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혁명과 문일득삼(問一得三)
제4차 산업혁명과 문일득삼(問一得三)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1.15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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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완 제주대 철학과 교수·논설위원

지난 여름 국회의장을 지냈던 분께서 이런 인터뷰를 한 일이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아니라 5·6차 산업혁명에서도 그 기본 중심은 인간이다. 백범은 솔선수범해서 희생과 책임의 리더십을 다했다. 4차 산업혁명에서도 적당히 해서 될 일은 없다. 얼마나 경쟁이 치열한가. 백범의 투철하고 철저한 애국혼·정신 자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당연하다 싶을 정도인 첫 문장에 비해 백범의 애국혼과 정신 자세를 거론한 일은 뜬금없다.

그분이 쓰셨다는 백범 묻다, 김구 답하다라는 저서가 제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서 읽을 만한 전기와 자서전이라는 자락을 깐 탓에 든 의구심이다.

기사를 더 읽어 내려가다가 책 제목의 백범은 김구 선생이 아닌 보통 사람이라는 설명에 이르니 의구심 하나가 더 고개를 든다. 경쟁이 치열한 4차 산업혁명은 물론 5·6차 산업혁명에서도 보통 사람의 투철하고 철저한 애국혼과 정신 자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고 싶으셨던 걸까?

물론 그분의 메시지는 기사 속에 이렇게 친절하게 정리돼 있었다.

우리나라는 거저 생긴 게 아니다. 수많은 선열이 피와 땀과 눈물과 목숨을 바친 끝에 탄생시킨 나라다. 우리가 이 나라를 위해 좀 더 경건하고 겸손하게 공동체에서 할 일을 찾는 게 이 시점에서 너무나 절실하다.”

단어 하나하나가 금과옥조다. 지당한 말씀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철학이란 본시 그 당연한 것들에 의문을 제기하고 딴죽을 거는 학문이다.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사용된 제4차 산업혁명은 기존 산업 분류에서 정의되지 않는 모든 산업이 가져올 세계 경제 변화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것은 증기기관 발명(1), 대량 생산과 자동화(2), 정보기술과 산업의 결합(3)에 이은 사물 인터넷을 통한 생산과정의 최적화라고 홍보됐다. 입력해둔 프로그램에 따라 생산시설이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제품과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작업 방식을 결정하는 혁명이라고 말이다.

4차 산업혁명이 이런 것이라면 투철하고 철저한 애국혼과 정신 자세를 가진 보통 사람이 나라를 위해 좀 더 경건하고 겸손하게 공동체에서 할 일은 무엇일까? ‘더 많은 물건을,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빨리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산성 혁신을 위해 인공지능에게 지금 있는 일자리를 양보하고 어서 빨리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어야 할까? 아니면 이노베이터(혁신가), 투자자, 주주와 같은 지적·물적 자본을 제공하는 사람이 돼야 할까?

아차! 질문 자체가 생산성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 일거양득(一擧兩得), 일석이조(一石二鳥)로는 부족하다. 적어도 진항(陳亢)처럼 문일득삼(問一得三)은 해야 한다.

진항이 공자의 아들 백어(伯魚)에게 자기 아들과 다른 것을 배우는지를 묻자 시와 예를 배웠는지를 물었을 뿐 특별히 더 들은 것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진항은 시의 효용과 예의 가치, 그리고 군자가 자기 자식을 멀리하는 것, 이 세 가지를 한 번에 듣게 됐다고 기뻐했다.

주자는 이 일을 두고 이렇게 주석했다. “진항은 성인(聖人)이 자기 자식을 특별히 가르칠 것이라고 제멋대로 의심했다. 시를 배우면 사리에 통달하여 마음이 화평해지니 능통하게 말할 수 있고, 예를 배우면 성품과 절개가 분명하게 되어 덕성이 굳건해지니 능히 자립할 수 있다. 백어가 혼자 있을 때 들은 것은 이것뿐이니, 따로 가르쳐준 것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이 주석에 따르면 문일득삼의 효용성은 질문이 잘못된 것을 깨닫는 데 있다.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할수록 그 실체가 있기는 한 건지 의문이 드는 건 철학을 공부한 탓만은 아니다. 산업이 발달할수록 인간 소외 현상이 심화된다는 이야기를 되뇌려는 것도 아니다.

산업이란 인간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상적으로 종사하는 생산적 활동을 가리키니까 말이다. 그러니 문일득삼이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고견을 갖추신 분의 대답을 기대하며 질문 하나를 던진다.

4차 산업혁명 이후의 모든 혁명이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면 여기서 말하는 인간이 보통 사람인가?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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