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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으면 결혼도 못한다”는 우리 사회
“돈 없으면 결혼도 못한다”는 우리 사회
  • 제주일보
  • 승인 2018.11.15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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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남녀가 사랑으로 만나 험한 인생길을 함께 동행하겠노라고 약속하는 의식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성스러운 의식은 오간데 없어지고 결혼식이 부()를 과시하고 지위를 뽐내는 경연장으로 변질돼 버렸다. 혼수 때문에 결혼이 깨지거나 살인까지 저지르는 세상이니 참으로 개탄스럽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제주지역에서 최근 3년 이내 결혼한 신랑, 신부 및 3년 이내 결혼을 한 자녀를 둔 혼주 등 총 5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씁쓸하다.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집을 구하는데 들어가는 전체 결혼 비용이 평균 2억원에 이른다니 돈 없으면 결혼도 못 한다는 말이 실감 난다.

항목별로 비용을 보면 신혼 주택 자금 14189만원, 결혼식 비용 1949만원, 혼수 1379만원, 예단 1018만원, 신혼여행비 5687000, 예물 비용 597만원 등이었다. 이 결혼 비용의 분담은 대체로 신랑 측이 신혼주택비용을 부담하고 신부 측이 혼수 비용을 부담하고 있었다.

월급이 많은 공기업이나 대기업 등 특별한 직장인이나 부유층 부모를 둔 자녀가 아니라면 결혼할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다.

결혼 비용이 크게 늘어난 것은 우리 사회의 겉치레와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 때문일 것이다.

누구네 집은 자식 결혼식을 어느 호텔에서 했다는데 우리도 그 이상은 해야 한다는 쓸데없는 경쟁의식과 한 번 하는 결혼식인데 최대한 아낌없이 해줘야 한다는 빗나간 자식 사랑이 호화판 결혼식을 양산하고 있다.

하지만 결혼은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니다. 서로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부모와 친지들 앞에서 확인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겠다고 다짐하면 그만이다.

다만 결혼이 인구 정책의 핵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결혼과 출산의 순환 고리에 이상이 생기면 저출산과 국가 경쟁력 약화는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2015100명당 17.9명이던 노인부양 비율이 2060년에는 80.6명으로 늘어난다. 직접적 원인 중 하나가 결혼 비용일 것이다. 솔직히 2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젊은이들에게 결혼하라고 압박할 수는 없지 않은가.

대책이 제시되지 않은 결혼 압박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이를 방치하면 저출산과 저성장 등 국가적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다.

국민 개개인의 삶의 행복뿐만 아니라 장기적 국가·사회 발전을 위해서도 많은 청년이 가정을 꾸릴 수 있어야 한다.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 사항으로 여기는 경향도 날로 뚜렷하다.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이제는 국민의 절반 남짓만이 결혼은 필수라고 보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때의 세태나 유행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파악해 청년들의 결혼 의욕을 끌어올리는 데 사회적 지혜를 모아나가야 한다.

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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