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의 신비-(7)건강 장수를 위한 궁극적인 도전
인체의 신비-(7)건강 장수를 위한 궁극적인 도전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1.14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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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훈 제주대 명예교수·논설위원

한동안 우리 귀에 친숙했던 말이 있다.

구구팔팔이사’,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틀 앓고 죽었으면 하는 원망(願望)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제는 단순한 바람이 아니라 100세를 내다보는 시대가 돼 이 말이 현실이 될 날도 멀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누구든지 건강하게 장수하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병에 걸려 오랫동안 병석에 눕지 않고 글자 그대로 웰다잉(well-dying, 안락한 최후)’을 맞이할 수 있는지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최근 10년간 크게 늘어나 남자가 78, 여자가 85세로 여자가 훨씬 높다.

평균 수명은 앞으로 더욱 증가할 추세를 보인다.

그렇지만 염려되는 데이터(자료)도 있다. 한국인의 건강 수명에 관한 것이다.

건강 수명이란 평균 수명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몸이 아픈 기간을 제외한 기간을 말한다.

한국인의 건강 수명은 현재 66세라고 발표됐다. 세계 191개국 중 51위다.

평균 수명과 건강 수명의 차이를 보면 한국인들은 일생의 10여 년 이상을 질병이나 부상 등으로 고통의 삶을 살고 있다고 하겠다.

평균 수명과 건강 수명이 길어지는 게 건강 장수이겠지만, 이를 가로막는 것이 병에 걸리는 것이다.

한국인의 사망 원인 1위는 암, 2위는 심장병, 3위는 뇌경색 등의 혈관질환이다. 그리고 그 외로 여러 가지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

지금까지 의료의 중심적인 사고방식은 각각의 장기에서 생기는 질병을 진단해 치료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선진국에서는 질병에 대한 관점이 달라지고 있다.

좀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지만, 질병을 체내의 정보 네트워크(Network)’라는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네트워크의 키포인트는 장기들 상호 간() 또는 세포들 사이에 메시지 물질이 존재해 서로 질병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메시지 물질에 의한 장기들 사이의 정보 네트워크에 주목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말하자면 장기들 사이에 교환되는 메시지 물질을 조절함으로써 치료가 곤란했던 질병을 극복하는 열쇠가 된다고 여기고 있다.

이런 것들이 해명되면 치료 방법이 지금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암을 예로 들면 지금까지 암세포 전이는 암세포가 내는 혈관내피증식인자(VEGF)’가 새로운 혈관을 유도하고 암세포는 이 혈관을 통해 여러 장기에 이전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암에 대해 현재는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장기들 사이에서(물론 세포들 사이에서) 메시지 물질에 의해 교환되는 정보가 암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여기에서 주목을 받는 것이 엑소좀(Exosome)’이라는 물질이다.

이것의 크기는 1만분의 1정도로 매우 미세하고 캡슐과 같은 모양이다.

체내의 모든 세포가 분비하는 이 캡슐에는 여러 가지 기능을 가진 메시지가 들어 있어서 우리들의 건강이나 생명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온갖 세포에서 분비되는 이 엑소좀들은 혈관 세포에 작용해 산소나 영양을 공급시키기도 하고 면역 세포로 하여금 암 세포의 공격을 저지시키기도 하는 등 스스로 증식하면서 교묘히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암 치료에서는 이 엑소좀이 내는 메시지 물질을 조절함으로써 암 전이를 억제한다든지 손상된 심근 세포를 재생하는 등 종래는 불가능했던 것으로 생각됐던 것을 새로운 치료법으로써 가능케 하는 방향으로 진전하고 있다.

이른바 의료의 패러다임(paradigm, 전형적인 양식)이 새롭게 바뀌려고 하고 있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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