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공의 도시’에서 만난 옛 왕조의 걸작
‘석공의 도시’에서 만난 옛 왕조의 걸작
  • 제주일보
  • 승인 2018.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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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아시아 문명의 원천 신들의 나라 인도를 걷다
(60)삶의 원초적 모습을 지닌 남인도를 찾아서(19)-마하발리푸람
거대한 화강암 바위를 깎아 만든 석굴사원.
거대한 화강암 바위를 깎아 만든 석굴사원.

지금 일행들과 둘러보고 있는 지역은 마하발리푸람(Mahabalipuram)입니다. 현재는 작은 마을이지만 7세기 팔라바(Pallava) 왕조 때는 가장 중요한 항구도시로 번성했다고 합니다.

당시 이곳에는 전국에서 모인 석공들이 해안을 따라 형성된 화강암지대의 바위를 깎아 석굴사원과 조각 등을 만드느라 저녁에도 망치와 정 소리가 쉬지 않고 울려 퍼졌다고 합니다.

석공들은 해안에서 4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화강암 바위산의 암벽을 수십년에 걸쳐 깎아 오래된 설화를 보여주는 거대한 조각으로 장식했습니다. 또 바위산 주변에는 10개가 넘는 석굴사원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 주변에는 이 같은 석굴사원이 10개나 만들어져 있다.
이 주변에는 이 같은 석굴사원이 10개나 만들어져 있다.

판차 라타스(Pancha rathas)에서 느꼈던 작은 충격과 설렘을 뒤로하고 거대한 암벽 조각인 아르주나의 고행(Arjuna's Penance)’이 있는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마하발리푸람 곳곳에서 정교한 부조 조각들을 볼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빼어난 부조상들이 있다고 손꼽히는 장소가 바로 이곳입니다.

‘아르주나의 고행’ 혹은 ‘갠지스강의 하강’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암벽 부조 조각. 신과 인간이 복잡하게 뒤섞인 환상적인 세계를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아르주나의 고행’ 혹은 ‘갠지스강의 하강’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암벽 부조 조각. 신과 인간이 복잡하게 뒤섞인 환상적인 세계를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아르주나의 고행을 처음 마주한 순간 너무나 감격해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이 부조 조각은 1300년 전 만들어졌으며 이 지역 부조 조각 중 가장 유명하다고 합니다.

길이 32m, 높이 10m가 넘는 거대한 암벽에 신과 인간이 복잡하게 뒤섞인 환상적인 세계를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마르고 날씬하게 표현해 북인도의 포동포동(?)한 인체 표현에 비하면 부드러운 감은 없지만, 역동적인 구조와 묘사는 생명감이 넘친다고 가이드가 설명합니다.

조각이 표현한 내용에 대해서는 두 가지 해석이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인도의 대서사시 마하바라타에 등장하는 쿠르족 왕자 아르주나가 시바신의 가호를 얻기 위해 신과 동물들에 둘러싸여 고행하는 모습을 표현했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이 조각이 힌두 신화에 등장하는 고행자 바기라타의 일화를 담은 것으로 갠지스강이 천상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는 장면을 묘사했다는 것입니다. 이 해석에 따라 이 조각을 갠지스강의 하강(Descent Of The Ganges)’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합니다.

 

조각 중심부의 흘러 떨어지는 강물 안에는 용의 신인 나가나기, 그 왼쪽에는 남방형 사원이, 오른쪽에는 코끼리 무리가 무척 생생하게 묘사돼 있습니다. 팔라바 왕조 조각의 걸작이라고 가이드가 설명하는데 과연 그렇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바위산을 파서 만든 석굴 안에 조각된 신들의 모습. 이곳 주변의 석굴마다 다양한 모습의 신들이 조각돼 있다.
바위산을 파서 만든 석굴 안에 조각된 신들의 모습. 이곳 주변의 석굴마다 다양한 모습의 신들이 조각돼 있다.
한 석굴사원 내부 모습. 신 들을 조각한 부조상 앞으로 링가(Linga·남근상)가 세워져 있다.
한 석굴사원 내부 모습. 신 들을 조각한 부조상 앞으로 링가(Linga·남근상)가 세워져 있다.

여기 말고도 가 볼 곳이 많아 서둘러야 한다고 가이드가 재촉합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망설이고 있자 이 주변 곳곳에 있는 바위들이 다 사원이니 아무 데나 둘러보면 된다고 설명합니다.

물 한 모금 마실 틈도 없이 뛰다시피 하며 언덕을 오르니 그곳에도 커다란 암벽에 거대한 석굴사원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시 둘러보니 가이드의 말대로 크고 작은 석굴사원이 곳곳에 넘쳐납니다.

석굴사원마다 다양한 신과 동물 조각이 새겨져 눈길을 끌지만 우선 사원들을 촬영하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다녀 봅니다. 너무 흥분해서인지 지친 줄도 모르겠습니다.

한참을 둘러보고 나서 처음 출발했던 장소로 다시 왔는데 바로 옆 넓은 벌판 너머로 뭔가 특이한 것이 보입니다.

경사진 바위산에 서 있는 ‘크리슈나의 버터볼’. 우리나라 설악산의 흔들바위를 연상케 한다.
경사진 바위산에 서 있는 ‘크리슈나의 버터볼’. 우리나라 설악산의 흔들바위를 연상케 한다.

가까이 가서 보니 거대한 바위가 금방이라도 굴러떨어질 듯한 모습으로 서 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 설악산의 흔들바위를 연상케 하는 데 경사진 바위산에 서 있는 그 신기한 모습이 감탄을 자아냅니다.

이 바위는 크리슈나의 버터볼(Krishna's Butter Ball)이라고 합니다.

크리슈나는 힌두교의 신으로 버터를 즐겨 먹었다고 합니다. 바위는 마치 먹다가 반쯤 남긴 버터 모양이고 공처럼 둥글다고 해 버터볼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바위 뒤로 돌아가서 보니 과연 반쪽이 쪼개져 있습니다. 그런데도 굴러떨어지지 않고 서 있는 게 무척 신기할 따름입니다.

이번 남인도 여행에서 여러 석굴이나 조각들을 둘러봤는데 이곳 마하발리푸람에서 본 건축물과 조각들이 가장 감명 깊었습니다.

7~9세기 만들어진 이 지역의 여러 석굴과 조각들은 198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선정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중요한 인도의 중요 문화유산들이 잘 보존될 수 있게 돼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흔들리는 차 속에 앉아 거대한 암벽에 새겨진 신과 사람들의 조각들 모습을 떠올리며 이제 마하발리푸람의 마지막 보물이라는 해안사원을 향합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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