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처리난 해결, 또 '딜레마' 빠지다
쓰레기 처리난 해결, 또 '딜레마' 빠지다
  • 김현종 정용기 기자
  • 승인 2018.11.1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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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공사 중단 보름째…
폐열관로 설치·매전사업 수익금 환원 요구 놓고 주민-행정 입장차
협약 당시 확실히 매듭 못지어 갈등…개발 지원 기준·원칙 정립 절실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에 있는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공사가 중단됐다. 
정용기 기자 brave@jejuilbo.net

제주지역 쓰레기난 해결을 위한 광역 폐기물처리장인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조성사업이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가 시설을 유치할 당시 합의 및 협약에 따른 지원 내용과 기준을 놓고 행정당국과 마을이 입장차를 보이면서 공사가 기약도 없이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2014년 당시 협약 내용과 추가 지원을 통해 동복리에 대한 500억원 이상 규모의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동복리 주민들이 폐열관로 설치와 소각장 전기발전시설 판매(매전사업) 수익 환원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공사가 중단된 상황이다.

이를 둘러싸고 정당한 권리 행사인지 무리한 추가 요구인지를 놓고 이른바 ‘악마의 디테일’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악마의 디테일(디테일의 악마)은 큰 틀에 합의했지만 작은 과정에서 일이 틀어지는 것을 뜻하는 표현이다.

문제는 앞으로 쓰레기나 오폐수 처리시설은 물론 각종 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유사 갈등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으로, 사회적 합의를 통해 투명하고 합리적인 지원 원칙과 기준 마련이 최우선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14일 제주특별자치도와 동복리에 따르면 주민들은 지난 1일부터 폐열관로 설치와 매전사업 수익의 마을 환원을 요구하면서 보름째 환경자원순환센터 공사를 저지하고 있다.

제주도는 폐열관로 설치는 사업타당성 검토용역을 실시해 그 결과에 따라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한편 매전사업 수익은 도민 전체를 위한 것으로 마을 독점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특히 제주도는 협약에 없는 사항을 요구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동복리 주민들은 4년 전 환경자원순환센터를 유치할 당시 소각로 폐열을 마을이 전량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겠다는 협의가 진행됐다며 당연한 권리라고 반박하고 있다.

결국 협약의 매듭이 명확하지 못한 점이 ‘악마의 디테일’을 부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행정당국과 마을 간 협약에 명시된 내용에 맞춰 지원하는 것이 원칙으로, 특별한 변수나 환경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그 이상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밝히면서도 협약 당시 마을에 추가적인 지원에 대한 검토 여지를 남긴 결과 또 다른 갈등을 불렀다고 지적했다.

마을 내 양돈장 이설만 해도 사유재산인 탓에 현실성이 떨어졌지만 협약에 포함된 결과 환경자원순환센터 착공 때까지 이행되지 못했고, 대신 주거환경 개선사업 명목으로 220가구에 각 2000만원씩 추가로 지원됐다.

이와 관련, 김진호 제주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협약이나 계약에 따라 지원하는 게 원칙으로 약속에도 없는 요구는 자칫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면서도 “혐오시설이나 인프라시설을 비롯한 지역개발 과정에서 나쁜 선례가 되지 않도록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현 제주대 교수(사회학과)는 “주민협약 논의 당시 폐열관로 사업을 검토해 보겠다는 여지를 남긴 것이 갈등의 불씨가 됐다. 확실히 매듭을 지었어야 했다”며 “주민들의 요구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못한다면 환경자원순환센터 준공 후에도 갈등이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교수는 “앞으로 혐오시설이 계속 늘고 그때마다 유사 갈등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준과 원칙 정립이 중요하다”며 “제주도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김현종 정용기 기자  taza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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