육과정이라며 제2의 귀족학교를 공립학교에 만드는 것이고 IB학교 한두 군데를 위해 수많은 학교가 역차별을 받고 공교육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공교육에 도입 시 두 개(국내, IB)의 대학입시 충돌, 교육 재정문제, 다음 선출직 교육감 시대에서의 연속성 여부 등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도의회에서도 충분한 공론화 과정의 필요성과 비용 등 제반 문제에 대한 충실한 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도의회에서 일부 의원이 방향성에서는 공감한 점에 주목하게 된다. 이는 현행 객관식 위주의 수능이나 수시가 미래사회의 인재 육성이나 공정성에서 의심받고 있다는 반증이다. 공정한 평가 속에 학생들이 생각할 수 있는 공부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직 공교육에서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물론 IB는 제주교육의 여건 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수 있고 우수 고교생을 위한 엘리트 교육이 돼 사교육을 촉발할 수 있다. 현 제도의 문제점을 해소하려고 하지만 오히려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결국 키는 제주도교육청이 쥐고 있다. 정말 IB를 도입하겠다면 제기되는 문제점들에 대한 대안을 구체적인 프로그램 속에서 제시하고 학교 현장과 도민사회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도의회의 “임기 내 성과나 실적에 연연하지 말라”는 충고에 귀 기울여야 한다. 정권이 바뀌면 교육정책도 바뀌면서 ‘교육백년지대계(敎育百年之大計)’라는 말은 철 지난 옛 노래에 불과하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가 있지만 기본에 충실해야 할 때다.

이 교육감이 밝힌 것처럼 20% 가량의 교사가 IBDP를 하고 싶어 한다면 그들도 공론의 장에서 소신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교육감의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도민과 학교현장의 공감과 협조 없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홍성배 선임기자  andhong@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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