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자치, ‘팔길이 원칙’과 ‘민·관 협치’
문화자치, ‘팔길이 원칙’과 ‘민·관 협치’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1.1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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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민 중심의 문화자치가 강조되는 것은 자치분권의 자연스러운 추세다.

시민은 문화·예술을 향유할 주체적 권리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참여를 통해 문화·예술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문화 주도적 권리를 확립해 나가야 한다.

제주연구원과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가 그제 연구원 대강당에서 개최한 지속가능한 문화·관광 육성을 위한 정책 방향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주장이 나왔다. 제주지역 문화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포괄적인 문화 인프라와 문화 예술단체 등을 아우르는 광역 거버넌스(governance)’ 구축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 문화 정책 중에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이른바 팔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이다. 즉 지원 단체에 대한 운영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이는 선진 문화예술 정책의 통상적인 기준으로, 정치와 관료 조직으로부터 예술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예산을 지원한다는 빌미로 관()이 의도하는 예술을 강요하는 간섭에서 벗어나서 예술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존중돼야 한다는 신념이다.

과거 우리 문화예술 정책도 관 주도로 흐르면서 예술의 현장성과 전문성 결여, 그리고 행정편의식 운영 방식을 질타하는 비판이 있었다.

그러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나타난 것이 민간문화단체 주도의 정책이다. 문화 정책의 추진을 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화예술 사업을 민간 문화예술단체에 위탁해 추진하게 됐다. 그런 팔길이 원칙의 추진을 위해 설립된 기관이 중앙정부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고, 제주도의 문화예술재단이다.

그런데 그 대안도 문제가 발생했다. 행정력의 한계로 방임적 사업 추진 과정과 예산 집행의 문제가 발생했고 주도 그룹과 소외된 그룹 간에 파벌 문제도 발생했다.

다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거버넌스’, ·관 협치의 방식이다. 제주연구원의 토론회에서 제기된 거버넌스. 팔길이 원칙은 관의 간섭으로부터 독립과 자율의 위상을 갖추자는 것이지만 이 시스템이 정착되려면 민간 영역에서 공정성과 합리성과 행정력이 갖춰져야 한다. 그렇지 않을 때 방임이 되기 때문이다.

민간 단체는 흔히 관의 관료성과 비전문성, 비효율성을 지적하면서도 민간 체계의 책임성과 파벌성은 스스로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문화 정책이 성공하려면 관은 팔길이 원칙에 충실해야 하지만, 민간도 공정성·합리성·행정력을 갖춰야 한다. ()과 관이 함께하는 ·관 협치방식이 중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관과 민의 관계가 일방향에서 쌍방향으로, 간섭에서 자율로, 배제에서 소통의 관계이어야 하는 건 물론이다.

제주도 문화정책도 협치의 길로 나가야 한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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